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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교육 이후, 아이들 눈이 반짝였다

진로교육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게 하자

등록|2015.10.23 21:17 수정|2015.10.23 21:17
"자신의 존재감이 확인될 때, 아이는 급격하게 변합니다. 하지만 쉽지 않아요. 금방 안 와요. 기다려야 합니다. 부모는 아이가 기댈 수 있는 언덕, 견딜 수 있는 힘이 되어주면 돼요."

작년 영월에 온 신경정신과 전공의 서천석 원장의 말이다. 교사로서 직업의식인지, 서천석 원장님이 아이들 이야기를 할 때마다 난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을 대입해서 들었다. 그 후 아이들에게 말해주는 게 늘었다.

"넌 소중해." "넌 특별해." "개성을 쭉 밀고 가." " 직관을 믿어." "정직하고 용감하게 행동하자." "그게 너의 매력이야."

아이들은 처음에는 어벙벙해 하다가 나중에는 이렇게 반응한다.

"저 잘했죠?" "제 아이디어 번뜩이죠." "이게 제 장점이에요."

자신을 믿을 때 가장 큰 힘이 나온다. 나보다 더 잘난 사람, 더 많이 배운 사람, 더 많이 가진 사람을 무조건 믿고 따르기가 쉽다. 편하니까. 하지만 편하게 살지 말자. 노력해서 아이들이 더 큰 자아를 만나게 하자.

노력해서 큰 자아를 만나는 방법으로 초등학교 6학년 선생님들의 특별한 진로교육을 소개하고자 한다. 크게 두 가지 기준을 세웠다. 첫째, 아이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낯선 존재를 만나게 한다. 둘째. 자신의 세계를 넓힐 수 있게 도와준다. 이를 위해 지역에 있는 기관, 관공서, 회사 등과 연결하여 세단뛰기(Hop:살짝 뛰기, Step:힘껏 뛰기, Jump:넘어서기)를 계획하고 실행했다.

■ Hop: 살짝뛰기- 장점 100가지 찾기, 칭찬샤워(칭찬을 상대방에게 확 부어주는 것)로 자긍심 기르기, 흥미 자석(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구분해서 붙이는 활동)만들어 적성 찾기
■ Step: 힘껏 뛰기- 롤 모델 찾기, 지방법원 가기, 직업인 초청 특강 듣기(판사, 미용사, 요리사, 경찰관, 군수, 판화가, 별마루 천문대 연구원), 지역의 기관이나 시설로 체험가기(소방서, 경찰서, 청정소재진흥원, 라디오스타박물관, 월담도서관, 세경대학교 조리실, 태양광 발전소, 양씨 판화 미술관, 국제협력단, 세계 악기 박물관, 아프리카미술박물관, 맑은물처리장)
■ Jump: 넘어서기- 인생 설계도 만들기, 진로관련 책 읽고 나누기, <세 얼간이>영화보기, 직업 명함 만들기

▲ 모닝빵 구으며 웃는 아이들 ⓒ 김광선


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을 초청하고 그 많은 기관이나 박물관을 다닐 수 있었느냐고 물으면 전해줄 비법은 많다. 모든 아이들이 모든 곳을 다 방문하지는 않았다. <Hop: 살짝뛰기>에서 탐색한 자신의 적성과 직업에 맞는 곳을 선택해서 2~3곳을 가게 했다. 그래야 눈이 반짝반짝해서 자기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에서 만나고 싶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탐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전 꿈이 없었어요. 누가 물으면 그냥 아무거나 괞찮아! 이렇게 대답했어요. 그런데 진로교육 받으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자신의 직업에 푹 빠져 일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했죠."

평소에 수줍음을 많이 타는 엄소민(13,여)은 진로교육 어땠냐는 물음에 당차게 말했다.

반면 진로교육을 통해 꿈을 찾았냐는 질문에 이진희(13,여)는 자신감 있는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도 못 찾았어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요. 운명은 계속 바뀌고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니까요. 마음만 제대로 먹으면 저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도 모두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마음을 먹는 것과 목표를 갖는 것이 어려울 뿐이에요. 천재도 결국 우리와 같은 때론 우리보다 더 나쁜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잖아요. 그렇지만 모두 노력을 해야 해요."

▲ 아프리카미술박물관을 찾아 진로교육 ⓒ 김광선


총지휘를 맡은 박은숙 부장(40, 여)은 "우리 진로교윢이 기능을 익히게 하는 체험학습이 아닌 직업인들은 현장에서 직접 만나고, 그들로부터 직접 듣는 게 좋았어요. 아이들이 진로, 적성, 꿈, 직업 이런 것과 친해진 게 보여요"라며 동학년 선생님들과 머리와 가슴을 맞대고 짠 활동에 대해 자부심이 대단했다.

아이들은 두 가지 모습에서 크게 변했다. 더 이상 판사나 의사 같은 남 보기에 그럴싸한 직업을 말하고 뽐내지 않는다. 그리고 남들이 뭐라고 하건 꿈 얘기를 할 때 환하게 웃고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이렇게 진로교육은 동영상이나 게임으로 만나는 것을 넘어서 직접 현장을 찾아다니며 실제와 생활 속에서 진행되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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