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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 애쓰는, 아빠 탁경국

[서평] 탁경국 변호사의 <계란찜 아빠, 꼬막 남편>

등록|2015.10.24 18:00 수정|2015.10.24 18:00
학교폭력을 방지할 수 있는 최상의 길이 있다면 뭘까? 학원에 뺑뺑이 도는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어줄 수 있을까?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면,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많이 사 주면 해소될까? 아니다. 무엇보다도 가정에서 부모와 자식간에 대화가 최선이다. 그 속에서 아이가 힘들어하는 이야기를 쏟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하려면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받아야만 한다.

그런데 엄마와 아빠가 함께 일하는 직장인이라면 어떻게 될까? 엄마가 가정주부라면 그나마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엄마가 일을 하고 있다면 그마저도 쉬운 건 아닐 것이다. 그럴 경우라면 아빠가 적극적으로 엄마 일을 함께 도우며 살아야 한다.

"부부간 육체의 대화도 대화에 포함시킨다면, 맞벌이 가정에만 국한해 보았을 때 남편이 가사 및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부부가 그렇지 않은 부부에 비해 금슬이 좋다는 통계가 확립되어 있다. 통계를 거론할 것조차 없는 것이, 남편이 집안일을 하게 되면 그만큼 아내가 시간을 벌어 신체적 정신적 피로를 풀 수 있는 데다가, 남편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 생겨 친밀도가 높아지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스킨십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으리라고 충분히 추론할 수 있다."(46쪽)

책겉표지탁경국의 〈계란찜 아빠, 꼬막 남편〉 ⓒ 이상북스

탁경국 변호사의 〈계란찜 아빠, 꼬막 남편〉에 나오는 내용이다. 아내가 직장일로 바쁜 만큼 남편인 그가 아내의 집안 살림을 함께 나눠서 한 일들, 그러면서도 내곡동 특검에 들어가 귀한 성과를 낸 일도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그가 계란찜을 기가막히게 만들어낸 것도, 꼬막 요리를 전국적으로 자랑할 수 있는 근거도 모두 집안의 살림살이에서 터득한 비법인 셈이다.

이 책에서도 밝힌 사실이지만, 독일 같은 곳에서는 학교선생님이 아이들의 미래에 대해 길을 제시하면 90%는 수긍한다고 한다. 그만큼 독일의 선생님들은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을 다각도로 관찰하고 검토하여, 그 아이의 흥미와 적성과 성취도에 맞게 대학이든 직업학교든 권장한다고 한다.

과연 우리나라에서는 그게 통하기는 할까? 그것은 아이가 똥배짱이 있거나 확실한 자기 꿈이 있을 때에만 가능할 것이다. 더욱이 부모가 그에 대해 열려 있어야만 허용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줄세우기식 교육에 몰입된 형편이고, 그를 위해 사교육 시장이 어마어마하게 팽창해 있는 상황이다.

"부모들은 많이 벌든 적게 벌든 가계 지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사교육비 때문에 계속해서 장시간 근로를 해야 하고, 자녀들은 방과 후에 학원 뺑뺑이를 도느라 부모와 대화할 시간이 없다. 이렇게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삶에 여백이 없으니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가 아닌 청소년은 정신과 치료를 받으러 소아 청소년 정신과에 자주 들락거린다."(98쪽)

이토록 삐뚫어진 우리나라의 장래를 걱정한다면 바르게 세워야만 한다. 지금 대학의 문은 활짝 열려 있지만 대학 안에 꿈과 낭만은 사라진 지 오래다. 그저 취업을 위한 고시생으로 전락한 상태다. 그나큼 우리의 미래가 불투명한 까닭이요, 그것은 사회전반의 구조자체가 일그러진 까닭에서 빚어지는 문제점이기도 하다.

전반적인 사회구조를 바꿔나가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그것의 궁극적인 목적이 바로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의 학교생활부터 청소년기를 거쳐 대학진학 이후 또는 청년 직장인들의 저녁을 보장해 줘야 출산율도, 교육환경도, 그리고 생산성도 더 밝아질 수 있는 법이니 말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런 기반을 꿈꾸는 밑그림도 그려놓고 있다. 그래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어떻게 직원의 환경을 생각해야 하는지, 또 어떻게 그들의 가정을 위할 수 있는지, 그리고 정부는 어떻게 출산율과 직장맘들의 고충을 해결해 줄 수 있는지, 전반적인 고민들을 털어 놓고 있다.

물론 이 책은 어렵게 쓰지 않았다. 그냥 들고 있으면 지하철 안에서 몇 분 안이면 술술 읽을 수 있고, 버스 안에서나 공원의 밴치에서도 손쉽게 넘길 수 있다. 가볍지만 위트와 해학과 포근함이 밀려드는 책이요, 그래서 더욱더 따뜻한 세상, 살가운 세상을 꿈꾸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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