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토론 없고 실패 없는 한국 교육, 노벨상 어렵다"

[세계과학정상회의] 이스라엘 첫 노벨 화학상 수상자 아론 치에하노베르 교수 쓴 소리

등록|2015.10.19 17:01 수정|2015.10.19 17:01

▲ 2004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아론 치에하노베르 이스라엘 테크니온 공대 교수가 19일 대전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세계과학기술포럼 참석해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 2015세계과학정상회의


"한국 학생들은 수줍어하고 기존 것에 대항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2004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아론 치에하노베르 이스라엘 테크니온대 교수가 남긴 쓴소리다. 19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세계과학기술포럼 참석차 한국에 온 치에하노베르 교수는 한국에서 과학 부문 노벨상이 나오지 않는 이유로 토론 없고 획일적인 교육 문화를 꼽았다.

치에하노베르 교수는 인체 내 '유비퀴틴'이란 물질이 단백질을 분해시키는 과정을 연구해 난치병 치료법 개발에 단서를 제공한 공로로 지난 2004년 노벨상을 받았다. 다른 과학자들이 단백질 생성 연구에 몰두할 때 거꾸로 단백질이 어떻게 사라지는지 연구한 결과다. 이스라엘은 지금까지 노벨상 수상자 12명을 배출했는데, 과학 분야 노벨상은 치에하노베르 교수가 최초였고 이후 노벨 화학상만 4차례 나왔다.

"도전 좋아하는 이스라엘 학생, 실패 두려워하는 한국 학생"

지난 2013년 11월부터 서울대 의대 석좌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는 치에하노베르 교수는 "한국에서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서울대처럼 좋은 대학도 많지만 노벨상이 안 나오는 건 변하기 어려운 문화적 요인"이라면서 "이스라엘 학생들은 도전을 많이 하는데 한국 학생들은 수줍어하고 기존의 것에 대항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치에하노베르 교수는 "이스라엘은 토론 중심 교육이어서 선생이 항상 옳다고 보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한다"면서 "한국에서도 좀 더 토론하고 선생에게 당돌하게 반대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자녀의 실패를 두려워하고 일관되게 성공만 추구하는 한국 학부모들의 교육 방식도 꼬집었다. 치에하노베르 교수는 "한국의 부모는 아이가 한길만을 보면서 성공하길 바라는데 처음에는 성공할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에는 그런 이유로 성공할 수가 없다"면서 "실패에서 배워야 나중에 성공할 수 있기 때문에 부모들도 이것 하나만 하라고 할 게 아니라 실패하면 다른 것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국가 차원에서 노벨상을 강요하는 정부 행태도 비판했다. 치에하노베르 교수는 "노벨상을 타려고 나라가 존재하는 게 아니라 그 나라가 국민들을 위해 개선하는 과정에서 노벨상이 나오는 것"이라면서 "자유로운 환경에서 계속 혁신해야 노벨상이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체에하노베르 교수는 "미국이 중국보다 인구가 훨씬 적어도 노벨상을 많이 타는 건 혁신을 공유하는 환경 때문"이라면서 "한국에도 삼성, LG 같은 글로벌 기업이 있듯 (혁신을 공유하는 문화를 통해) 한 발만 더 나아가면 노벨상을 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