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30일 아침, 고덕 상장리에 소재한 농협통합RPC로 산물벼를 싣고 온 트럭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다. ⓒ <무한정보신문> 이재형
추수기 황금들녁에서 바심을 끝낸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시중 쌀값이 떨어지자 도매상 및 방앗간들이 산물벼 매입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산물벼가 갑자기 몰려드는 데다 벼의 수분율도 높아 입고를 감당하지 못한 농협통합RPC는 수확절정기에 사나흘씩 문을 닫았다. 나흘을 쉬었다가 문을 연 지난 10월 24일, 농협통합RPC에서 고덕 지곡리 다리까지 꼭두새벽부터 산물벼를 싣고 온 트럭이 수백미터 장사진을 쳤다. 아무리 기다려도 늘어선 줄이 줄어들지 않자 농민들은 애를 태웠다. 예산군민체육대회가 성대히 열린 날이었다.
그리고 이틀이 지난 뒤 농협통합RPC는 또 문을 닫았다. 들녘에서 벼를 수확하던 콤바인도 따라서 멈춰섰다. 바심을 해 봤자 수매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하루가 급한 농민들의 속은 타들어갔다.
10월 30일 새벽 나흘만에 다시 문을 연 농협통합RPC 앞으로 산물벼가 담긴 톤백을 실은 트럭들이 또 수백미터나 늘어섰다. 트럭을 세워놓은 농민들은 서넛씩 모여서서 담배를 피우거나 망연히 빈 들을 바라보며 새벽한기에 어깨를 움츠렸다.
한 농민은 "수분함량이 높아서 밀린다고 하는데 그보다도 쌀값이 떨어져서 그렇다. 방앗간들도 벼를 안 사고 장사꾼도 안 보이니 쌀 팔아먹기 어렵게 생겼다. 나부터도 집 창고에 쌓아놓지 않는다. 이렇게들 RPC로 몰려드는데 건조능력은 부족하고 답답한 일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한 농민은 "예산군에서 제일 큰 통합RPC가 두 번이나 문을 닫고 이 난리를 치르고 있는데 정치인들은 코빼기도 볼 수 없다. 선거 때는 뻔질나게 드나들면서…"라고 하자 "다 쌀값이 떨어져서 생긴 일인데 누구 탓을 헐겨. 왜 쌀값이 떨어지는지 잘 생각해 보고 앞으로는 제발 똑똑히 선거를 혀야 혀"라고 말을 받으며 너털웃음을 쳤다.
한편 농협통합RPC 김경수 대표는 "산물벼 입고가 일시에 몰리고 있다. 예년에 비해 초기에 1000여톤이 더 들어 왔다. 물량을 감당할 수가 없어 일시적으로 문을 닫았다. 특히 올해는 수분율이 높아 건조시간이 더 걸린다. 더구나 자체 건조시설을 갖춘 대농들도 RPC로 가져오고 있다. 쌀값이 떨어지니까 농민들의 불안심리로 이런 일이 생기는 것 같다. 올해는 산물벼 수매기간을 오는 4일까지 연장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신문>과 인터넷신문 <예스무한>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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