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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납품비리로 직원·협력업체 등 9명 구속

원청 직원, 납품업체에 상납 독촉 문자메시지, "내부 청렴 우선"

등록|2015.10.28 13:54 수정|2015.10.28 15:05

▲ 울산 동구에 있는 현대중공업 ⓒ 울산시청 사진DB


협력업체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아오던 현대중공업그룹 직원들이 검찰에 구속됐다.

심지어 일부 직원은 협력업체 대표와 짜고 마치 납품을 한 것처럼 속여 수십 억원 대의 금품을 챙기는가 하면, 이런 사실이 드러나자 사건을 무마하겠다며 금품을 챙긴 교수 등 브로커도 적발됐다.

울산지방검찰청은 지난 27일 이 같은 혐의로 현대중공업그룹 전 직원 4명과 협력업체 대표 2명, 대학교수를 포함한 브로커 3명 등 9명을 구속기소하고 협력업체 대표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현대중공업 직원 협력업체에 "결제 빨랑요" 상납 독촉

현대중공업그룹측은 28일, "자체 감사 결과 이 같은 납품비리를 적발해 지난 7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회사의 의뢰에 따라 3개월간의 신속한 수사로 피해 기업의 환부를 도려내고자 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 자재 담당 직원들과 협력업체 대표들은 지난 2007년부터 2014년까지 납품받지 않은 자재를 마치 납품한 것처럼 서류를 작성해 45억 원을 가로채는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현대중공업 전 차장인 A(52)씨는 지난 2010년 1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납품대금 13억5천만 원을, 생산부서 과장급 기원으로 근무했던 B(53)씨는 2011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3개 협력업체로부터 1억4천만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협력업체 대표 C(44)씨는 2007년부터 올해 3월까지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 직원 2명과 함께 납품을 속여 29억 원을 챙기기도 했다. 또한 대학교수 등 3명은 지난 4월 C대표로부터 "검찰 고발을 막아달라"는 청탁을 받고 많게는 1억1천만 원 적게는 3천만 원을 받은 후 현대중공업그룹 임원들에게 사건 무마를 청탁한 혐의로 기소됐다.

현대중공업그룹 자재 담당 직원이었던 이들은 지속적으로 협력업체에 금품을 요구해왔고 일부는 5만 원권 현금 다발로 1억2500여만 원을 집에 보관하거나 가족 명의로 된 계좌에 6억여 원을 보관하기도 했다.

이들은 '오늘 결제, 월초에는 신경써야지' '결제 빨랑요' '밥 사먹을 돈도 없어서 기다릴게' 등의 문자메시지를 협력업체 대표에게 보내는 등 노골적으로 금품을 요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중공업그룹측은 이들을 모두 해고하고 피해금액 중 17억여 원을 변제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관련 협력업체는 모두 등록이 취소됐다.

현대중공업 납품 비리 그 배경은?

현대중공업그룹측이 밝혔듯이 이 같은 납품 비리는 이번 만이 아니다. 특히 기자는 10년 전인 지난 2005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비슷한 사례를 취재한 것이 있다. 당시 현대중공업이 있는 울산 동구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던 기자는 레스토랑 주방장 E씨로부터 제보를 받았다.

E씨는 현대중공업 정문 앞 유흥주점에서 일할 당시의 일들을 제보했었다. 제보에 따르면 그는 현대중공업그룹 자재를 담당하는 과장급 직원의 부탁을 받아 주점에서 수시로 협력업체가 주는 금품을 보관한 후 이를 직원의 자택으로 가서 전달했다.

이처럼 현대중공업그룹 내에서 납품비리가 만연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첫번째 요인은 대형 선박을 제조하는 데 엄청난 양과 종류의 자재들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수백 개의 협력업체 간 납품경쟁이 치열한 것이 그 배경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적자의 늪에 허덕이고 있는 현대중공업그룹이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내부의 청렴도를 높이는 것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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