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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친위대' 포진한 인천, '야도'는 옛말?

지지자들 "야당 견제 역할 못하면서 시민들 무력감 커져"

등록|2015.10.20 15:01 수정|2015.10.20 15:01
인천은 한 때 '야도(野都)' 즉, 야당의 도시로 불렸다. 10~20년 전까지만 해도 언론도 '야도 인천'이라 종종 표현했다. 인천은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여 도시를 형성했다. 충청, 호남, 영남 출신 순으로 인구가 많다. 여기다 황해도 등에서 온 실향민과 그 후손들도 꽤 된다.

인천이 '야도'로 불리기 시작한 것은 이승만 정부 때다. 2~4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9명 중 여당인 자유당은 2명에 불과했다. 민주당 3명, 무소속 3명, 국민당 1명 등 야당이 나머지를 차지했다.

인천을 '야도'로 이끈 주요 정치인으로는 죽산 조봉암을 비롯해 장면, 곽상훈 등이 있다. 김은하 전 국회의원이 뒤를 이었다. 김은하 전 의원은 1952년 초대 인천시의회 의원에 최연소로 당선된 후 6~11대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지역 언론도 '야도'를 만드는 데 한 몫 했다. 광복 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복간보다 빨리 창간된 <대중일보>를 시작으로 <대중일보>를 계승한 <경기매일신문> 등은 야성이 강한 언론이었다.

여기다 1970년대 말부터 인천의 영세 소규모 공장 등에 위장 취업한 노동운동세력들이 많아지면서 야성 이미지가 유지됐다. 노동운동이나 시민운동이 어느 지역 못지않게 활성화됐다.

인천, 야도에서 여도(與都)로 바뀌나?

▲ <시사인천> ⓒ 한만송

하지만 '야도 인천'이 최근 몇 차례 선거에서 보수 성향을 나타내고 있다. 여도(與都)로 불리기까지 한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여야는 '황금분할'을 이뤘다. 국회의원 선거구 12개를 절반씩 나눠가졌다.

그해 12월 치러진 18대 대선에선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인천에서 이겼다. 2년 뒤 치러진 6회 지방선거에선 20여년 동안 경기도 김포시에서 정치를 한 새누리당 유정복 후보가 인천에서 3선 국회의원을 하고 시장을 지낸 새정치민주연합 송영길 후보를 이겼다.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의 야권연대에도 불구, 기초단체장도 계양구와 부평구를 빼고는 전부 새누리당에 내줬다.

올해 상반기에 실시된 서구ㆍ강화군 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도 야권은 패했다. 여당 후보가 인천시 재정난을 야기한 책임자로 지목된 안상수 전 시장임에도, 야권은 분열하면서 지지층 결집을 제대로 이뤄내지 못했다. 야권은 이번 10.28 재선거에서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친박' 핵심인사 대거 포진한 인천

새누리당의 정치적 기반인 영남이 아닌데도 인천엔 '박근혜 친위대'로 불리는 정치인이 대거 포진해있다.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은 황우여(연수구 국회의원) 교육부장관이다. 5선 의원인 황 장관은 국회의장에 도전하기 위해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장관직을 수행하면서도 지역의 굵직한 행사에는 얼굴을 내밀고 있다.

황 장관은 입법·사법·행정부의 고위직을 두루 거친 흔치 않은 이력의 정치인이다. 별명은 '어당팔'이다. '어수룩하게 보이는 사람이 당수(唐手: 가라테) 8단'이라는 속어(俗語)에서 나온 말이다. 그만큼 유연하다는 평가다. 그는 현 정부 탄생의 일등공신이다. 2012년 5월부터 2년 동안 새누리당 대표를 하고, 박근혜 후보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상반된 평가도 있다. 황 장관은 1970년대 인혁당사건 다음으로 컸던 명동사건과 학림사건의 판사였다. 소신 있는 판결이나 정치적 행보 없이 주류에 편승한 정치인이라는 평가도 꽤 나온다.

특히 최근에는 '친일 미화, 역사 왜곡' 논란이 일고 있는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를 국민 여론을 무시한 채 강행하고 있다. 그는 당 대표 때부터 일관되게 국정화를 주장했다.

조전혁 전 국회의원도 행동 대장으로 나섰다. 2014년 지방선거 때 경기도 교육감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뒤 다시 인천으로 돌아왔다. 그는 '전교조 공격수'를 자처하며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비난을 자초했고, 지난 8일에는 '새누리당 역사교과서 개선 특별위원회' 원외 인사로 선임됐다.

'친박' 실세로 불리는 윤상현(남구 을) 국회의원도 있다. 그는 최근 '김무성 불가, 친박 대권론'을 주창, 여권 실세임을 다시 자처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누나'라고 하고 다닐 정도로 친분을 과시하고, 일부에선 그를 '국회 상주 청와대 인사'로 부르기도 한다. 청와대 정무특보로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도 동행했다.

여기다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정치인 두 명이 있다. '힘 있는 시장'을 내세워 민선 6기 인천시장으로 당선된 유정복과 이학재(서구ㆍ강화군 갑) 국회의원이다.

이렇게 여권의 실세들이 인천에 포진하고 있지만, 인천시의 재정난이나 수도권매립지를 비롯한 지역 현안들은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없다. 일부 언론은 '박 대통령이 취임 후 아홉 번이나 인천을 방문하는 등, 인천에 관심이 많다'고 보도하기도 했지만, '인천 차별론'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인천 야권 분열에 무기력?

현 정부의 '친위대'를 자처하는 여당 정치인들을 견제해야 할 야당 정치인들의 목소리는 인천에서 잘 들리지 않는다. 기울어진 운동장 탓만이 아니라 내부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이는 야권 지지층의 정치적 무력감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내부의 지적도 나온다. 홍영표 새정치민주연합 인천시당 위원장이 '강한 야당'을 내세웠지만, 선명성이나 투쟁성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당 안팎의 평가다.

인천지역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핵심 당원은 "강한 야당을 내세웠지만, 시당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수도권매립지 문제 말고는 크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당원이나 지지층 확대를 위한 노력이 없다보니 내년 총선 출마 희망자를 중심으로 각개 약진하는 분위기이다"라고 말했다.

현역 국회의원 6명이 주류와 비주류로 절반씩 나뉘어 갈등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비주류에 속하는 의원은 3선의 신학용(계양구 갑) 의원을 정점으로, 재선의 문병호(부평구 갑), 초선의 최원식(계양구 을) 의원이다. 반면, 재선의 홍영표(부평구 을) 의원과 초선의 박남춘(남동구 갑), 윤관석(남동구 을) 의원은 주류로 분류된다.

최원식 의원은 <시사인천>과 한 전화통화에서 "당원들은 문재인 대표 옆에서 사진도 찍지 말라고 한다"며 "현 (지도부)체제로는 내년 총선을 이길 수 없다는 여론이 높다. 총선 전에 전당대회 등을 열어 지도부를 교체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남춘 의원은 "서민경제파탄 등 전·현직 정부의 실정이 심각한 만큼 당이 단합해 내년 총선에서 민심의 무서움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원외위원장은 "당 분열과 관련해 일부에서 호남을 들먹이는데, 경기·서울·인천·충청까지 전패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총선은 대통령 중심제인 체제에서 정권 중간심판이라는 성격이 강할 수밖에 없다. 18대 총선에서 국민들은 노무현 정권 심판의 의미로 한나라당에 과반의석을 몰아줬다. 이를 바탕으로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 등을 강행했다.

인천지역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8년 동안 민생경제는 파탄났고, 가게부채는 증가했고, 양극화는 심화됐다. 남북 갈등도 더 악화됐다. 인천 관련 공약도 거의 지키지 않고 있다"며 "매서운 회초리를 들어야할 야당이 오히려 분열되면서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로 인한 정치적 무력감이 국민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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