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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산 정상 50년 만에 개방... 인천이 한 눈에

시와 국방부 움직인 시민운동의 성과... '지뢰제거와 문학산성 고증' 과제

등록|2015.10.16 09:32 수정|2015.10.16 09:32

문학산문학산 정상에서 바라본 영종대교와 강화(강화유수부) 방면 인천의 모습. 정상 바로 아래는 남구 일대이고 멀리는 서구와 강화도가 보인다. ⓒ 사진제공 인천시


비류가 백제를 세운 곳으로 알려진 인천 남구 문학산. 인천시와 국방부는 '인천시민의 날'인 15일, 문학산 정상의 절반을 50년 만에 시민에게 개방했다.

비록 절반 개방이지만, 문학산 정상에 올라 인천시 전체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됐다. 개방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한정됐다.

문학산은 삼국시대와 고려,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생활터전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인천도호부가 문학산 자락에 있는 까닭이다. 그만큼 문학산은 군사적으로도 요충지 역할을 했다.

한국전쟁 이후 문학산 정상은 시민들이 접근할 수 없는 곳이 됐다. 이승만 정부가 1958년에 문학산 정상을 밀어냈고, 그 자리에 1961년부터 1979년까지 미군부대가 주둔했다. 미군부대가 떠난 이후에는 한국 공군 미사일부대가 2005년까지 주둔했다.

문학산 정상 개방의 원동력은 시민운동이다. 문학산 정상의 군부대는 레이더기지로서 인접한 봉재산의 미사일부대와 함께 운영됐다. 지난 1998년 군사 작전 중 미사일 오발 사고로 송도 주택가에 미사일 파편이 흩뿌려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시민들은 상당히 놀랐고, 시민들의 이전 요구에 따라 논의가 시작됐다. 그 뒤 국방부는 2005년에 문학산 미사일부대를 영종도 금산과 예단포로 이전했다.

문학산시민대책위 ‘문학산 패트리어트미사일 배치계획 철회 및 시민공원 만들기 시민대책위원회’가 주최한 문학산 미사일 배치 반대 인천시민 한마음 걷기대회가 2005년 6월 26일 시민 8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 시사인천 자료사진


   
이전이 수월했던 것은 아니다. 2005년 3월, 국방부가 당초 이전 계획과 달리 미사일 통제시설만 이전하고 군부대는 그대로 두기로 하면서 시민공원 조성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게다가 문학산에 패트리어트미사일 배치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논란은 가열됐다.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현 인천평화복지연대)와 인천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인천참여자치연대,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인천여성회, 민주노동당, 민주노총인천지역본부 등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정당 40여개는 '문학산 패트리어트미사일 배치계획 철회 및 시민공원 만들기 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이전을 촉구했다.

같은 해 패트리어트미사일 배치계획은 무산됐고, 미사일부대는 영종도로 이전했다. 시민운동의 성과였다. 하지만 문학산 정상은 여전히 시민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번에 개방한 곳은 문학산 정상 1만 9800㎡ 중 절반에 해당한다. 인천시 소유의 땅이었지만, 미군부대 주둔(1961~1979년)과 공군 미사일부대 주둔(1979~2005년), 그리고 2005년 미사일 기지 이전 후에도 줄곧 국방부가 점유했다.

인천시는 이 땅이 시 소유라는 점을 토대로 국방부에 줄기차게 개방을 요청했고, 국방부는 올해 7월 말 개방을 약속했다. 10월 15일 '인천시민의 날'에 맞춰 개방하기로 한 시는 군부대와 개방 합의서를 체결한 뒤 안전성과 조망권 확보, 군 시설 보안 유지 등을 위해 1단계 시설물 정비 사업을 추진했다.

시는 15일 문학산 정상 개방 기념행사로 고유제(告由祭)를 지냈다. 고유제는 국가나 개인이 중대한 일을 치렀거나 치르고자 할 때 조상이나 신에게 그 사유를 알리는 제사다. 비류백제의 조상이라 할 수 있는 부여는 10월에 영고를, 고구려는 동맹이라는 제천의식을 지낸 게 이어진 셈이다.

인천시는 고유제에 참석한 시민들에게 기념행사로 길놀이와 문학산 정상 표지석 제막식, 고유제, 봉수대 거화(擧火), 희망 연 날리기, 축하공연 등을 선보였다.

시 관계자는 "이번 개방 이후 펜스 너머 2단계 지역도 2016년 상반기까지 개방할 계획이다. 또한 문학산성을 시 지정 기념물에서 국가 지정 사적으로 승격될 수 있게 지정 절차를 추진할 예정이다. 나아가 장기적으로 성곽 복원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문학산 정상 개방으로 문학산성 발굴과 고증, 문학산 미군부대 저유시설 인근 토양 오염 문제, 문학산 일대 지뢰 제거 문제 등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2005년 문학산시민대책위의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았던 남구평화복지연대 남승균 대표는 "우선 문학산성의 축성 시기와 방식, 축성 주체를 밝히기 위해 성벽과 성 내부를 발굴 조사해야 한다. 국가사적 지정과 성벽 보수 복원은 발굴조사를 완료한 후 검토를 거쳐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남 대표는 또 "발굴에 앞서 성곽 전체를 정밀실측해서 규모와 현황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 실측 결과를 바탕으로 훼손 전후의 양상을 추정할 수 있고, 꼭 발굴해야하는 지점을 특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한 뒤 "현재 문학산 동쪽에 여전히 지뢰매설 지역이라는 표지판이 있는 만큼, 정상 완전개방을 위해서는 1980년대 설치한 지뢰 제거 여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학산문학산(인천도호부)에서 바라본 계양산(부평도호부) 방면 인천 전경. 산 바로 아래는 남구이고, 멀리 부평구와 계양구다. ⓒ 사진제고 인천시


인천경제자유구역문학산 정상에서 바라본 인천의 남쪽, 연수구와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지구 전경. ⓒ 사진제공 인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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