시진핑이 바라본 중국, 그 꿈의 기록
[서평] 시진핑이 낸 공식 기록 <시진핑 국정 운영을 말하다>
2012년 11월 15일 중국 공산당의 최고의결기구인 18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에 세계의 시선이 주목됐다. 중국공산당 18기 5년을 이끌어 갈 총서기를 비롯해 최고결정기구인 상무위원회를 구성할 명단이 발표되기 때문이다. 총서기 시진핑을 시작으로 리커창, 장더장, 위정성, 류윈산, 왕치산, 장가오리가 차례로 연단에 올라왔다. 시진핑 시대의 공식적인 시작이었다.
그가 거대한 중국호의 수장이 된 지 2년이 되어가는 지금의 중국은 어떻고, 앞날은 어떠할지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의 관심이다. 그런 관심은 곧바로 그의 국정방향이나 생각에 대한 관심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이런 이들이 시진핑을 읽어내기에 아주 좋은 책이 나왔다. 시진핑의 연설문이나 인터뷰 등을 통해 그의 국정철학이나 방향 전반을 읽을 수 있는 <시진핑, 국정운영을 말하다>(미래엔 간)가 바로 그 책이다.
시진핑의 눈으로 본 중국
벌써 10여 권 가까이 나온 시진핑 개인사와 이 책은 무슨 변별력이 있을까. 기존 시진핑 평전 등은 말 그대로 저자들의 다양한 시각을 통해 시진핑의 인생역정을 읽고, 미래를 대입해내는 책들이다. 반면에 이 책은 시진핑이 중국 지도자로 부각한 2010년 11월 이후, 그가 지도자의 입장에서 공식적으로 내놓은 기록을 집산한 것이다.
18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가장 먼저 앞세운 것은 '중국 특색 사회주의'와 '중국의 꿈'이다. 당대 중국 지도자들이 후계자 수업을 하면서 가장 중시되는 것은 사회주의 교육이다. 중국 근대 사상가 량치차오는 물론이고, 루쉰, 쑨원 등 중국인의 사유에 집착한 이들은 한결같이 '중국인은 그냥 두면 모래알과 같아서 산산히 흩어질 수 있으니, 무언가를 통해 아교처럼 묶어두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오쩌둥 이래 그 아교는 사회주의였고, 지도자가 가장 이해해야 하는 덕목이 됐다.
덩샤오핑 역시 처음에는 이런 인식에 회의를 가졌지만, 89년 천안문 사건을 겪으면서 완전히 동화됐고, 이런 전통은 시진핑까지 고스란히 이어졌다. 반면에 '중국의 꿈'은 G2를 넘어 세계 최강국으로 가는 중국인들의 몽상을 말한다. 중국 지도자들은 공산당 창립 100년을 맞이하는 오는 2021년까지 배고픈 사람이 없는 '샤오캉(小康)사회'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또 건국 100년인 오는 2049년까지는 복지국가인 대동사회를 만든다는 '중국의 꿈'을 실현하는데 매진할 거다.
그런데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급성장을 거듭한 개혁개방 35년 동안에 중국 부의 원천은 기득권들에게 모조리 집중되어 시진핑 정부는 논공행상은 차치하고, 국가를 이끌 부가 그다지 많지 않다.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강옹건(1661~1795)시대도 옹정제의 개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조선왕조 500년도 태종의 개혁을 통해 가능했듯이 시진핑은 신생국가인 중국의 개혁을 진행하지 않으면 안 될 처지다. 이런 시대적 필요성은 3장 '개혁의 심화'와 5장 '법치 중국 건설'편에 자세히 서술돼 있다.
시진핑도 이런 상황을 "맛있는 고기는 다 먹어치웠고 남은 것을 딱딱한 뼈뿐"(130쪽)이라는 조금은 과격한 표현을 통해 전달하기도 한다. 다행히 군부는 물론이고 모든 권력을 장악한 만큼 그의 의지만 있다면, 개혁은 어느 정도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자신이 가진 것을 지키려는 본능이 강한 중국인들의 성향을 넘어 그가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자신할 수 없다.
6장은 '사회주의 문화강국'을 주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시진핑은 소프트파워 등을 키워야 한다고 역설한다. 다음 장에서 다루는 인터넷 강국이나 생태문명 등도 중국의 건강한 문화발전을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청년들이 대기업 직원이나 공무원같은 안정적인 일보다는 창업으로 부자가 되는 일에 매진하면서, 중국의 성장세는 전 세계를 아우르고도 남을 것 같다.
다만 제일 앞서 설명한 것처럼 '사회주의'와 '창의산업의 육성' 서로 충돌되는 측면이 많다. 이 부분은 창의산업 육성에 강점을 가진 한국이 도움을 줄 수 있다. 두 나라가 동반자로서 공생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잠에서 깨어난 사자 중국, 우리는?
12장부터는 대국 관계 구축이나 다자간 외교 등 대외관계에 대한 시진핑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여기에서 신 실크로드로 불리는 '일대일로'를 비롯해 아프리카나 라틴아메리카 외교 등 전반을 살필 수 있다. 중국은 개혁개방의 시간을 통해 이미 자신감을 확보한 상태다. 이런 자신감은 아프리카를 넘어 남미 등 세계 곳곳에 뿌리를 내렸다. 물론 여기에는 지나친 화교 중심주의 등으로 인한 반발도 적지 않다. 시진핑 역시 이런 문제를 모를 리 없는 만큼 강연 등에서 '평화적 발전'을 강조한다.
책의 끝부분에는 시진핑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그에 관한 기록을 30쪽 가량 정리했다. 어지간한 평전을 읽는 것 보다 더 나을 정도로 잘 요약된 원고다. 책을 보기 전이나 후에 읽으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기록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대목은 시진핑이 문화대혁명으로 인해 '하방'된 부분이었다. 이때 시진핑은 아버지의 고향인 샨시성에서 노동자로 일한다. 그가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중국의 지도자로 성장하는 과정을 파악할 수 있다.
그가 작은 면단위를 이끄는 데서 시작해 지속적으로 올라가면서 다양한 정책을 제시하고, 실행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가장 눈에 들어왔던 대목이다. 아버지의 후광이 있다고 할지라도 조직의 방향을 설정하고,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안다. 그렇기에 그는 만만치 않은 지도자다. 가장 낮은 단위부터 성장한 만큼 그는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조리하는 것과 같다"라는 노자 도덕경을 삶의 중요한 지침으로 삼는다.
그와 비슷한 시기에 등장해 비교적 사이가 좋다고 알려진 한국과 중국 지도자들을 접하며 우리는 한중 관계에 상당히 낙관적인 생각을 가졌다. 때문에 중국 관련 뉴스를 자가당착의 시점에서 해석하며 오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중국의 대외관계나 정치는 저우언라이 시절부터 굵은 방향을 가지고, 한치의 어긋남도 없이 진행되어 왔다.
반면에 우리의 대중국 정치는 지나치게 온정적으로 흘렀다. 이 과정에서 한국통인 중국 외교관들이 숙청되어 곤란도 겪기도 했다. 시진핑 시대도 다를 리 없다. 우리 대통령의 중국 전승일 행사 참석, 중국 국가 서열 5위인 류윈산의 북한 열병식 참석 등 일련의 일들에서 중국의 핵심 판단 기준은 국익이었다.
1974년 덩샤오핑은 유엔 연설에서 중국은 패권을 지향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지난해 3월 프랑스를 국빈 자격으로 방문한 시진핑은 나폴레옹이 중국을 '잠자는 사자'라고 했던 것을 비유해 이런 말을 했다.
"(나폴레옹은) 잠자는 사자가 깨어나면 세계가 두려움에 떨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중국이라는 사자가 깨어났다. 하지만 그 사자는 '평화롭고 친근하며, 교양있는 사자'다."
-<시진핑의 말> 중에서
시진핑은 애써서 중국이 두려운 사자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은 사자이며, 잠에서 깨어났다는 걸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는 그 사자 옆에서 조용히 읖조려본다.
"지피지기 백전불태(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그가 거대한 중국호의 수장이 된 지 2년이 되어가는 지금의 중국은 어떻고, 앞날은 어떠할지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의 관심이다. 그런 관심은 곧바로 그의 국정방향이나 생각에 대한 관심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이런 이들이 시진핑을 읽어내기에 아주 좋은 책이 나왔다. 시진핑의 연설문이나 인터뷰 등을 통해 그의 국정철학이나 방향 전반을 읽을 수 있는 <시진핑, 국정운영을 말하다>(미래엔 간)가 바로 그 책이다.
시진핑의 눈으로 본 중국
▲ 시진핑 국정운영을 말하다시진핑 정책과 사고 전반을 만날 수 있는 시진핑 국정운영을 말하다 ⓒ 와이즈베리
18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가장 먼저 앞세운 것은 '중국 특색 사회주의'와 '중국의 꿈'이다. 당대 중국 지도자들이 후계자 수업을 하면서 가장 중시되는 것은 사회주의 교육이다. 중국 근대 사상가 량치차오는 물론이고, 루쉰, 쑨원 등 중국인의 사유에 집착한 이들은 한결같이 '중국인은 그냥 두면 모래알과 같아서 산산히 흩어질 수 있으니, 무언가를 통해 아교처럼 묶어두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오쩌둥 이래 그 아교는 사회주의였고, 지도자가 가장 이해해야 하는 덕목이 됐다.
덩샤오핑 역시 처음에는 이런 인식에 회의를 가졌지만, 89년 천안문 사건을 겪으면서 완전히 동화됐고, 이런 전통은 시진핑까지 고스란히 이어졌다. 반면에 '중국의 꿈'은 G2를 넘어 세계 최강국으로 가는 중국인들의 몽상을 말한다. 중국 지도자들은 공산당 창립 100년을 맞이하는 오는 2021년까지 배고픈 사람이 없는 '샤오캉(小康)사회'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또 건국 100년인 오는 2049년까지는 복지국가인 대동사회를 만든다는 '중국의 꿈'을 실현하는데 매진할 거다.
그런데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급성장을 거듭한 개혁개방 35년 동안에 중국 부의 원천은 기득권들에게 모조리 집중되어 시진핑 정부는 논공행상은 차치하고, 국가를 이끌 부가 그다지 많지 않다.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강옹건(1661~1795)시대도 옹정제의 개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조선왕조 500년도 태종의 개혁을 통해 가능했듯이 시진핑은 신생국가인 중국의 개혁을 진행하지 않으면 안 될 처지다. 이런 시대적 필요성은 3장 '개혁의 심화'와 5장 '법치 중국 건설'편에 자세히 서술돼 있다.
시진핑도 이런 상황을 "맛있는 고기는 다 먹어치웠고 남은 것을 딱딱한 뼈뿐"(130쪽)이라는 조금은 과격한 표현을 통해 전달하기도 한다. 다행히 군부는 물론이고 모든 권력을 장악한 만큼 그의 의지만 있다면, 개혁은 어느 정도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자신이 가진 것을 지키려는 본능이 강한 중국인들의 성향을 넘어 그가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자신할 수 없다.
6장은 '사회주의 문화강국'을 주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시진핑은 소프트파워 등을 키워야 한다고 역설한다. 다음 장에서 다루는 인터넷 강국이나 생태문명 등도 중국의 건강한 문화발전을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청년들이 대기업 직원이나 공무원같은 안정적인 일보다는 창업으로 부자가 되는 일에 매진하면서, 중국의 성장세는 전 세계를 아우르고도 남을 것 같다.
다만 제일 앞서 설명한 것처럼 '사회주의'와 '창의산업의 육성' 서로 충돌되는 측면이 많다. 이 부분은 창의산업 육성에 강점을 가진 한국이 도움을 줄 수 있다. 두 나라가 동반자로서 공생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잠에서 깨어난 사자 중국, 우리는?
▲ 2014년 11월 11일 오전 중국 베이징 외곽 옌치후에 자리잡은 ‘국가회의센터’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개회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회의장에 도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12장부터는 대국 관계 구축이나 다자간 외교 등 대외관계에 대한 시진핑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여기에서 신 실크로드로 불리는 '일대일로'를 비롯해 아프리카나 라틴아메리카 외교 등 전반을 살필 수 있다. 중국은 개혁개방의 시간을 통해 이미 자신감을 확보한 상태다. 이런 자신감은 아프리카를 넘어 남미 등 세계 곳곳에 뿌리를 내렸다. 물론 여기에는 지나친 화교 중심주의 등으로 인한 반발도 적지 않다. 시진핑 역시 이런 문제를 모를 리 없는 만큼 강연 등에서 '평화적 발전'을 강조한다.
책의 끝부분에는 시진핑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그에 관한 기록을 30쪽 가량 정리했다. 어지간한 평전을 읽는 것 보다 더 나을 정도로 잘 요약된 원고다. 책을 보기 전이나 후에 읽으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기록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대목은 시진핑이 문화대혁명으로 인해 '하방'된 부분이었다. 이때 시진핑은 아버지의 고향인 샨시성에서 노동자로 일한다. 그가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중국의 지도자로 성장하는 과정을 파악할 수 있다.
그가 작은 면단위를 이끄는 데서 시작해 지속적으로 올라가면서 다양한 정책을 제시하고, 실행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가장 눈에 들어왔던 대목이다. 아버지의 후광이 있다고 할지라도 조직의 방향을 설정하고,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안다. 그렇기에 그는 만만치 않은 지도자다. 가장 낮은 단위부터 성장한 만큼 그는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조리하는 것과 같다"라는 노자 도덕경을 삶의 중요한 지침으로 삼는다.
그와 비슷한 시기에 등장해 비교적 사이가 좋다고 알려진 한국과 중국 지도자들을 접하며 우리는 한중 관계에 상당히 낙관적인 생각을 가졌다. 때문에 중국 관련 뉴스를 자가당착의 시점에서 해석하며 오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중국의 대외관계나 정치는 저우언라이 시절부터 굵은 방향을 가지고, 한치의 어긋남도 없이 진행되어 왔다.
반면에 우리의 대중국 정치는 지나치게 온정적으로 흘렀다. 이 과정에서 한국통인 중국 외교관들이 숙청되어 곤란도 겪기도 했다. 시진핑 시대도 다를 리 없다. 우리 대통령의 중국 전승일 행사 참석, 중국 국가 서열 5위인 류윈산의 북한 열병식 참석 등 일련의 일들에서 중국의 핵심 판단 기준은 국익이었다.
1974년 덩샤오핑은 유엔 연설에서 중국은 패권을 지향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지난해 3월 프랑스를 국빈 자격으로 방문한 시진핑은 나폴레옹이 중국을 '잠자는 사자'라고 했던 것을 비유해 이런 말을 했다.
"(나폴레옹은) 잠자는 사자가 깨어나면 세계가 두려움에 떨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중국이라는 사자가 깨어났다. 하지만 그 사자는 '평화롭고 친근하며, 교양있는 사자'다."
-<시진핑의 말> 중에서
시진핑은 애써서 중국이 두려운 사자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은 사자이며, 잠에서 깨어났다는 걸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는 그 사자 옆에서 조용히 읖조려본다.
"지피지기 백전불태(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덧붙이는 글
관련 내용은 국민TV 민동기의 뉴스바를 통해서도 이야기 됐습니다.(http://www.podbbang.com/ch/6645?e=21803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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