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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사전적 의미로 독재자"

[10만인클럽 '만인보' 캠페인①] 박근혜 대통령 인터뷰 '성지순례'

등록|2015.11.03 16:43 수정|2015.11.24 14:40
'만인보(萬人步)'. 한 명의 만 걸음보다 만 명의 한 걸음이 당당합니다. 만인은 권력과 자본 앞에 할 말 하는 언론의 버팀목입니다. 만인은 공정하고 공평한 사회를 만드는 어깨동무이자, 찬우물처럼 깨어있는 시민의 뉴스 공동체입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오마이뉴스>를 매월 자발적으로 유료 구독하 10만인클럽의 만 번째 주인공이 되어 주십시오. [편집자말]

▲ 아버지 이름 앞의 대못 뽑으려고 ‘역사전쟁’ ⓒ 고정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성과도 인정해야 하지만 일부에선 '독재자'라고 평가한다."

내 질문에 간혹 웃던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이 하얘졌다. 잠시 머뭇거린 뒤 나온 말은 이랬다.

"독재라는 말도 사전적인 의미로 적용하면 맞을 것이다."

이 말을 듣고 쾌재를 불렀다. '이건 제목 감이다!' 물론 겉으로 티를 내지 않고 질문을 이어갔다. 

- 아버지의 강권통치를 인정하는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으로 정치권에 '무임승차'했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도 "맞는 이야기"라고 했다. 얼씨구! 2001년 2월 15일자 <오마이뉴스> 톱기사 제목은 이랬다.  

"아버지는 사전적 의미론 독재자... 난 그 후광에 '무임승차'했지만"

▲ 아버지 이름 앞의 대못 뽑으려고 ‘역사전쟁’ ⓒ 고정미


▲ 아버지 이름 앞의 대못 뽑으려고 ‘역사전쟁’ ⓒ 고정미


그가 불 지르고 싶은 두 글자 '독재'

현대판 분서갱유. 박근혜 대통령은 박정희 독재를 기록한 교과서를 불태울 기세다. 하지만 그도 아버지를 독재자로 불렀던 시절이 있었다.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다. 국회의원회관 545호실에 앉아있던 그는 당시 정치 입문 4년 차였다. 무려 2시간 동안 인터뷰했지만 '각'이 없거나 추상적인 답변뿐이어서 조바심을 냈는데 막판에 대어가 걸렸다. 

이날 그의 마지막 말만큼 인상 깊었던 것은 사무실 벽에 걸린 사진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 부부가 나란히 서서 손을 흔들었다. 간절하게 닮고 싶다는 뜻이다. 박정희 피가 그의 DNA에 흐르고 있다는 뜻이다. 사실 그는 아버지의 "강권통치는 인정하지만 경제성장을 위해 어쩔 수 없었던 일"이라고 평가했다. 가장 존경하는 역대 대통령으로 아버지를 꼽았다.
 
14년이 흐른 뒤 그는 아버지가 있던 청와대에 앉아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남아있는 곳이다. 다시 권력을 잡았지만 인터뷰에서 어렵사리 인정했던 '독재자 박정희'. 그게 눈엣가시였을 것이다. 치욕스러웠을 것이다. 아버지 이름 앞에 대못처럼 박혀있는 역사적 평가를 우리 교과서에서 뽑아내려고 그는 기어코 전쟁을 벌였다. 역사 교과서 위에 '좌경용공', 붉은 페인트 통을 쏟아 부었다.

▲ 아버지 이름 앞의 대못 뽑으려고 ‘역사전쟁’ ⓒ 고정미


▲ 아버지 이름 앞의 대못 뽑으려고 ‘역사전쟁’ ⓒ 고정미


박근혜의 '사적 욕망'에 맞선 시민들의 '대의'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2015년 10월 29일 오후. <오마이TV>가 이화여대생들의 '박근혜 대통령 방문거부' 시위를 생중계하고 있다.

"경찰이 나를 때렸어요!"
"이게 대체 2015년에 있을 수 있는 얘깁니까!"
"국정교과서 추진, 박근혜는 이대에 발붙이지 마라!"

학생들의 구호와 울부짖음이 노트북 영상을 타고 흘러나왔다. 경찰에 가로막힌 학생들이 현수막을 들고 교정을 뛰었다. 박정희 독재 시절에 익숙한 모습이지만 박근혜 정권 입맛에 길들여진 공영방송에서 들을 수 없거나 단신 처리할 뉴스다. 부자신문 <조중동>이 '종북 학생' 딱지를 붙일 뉴스다.   

독재자의 딸은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아부하는 언론이 소통 권력을 잡고 있는 시대지만 매월 1만 원 이상씩 <오마이뉴스>를 자발적으로 유료 구독하는 10만인클럽 회원 수도 늘고 있다. 이들이 게시판에 남긴 가입 동기는 박근혜 대통령의 사적 욕망보다 대의에 가깝다.  

"오늘에서야 10만인클럽 회원이 된 40대 직장인입니다. 세월호, 노동개악, 국정교과서... 정말 요즘처럼 답답한 시절을 처음 접해보는 듯합니다. 이게 대체 민주주의 국가가 맞는 것인지. 정말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제가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진실 되고 좋은 뉴스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오마이뉴스 같이 바른 언론이 계속해서 발전해 갈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는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늦었지만 오늘부터 시작합니다."(준빠)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기본권이 인정되는 나라, 차별받지 않는 나라, 자랑스러운 나라를 꿈꾸는 소박한 꿈을 가진 사람입니다."(의식혁명)

"어느 정도 '반동'의 시련은 어느 역사에서나 있어 왔다지만 도대체 우리나라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건지요. 과연 끝이 있는 것인가요? 절망만 하고 있기에는 자식들 보기가 부끄럽군요."(cbchon)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왜곡되지 않은 정직한 정보를 원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민주적인 국가에서 살아가기를 바라는 엄마입니다."(24k)

"페이스북에 요즘 국정교과서 관련해서 많은 기사가 올라오는데, 수고하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힘내세요. 오마이뉴스가 막힌 뉴스를 세상에 알리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timoteo.jhang)

▲ 아버지 이름 앞의 대못 뽑으려고 ‘역사전쟁’ ⓒ 고정미


'박근혜 성지 순례' 추천 코스

요즘 인터넷상에는 '박근혜 대통령 성지순례'가 유행이다. 박 대통령의 국정교과서 추진을 예언한 말들을 퍼 올리는 누리꾼들의 역설적인 온라인 행사다. 그 성지의 하나로 <오마이뉴스> 인터뷰 기사를 적극 추천한다. '독재자 박정희'. 다른 사람의 입이 아닌 박 대통령이 직접 한 말이다. 그는 자기가 권력을 잡으면 역사책을 바꾸겠다고 예언한 게 아니라 '다짐'했다.

- 역대 대통령으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 아버지라서 하는 소리가 아니고, 항상 옆에서 많이 보았으니까. 아버지의 나라를 사랑하는 정신을 존경한다. 사심이 없고 국가 이익에 관계된 일이라면 양보를 하지 않으셨고, 목표를 이루려는 의지가 굉장히 강했다. 그리고 목표한 것이 있다면 그것을 꼭 이루었다."

 - 박 전 대통령의 성과도 인정해야 하지만 일부에선 박 전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평가하고 있다.
"독재라는 말도 사전적인 의미로 적용하면 맞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 있다. 아버지 10주기를 맞아 어떤 언론인이 쓴 글이 있는데 '아버지를 바르게 평가하려면, 한반도가 아버지를 만들어간 것과 아버지가 한반도를 만들어간 것을 같이 봐야 한다'고. 정치인도 시대 상황이 만들어내는 거다. 정치인은 결과를 보고 판단해야 하는 거지만 변명은 있을 수 있다."

▲ 아버지 이름 앞의 대못 뽑으려고 ‘역사전쟁’ ⓒ 고정미


반동의 터널, 시작인가 끝인가?

역사를 박정희 시대로 되돌리려는 시도. 이게 그 기나긴 반동의 터널, 시작인지 아니면 끝인지 알 수 없다. 후대 사가들이 지금 시기를 어떻게 기록할지도 아직 알 수 없다. 청와대 권력과 시민 권력이 맞붙고 있다. 역사를 쓰고 있다. 반동의 역사를 막으려는 수많은 학생과 시민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으려면, 깨어있는 시민 편에 선 <오마이뉴스>는 살아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올해가 가기 전에 아래 버튼을 눌러주기 바란다. 부자 매체처럼 자전거를 줄 돈은 없지만, 시민들의 건강한 목소리를 끝까지 지킬 수 있다. 오마이뉴스만의 힘이 아니라 10만인클럽 회원들의 힘으로. 박 대통령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포기하고 14년 전에 <오마이뉴스>에게 했듯이 국민들에게 진정으로 이렇게 말할 때까지.

"아버지는 사전적 의미로 독재자였다."

▲ 아버지 이름 앞의 대못 뽑으려고 ‘역사전쟁’ ⓒ 고정미



○ 편집ㅣ박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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