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추락 여객기, 러시아산 미사일에 피격"
네덜란드 주도 국제조사단 보고서 발표... 러시아는 '반발'
▲ 지난해 7월 우크라이나 동부 상공에서 피격된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진상 조사를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 ⓒ BBC
지난해 7월 우크라이나 동부 상공에서 추락해 탑승자 298명이 전원 사망한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MH17편)가 친러시아 반군 점령 지역에서 발사한 러시아산 지대공 미사일에 피격된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 안전위원회가 이끄는 국제조사단은 13일(현지시각) MH17편이 러시아산 지대공 미사일에 격추되어 추락했다는 조사 보고서를 공식 발표했다.
MH17편은 지난해 7월 17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떠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향하던 중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시아 반군이 교전을 벌이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상공에서 격추됐다. 승객 283명과 승무원 15명 등 298명이 모두 사망했다.
네덜란드 안전위원회의 테이베 유스트라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MH17편은 여객기 조종실 좌측 외곽에서 미사일 탄두가 폭발해 추락했다"라며 "이 탄두는 러시아산 부크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인 9M38M1 모델에 장착된다"라고 밝혔다.
국제조사단은 보고서에 누가 미사일을 발사했는지 명시하지 않았으나, MH17편을 격추한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아닌 친러시아 반군이 점령한 지역에서 발사된 것이라고 명확히 밝히면서 사실상 러시아를 가해자로 지목했다.
피격 여객기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온 네덜란드의 마르크 뤼테 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러시아 정부가 MH17편 피격 사건의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국제조사단의 수사에 협력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러시아의 반박... "우크라이나 정부군 지역에서 발사한 것"
그러나 러시아도 이날 국제조사단의 조사 결과와 배치되는 보고서를 발표하며 맞섰다. 러시아 미사일 생산업체 '알마즈-안테이'는 "러시아 전문가들의 실험 결과 MH17편은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점령한 지역에서 발사된 부크 미사일에 피격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알마즈-안테이의 얀 노비코프 사장은 "사고기인 보잉 777기와 동체가 유사한 러시아산 여객기로 가상 미사일 격추 실험을 진행한 결과 MH17편은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통제하고 있는 자로셴스코예 지역에서 발사된 것이라고 증명했다"라고 밝혔다.
노비코프 사장은 "만약 국제조사단의 주장대로 미사일이 (반군 점령지인) 스네즈노예 지역에서 발사된 것이라면 사고 여객기의 왼편이 손상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모든 조사 결과와 자료를 국제조사단에 제공할 용의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국제조사단에 참가한 한 전문가는 "MH17편을 격추한 부크 미사일이 러시아산은 맞지만,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반군이 모두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 가해자를 규명하기 힘들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여객기를 격추한 미사일이 밝혀졌지만, 국제조사단과 러시아가 미사일 발사 가해자를 놓고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어 조사 작업은 여전히 미궁 속에 빠져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