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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병 사건' 파기환송... '들쑥날쑥' 군재판 비판일 듯

대법원 "주범 이 병장만 살인혐의 적용해야"... "군사법원 판단 너무 아마추어적"

등록|2015.10.29 12:00 수정|2015.10.29 13:37

윤일병 폭행 사건 유가족 "대법원 파기환송 유감"대법원이 '윤일병 폭행 사건'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가해병사들에게 징역 12~3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으로 파기환송한 가운데,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판결을 지켜본 유가족과 임태훈 군인권센터소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날 유가족은 "대법원 판결은 전체적으로 수긍하지만, (주범 이 병장을 제외한) 나머지 종범들에 대한 파기환송은 매우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 유성호


지난해 4월 후임병에게 지속적인 가혹행위를 가해 숨지게 한 육군 28사단 집단폭행·사망사건의 가해 병사들이 군사법원에서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29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병장 등 4명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징역 12~3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가해자 중 주범인 이아무개(27) 병장에게만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병장과 함께 2심에서 살인죄가 적용된 나머지 3명에게까지 살인죄를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이 병장 등이 동료병사들과 공모해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살인죄의 공소사실에 대해 이 병장의 경우는 살인죄를 인정할 수 있으나 나머지 3명은 공범 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파기 사유를 설명했다.

앞서 2심재판부인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은 하아무개 병장(23)과 지아무개 상병(22)·이아무개 상병(22) 등을 살인죄의 공동정범이라고 보고 징역 10∼12년을 선고한 바 있다.

"나머지 3명에게까지 살인죄 적용하기 어렵다"

고개숙인 '윤일병 사망사건' 가해 병사들2014년 9월 16일 오전 '윤일병 사망사건' 재판이 열리는 경기도 용인시 3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에서 가해 병사들이 피고인 석에 앉아 있다. ⓒ 권우성


이 병장 등은 지난해 3월 초부터 윤 일병에게 가래침을 핥아 먹게 하고 잠을 재우지 않는 등 가혹행위를 저지르고 수십 차례 집단 폭행을 가해 같은 해 4월 7일 윤 일병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과 2심 군사재판에서는 가해 병사들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가 쟁점이었다.

군 검찰은 애초 이들을 살인이 아닌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했다가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이 병장 등 4명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공소장을 변경했다. 이들이 윤 일병이 숨질 가능성을 알면서도 계속 폭행해 숨지게 했다는 것이다.

1심재판부인 육군 제3군사령부 보통군사법원은 "이 병장의 경우 미필적이나마 윤 일병이 사망할 것을 인식하면서 폭행을 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알지 못하고 때렸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군 검찰이 예비적 공소사실로 돌린 상해치사 혐의만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인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은 "(가해자들은) 피해자가 죽을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았고 이를 용인했다고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판시하면서 이 병장의 범행에 가담한 다른 병사 3명 모두를 살인죄의 공동정범으로 봤다.

그러면서도 2심 재판부는 "살인을 주도적으로 계획한 것이 아니고 유족을 위해 1천만 원을 공탁한 점 등으로 미뤄 1심 형량은 다소 무겁다"고 판시했다. 2심에서 살인죄가 인정되었지만 이 병장의 형량은 징역 45년에서 35년으로 줄었고, 나머지 피고인 4명도 각각 징역 15∼30년을 선고받았다.

"군사법원 판단 너무 아마추어적"

이날 대법원 판결로 군사법원에 관한 비판 여론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1심에선 가해자들에게 살인죄를 인정하지 않았고, 2심에선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인정하면서도 주범 이 병장 외에 가해자들을 모두 살인의 공동정범으로 보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가해병사 중  한 사람인 하아무개 병장의 변호인 김정민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그동안 군 검찰과 군사법원의 판단이 너무나 아마추어적이었다. 법리를 엄격히 적용해서 상식적인 판단을 했어야 하는데, 1심에서는 살인죄에 대해서 전원 무죄였다가 2심에선 전원 유죄로 판단을 하게 된다면, '도대체 왜 군사재판은 이렇게 들쑥날쑥이냐'는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또 김 변호사는 "윤 일병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가지도 않았다는 것은 전혀 논쟁이 될 만한 문제도 아니었다는 얘기"라며 "1심과 2심 군사법원의 판결은 법률전문가들이 보기에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군사법원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고 윤승주 일병의 유가족들은 대법원 판결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 판결은 전체적으로 수긍하지만, (주범 이 병장을 제외한) 나머지 종범들에 대한 파기환송은 매우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 편집ㅣ홍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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