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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도' 진위논란 재연 "김재규, 10.26 이전 소장했을 것"

정준모 전 국현 학예실장 "위조범 한 마디에... 1984년 위작 그릴 수 없어"

등록|2015.11.01 20:59 수정|2015.11.01 21:00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한국 화단의 대표 여성작가였던 천경자 화백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뒤 '미인도' 진위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천 화백은 생전에 이 작품이 위작이라고 주장했고 최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추모식을 마련한 유족 측도 같은 입장을 전했다.

1999년 천 화백의 '미인도'를 위조했다고 진술한 고서화 전문위조범 권모씨를 수사했던 전직 검사는 지난달 28일 공개강연에서 이 작품이 "위조된 게 맞다고 본다"는 개인 의견을 밝혔다.

이번에는 위작 시비가 불거졌을 때, 이를 반박했던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국현) 학예실장이 위작이 아니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정씨는 당시 "미인도는 진짜이며 국립현대미술관이 현재 소장하고 있다"며 "동양화 위조범과 현대미술관중 어느 쪽을 믿느냐"고 반문한 것으로 보도됐다.

정씨는 시사저널 최신호에 '나비와 여인은 왜 미인도가 됐을까'라는 제하의 글에서 "1990년 1월 금성출판사에서 출간된 '한국근대미술선집' 중 11권인 '장우성/천경자편'에 해당 작품이 흑백 도판으로 이미 수록돼 있다"고 적었다.

그는 1999년 위작 시비를 거론하며 "권씨는 1984년에 위작을 그렸다고 주장했지만, 미인도가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이관된 것은 1980년"이라며 "위조범의 한마디에 미인도가 또다시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1일 기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미인도 사건이 터진 것은 1991년 4월인데 위작이라면 어떻게 1년 전에 나온 책에 그림이 실렸겠는가"라며 "그림은 적어도 1979년 10월 26일 이전에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의 수중에 들어갔을 텐데 위작이라면 그 슬라이드가 어디에서 나와 도록에 들어갔겠는가"라고 주장했다.

그는 "1979년 10·26 사태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재산을 압류하는 과정에서 상당수 미술품이 발견됐다"며 "어깨에 나비가 앉은 여성을 그린 이 그림은 검찰을 통해 법무부로 넘어가 국가로 환수됐고 절차에 따라 국립현대미술관에 이관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권씨가 한 인터뷰에서 1980년 이전에 미인도를 위조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선 "그가 보고 베꼈다는 작품 '장미와 여인'의 제작연도는 1981년이어서 앞뒤가 들어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스스로 위작을 만들었다는 사람이 다시 나타나 사람들의 호기심에 기름을 붓고 있다"며 위작을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하다"면서 "그를 불러 그려보라고 하면 될 일이니 생방송에 출연해서 실연을 해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많은 검증과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진품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지만, 아직도 작가는 물론 진위 여부는 많은 사람에게 전설의 수수께끼로 남아있다"며 "작가가 세상을 떠나고 들려오는 이야기들이 환희와 고통이 교차하는 그의 그림을 더욱 처연하게 만드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적었다.

그는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미인도는 최소한 위작은 아니다"라며 "감정적으로 대처하지 말고 이성적으로 사실 여부를 따져 판단하면 결론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현재 한국미술품감정협회 감정위원(유화), 미술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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