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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35는 공군을 망친다" 정말일까

[F-35 사업의 문제점②] F-35의 '대마불사전략' 대 '탈출전략'

등록|2015.11.15 11:24 수정|2015.11.15 11:24
☞ [F-35 사업의 문제점①] 레이더 유도미사일과 스텔스기의 현실에서 이어집니다.

이미 록히드마틴의 F-22 스텔스기 개발사업은 기술적 결함과 천문학적 예산초과에도 불구하고 40여 개 주에 걸친 생산시설로 인해 지역구를 챙기려는 미 의회에서 "대마불사(too big to fail)"의 사업으로 여겨졌으나, 지난 2009년 생산중단을 경험한 바 있다.

캐나다 CBC와 호주 ABC는 각각 지난 2012년, 2013년 F-35 구매계약 관련 심층 취재를 통해 록히드마틴사의 캐나다 및 호주정부에 대한 로비 능력이 얼마나 막강한지를 보여주었다. ABC는 록히드마틴 경영진과 호주 존 하워드 총리가 지난 2002년 당시 하워드 총리의 방미 기간 백악관 인근 호텔에서 비공개 회동을 한 자리에서 경쟁 입찰 없이 100대의 F-35 단독 수의계약에 서명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폭로한 바 있다. 또한 CBC 역시 캐나다 보수당 정부가 록히드마틴사의 막강한 로비에 의해 지난 2010년 경쟁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65대의 구매를 결정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두 방송의 취재결과가 일관되게 지적한 것은 두 나라에서 막대한 정부예산이 지출되는 전투기 사업에 수의계약은 유례없는 일이며, 록히드마틴사가 막강한 로비력으로 비밀리에 정부 고위관계자들을 사전에 접촉하여 경쟁입찰을 막고 단독 구매계약을 체결시켰다는 점이다. 특히 당시에는 F-35의 구체적 비용이 얼마인지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체결된 계약들이라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국내언론에 알려진 바대로 한국의 경우도 지난 2012년까지 이루어진 공군의 차세대전투기사업 논의결과를 무시하고, 당시 김관진 국방장관 등이 돌연 "스텔스 대세론"을 들고 나오며 록히드마틴사와 F-35 구매를 수의계약으로 급선회한 바 있다.

F-35는 과연 '대마불사'인가?

기술이전 무산 관련, 집중포화 맞은 김관진 실장한국형 전투기(KF-X) 사업 정책결정의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던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3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국정감사를 받는 자리에서 기술이전 무산과 관련해 야당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 남소연


그간 국내 일부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F-35의 원조 스텔스기인 F-22가 성능은 뛰어나지만 단지 가격이 비싸서 생산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국방비예산지출에 매우 관대한 미국사회에서 F-22 사업은 단순히 가격만 문제 되었던 것이 아니다. 지난 2000년대 내내 F-22의 어처구니없는 기술적 결함들이 연이어 폭로되면서 급기야 2008년 대선 때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공화당의 존 매케인 양당의 후보들조차 생산중단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애초 F-22 개발사업은 현재의 F-35와 마찬가지로 미국 44개 주에 분산된 록히드마틴의 생산시설에서 부품이 생산되어 지역구를 챙기려는 상·하원 다수 의원들로부터 지지를 받으며 이른바 "대마불사(too big to fail)"의 사업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정치적 버팀목이 되어주던 44개 주에 걸친 분산생산으로 인해 품질관리에 난항을 겪었고, 최종조립단계에서는 서로 규격이 맞지 않는 부품들을 일일이 손으로 재가공해서 다시 조립해야 하는 문제까지 겪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역설적으로 F-22의 자랑인 스텔스기능의 보강과 유지를 위한 설계가 F-22를 실전에 투입시키지 못하는 애물단지로 전락시켰다. 지난 2009년 미 의회에서 F-22 생산중단법이 통과된 당일 MSNBC 방송에 따르면, F-22의 스텔스기능을 보강하기 위해 레이더 흡수코팅을 한 기체외피가 외부충격에 취약해 비를 맞을 경우 손상된다는 록히드마틴사 전 직원의 고발이 이어졌다. 심지어는 스텔스기능으로 취약해진 기체외피의 문제로 단지 지상군의 소총 공격을 받아도 화재가 발생할 위험이 커, 생산된 뒤에 벌어진 아프가니스탄전, 이라크전에 단 한 번도 출격시키지 못했다.

게다가 F-22는 평균 1시간 비행을 위해 30시간의 정비가 필요할 만큼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따랐고, 비행 중 평균 1.7시간마다 치명적 결함을 겪었다. 결국 대선 후인 2009년, 민주, 공화 양당의 압도적인 지지 속에 F-22 생산중단법이 통과되었다. 이에 따라 애초 750대를 생산하기로 계획되었던 F-22는 187기로 단종되었고 지금까지 F-22는 단 한 차례도 실전에 투입된 바가 없다.

'죽음의 악순환(Death Spiral)'에 접어든 F-35 사업

영국 판버러 에어쇼 2014록히드 마틴 사의 CEO 메릴린 휴슨이, 지난 2014년 7월 14일 영국 햄프셔 판버러 에어쇼 첫날 기자회견에 나서 F-35 전투기에 대해 설명했다. ⓒ 연합뉴스/EPA


물론 전투기 성능의 낱낱을 '밀리터리 매니아'수준으로 논의하자면 한도 끝도 없는 이야기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F-35 사업이 미국과 주요 도입국가들에서 위기에 빠졌다는 점이다. 호주정부는 지난 2002년 비밀계약을 통해 100대의 F-35 구매를 결정했으나, 개발일정이 5년 넘게 지연되면서 공군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지난 2013년, 24대의 F-18 슈퍼호넷 전투기로 일부 대체하고 F-35의 구매계약을 72대로 한차례 축소시킨 바 있다. 또한 캐나다의 경우 신임 트뤼도 총리가 65대의 F-35 구매계약을 백지화시켰다. 네덜란드는 애초 85대의 구매계약을 30대 수준으로 축소시키고, F-35로 대체시키려던 F-16의 수명을 연장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에 더해 지난 11월 4일 미 하원 국방위원회 소위에 출석한 미 해군 당국자들은 F-35C (F-35의 해군용 버전)의 납품지연으로 인해 호주와 마찬가지로 약 24~36기의 F-18 슈퍼호넷을 구매하고, 그만큼 F-35 구매량을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록히드마틴사는 최근 논란을 일으킨 F-35의 헬멧안전 문제로 인해 설계변경 등 보완작업에만 1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히는 등 기술결함과 납품지연, 그에 따른 구매계약 축소는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미 상원 존 매케인 국방위원장은 F-35 생산계획의 감축을 천명하고 있고,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 경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까지도 최근 미국의 유력 방송프로그램(Hugh Hewitt Show)에서 F-35 개발계획을 백지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유력 정치인들의 이러한 입장이 단순한 정치적 제스처라고 보기 힘든 이유는 앞서 밝힌 것처럼 이미 F-35의 원조스텔스기인 F-22 사업이 대선을 계기로 생산 중단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술결함 -> 비용상승 및 납품지연 -> 구매계약 취소 및 감축 -> 비용 추가상승 -> 생산중단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미 군수업계는 '죽음의 나선순환(death spiral)'으로 부른다. 앞서 밝힌대로 F-16과 지상전 지원기 A-10을 설계한 미국의 전설적인 엔지니어 피에르 스프레이는 지난 수년간 미국, 캐나다, 호주, 네덜란드 유력 방송사들과의 인터뷰에서 이와 같은 F-35사업의 악순환을 지적해왔다. 그는 약 2500대 생산이 계획된 F-35의 실제 생산량은 500대 이내에서 중단될 것이고, 최종가격은 최근 추정치인 약 1억3천5백만 달러(약 1천5백억 원)를 넘어 최소 2억 달러(약 2천2백억 원)를 상회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야당, F-35 사업 "탈출비용" 최소화에 전력해야

▲ F-35 ⓒ 오마이뉴스


F-35 사업이 호주, 캐나다는 물론 미국에서도 이미 기술결함-비용상승 및 납품지연-구매계약 취소 및 감축의 악순환에 빠져들었지만,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박근혜 정부가 계약을 철회하거나 변경할 거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미국의 2008년 대선을 통한 F-22 생산중단 사례나 캐나다의 10월 총선을 통한 F-35 계약 백지화 사례처럼 결국 국내에서도 F-35 구매계약과 한국형 전투기사업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총선, 대선과 같이 국민 여론을 수렴할 수 있는 기회밖에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전까지 과연 이 정부가 F-35 구매 및 한국형 전투기 사업에 대체 얼마나 공공예산을 지출할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그간 캐나다 언론에 공개된 캐나다 정부의 F-35 관련 지출비는 약 1억5000만 달러(약 1650억 원)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캐나다 총선 후인 지난 10월 30일 캐나다판 조달청인 공공사업서비스처(PWGSC)는 언론에 캐나다 정부가 지난 1997년부터 실제로 지출한 공동개발 총액은 그 두 배가 넘는 약 3억900만 달러(약 3천400억 원)라고 밝혔다. 이처럼 대형 정부사업은 '뚜껑'을 열어보지 않는 한 외부에서 인지하기 어려운 지출들이 많고, 정책전 환기에 커다란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

이에 비하면, F-35 구매계약을 늦게 한 덕에 한국 정부가 지출한 예산은 아직 미미하고, 최근 국회를 통과한 내년 예산안 약 6백여억 원 정도가 가시권에 잡힌다. 그러나 캐나다 사례처럼 해가 갈수록 F-35 구매 및 한국형 전투기사업(KF-X)의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지출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때문에 야당 등은 총선, 대선에서 국민 여론을 수렴할 때까지 이 사업에 대한 국방부의 지출을 최소화시키고 실제로 지출한 비용의 정확한 집계를 통해 향후 이 사업으로부터의 '탈출비용'을 줄이는데 전력해야 할 것이다. 피에르 스프레이, 윈슬로 휠러 등 미 군사전문가들은 F-35 구매국들에게 기존 주력전투기인 F-16의 수명연장을 통해 시간을 벌되, 향후 추세를 보아가며 다른 전투기들로 구매할 것을 권고했다.

미국의 군사평론가인 윈슬로 휠러는 지난 2010년 또 다른 F-35 구매국인 네덜란드의 공영방송 프로그램인 NOVA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구매계약을 체결한 국가들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마지막 질문에 인상적인 답변을 했다. "뛰쳐나와야 한다. F-35는 당신 나라의 공군력을 망칠 것이다. 걷지 말고 뛰쳐 나와야 한다(Run! Get away from the plane. It's gonna ruin your Air Force. Don't walk. Run!)."

실제로 네덜란드 의회는 지난 2012년 총 85기의 F-35 구매계약에 대해 투표를 통해 한차례 부결시킨 바 있고, 최종적으로는 애초 구매계약의 절반도 안 되는 30~37기로 감축하되 기존 주력전투기인 F-16의 수명을 연장하는 정부 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 편집ㅣ박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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