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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토론수업 교재 펴낸 명혜정 교사를 찾아서

등록|2015.11.17 16:40 수정|2015.11.17 16:40

▲ 국어교사로 지내며 9권의 책을 펴낸 명혜정 교사. ⓒ 오문수


지난 14일(토) 고흥을 다녀왔다. 여수에서 고흥반도까지 가려면 두 시간쯤 걸릴 줄 알았는데 반도 입구가 목적지라 한 시간쯤 걸렸다. 비가 추적추적 내렸지만 가뭄 끝이라 반갑기만 했다. 더군다나 "좋은 분이 계신다"는 후배 교사의 추천을 받았기 때문에 은근히 설레기도 했다.

전화 연락을 받고 마중 나온 후배 교사를 따라 들어가는 길은 '철학자가 사유하는 길'처럼 양옆에 후박나무와 상수리나무, 소나무가 우거져 있고 집 뒤안에는 산죽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었다.

▲ 명혜정 교사 집으로 들어가는 입구의 철학길. 그녀는 이 길을 따라 나가 저수지 주위를 돌며 명상을 한다고 한다. ⓒ 오문수


현직 교사로 근무하며 9권의 책 펴낸 명혜정 교사

"집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철학자 냄새가 나서 좋은데요."
"예! 한가한 시간이면 그 길을 따라 나가 저수지를 한 바퀴 돌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합니다. 들어오는 입구에 무덤 몇 기가 있는데 밤늦은 시간에도 전혀 무섭지가 않네요."

편안한 마음으로 수인사를 하고 악수를 청하는 그녀의 미소가 아름다웠다. 순천과 고흥 인근에서 30년간 국어교사로 지낸 명혜정 교사. "화장도 안했는데…"라며 미소를 짓는 그녀와 대화를 나누며 자연스레 얘기를 시작했다.

그녀는 순천 인근지역 국어교사들 모임인 '수업 UP'회원이다. 회원들은 한 달에 두어 번씩 모여 수업방법론을 논의하며 교육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쉽고 효과적인 토론 수업모델은 없을까를 고민하다 <인문학의 숲을 거니는 토론수업> 교재를 발간했다.

▲ 순천국어교사 모임인 '수업 UP' 회원인 명혜정, 배선미, 김지현, 김인혜 교사 공저인 <인문학의 숲을 거니는 토론 수업> 교재 ⓒ 오문수


그들은 수업 중 활용했던 독서토론 방법을 공유하며 수능 독서문제풀이 능력 향상을 위한 비문학 도서를 선정해 독후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순천고와 순천여고 학생들의 연합캠프를 꾸준히 개최하며 책 만들기, 서평 쓰기, 인문학 교실 모니터링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국어 교과서만 가지고는 정보의 양이 적고 특히 인문학의 거대한 산맥을 넘을 수 없기 때문에 토론에 관한 책을 주로 썼지만 동학에 관한 책도 발간한 명혜정 교사에게 질문을 시작했다. 방안 액자 속에는 말타고 달리는 우리나라 유일 여자 동학군의 그림이 있었다.

- 동학에 관한 글을 쓰셨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성자의 시대>를 쓰신 류인학 선생님이 주도하는 명상수련회에 참석했다가 그분의 인연으로 전국 여성 동학소설을 쓸 사람을 모집한다는 여성학자 고은광순샘을 만나게 되어서요."

- 현재까지 선생님이 집필한 책 이름을 열거해주세요.
"<우리별이 뜰 때> <아이들에게 세상을 배웠네> <토론의 숲에서 나를 만나다> <선생님과 함께 떠나는 문학답사> 창비(국어샘들과 공저) <토닥토닥 토론해요> <인문학의 숲을 거니는 토론 수업> <하늘을 울린 뜻> (4인 공저), <깊은 강은 소리 없이 흐르고>."  

- 독서토론 모임을 하게 된 연유는 무엇입니까?
"농어촌 아이들에게 자기만의 빛깔을 살리는 삶을 살게 하려는 목적으로 토론동아리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 토론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성장할 수 있는 분야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자기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대학에 가서 나름대로 자신의 길을 잘 찾아가고 있으며 교사, 웹툰작가, 기자, 국회 인턴사원 등으로 실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다양한 분야에서 자기 역량을 발휘한다고 생각합니다."

- 토론수업을 방해하는 요소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특히 진학지도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관리자나 학부모가 싫어할 수도 있는데요
"가장 큰 적은 교사의 토론수업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고 두 번째는 입시교육에서는 정보의 양때문에 토론수업을 거의 하고 있지 않고 달달달 외우는 수업만 하고 있으나 오히려 그게 더 진리탐구에는 느린 길이 되며, 성적만 좋은 학생들도 토론 수업을 싫어합니다. 하루아침에 이룰 수 없는 것이 토론의 탑이기 때문이지요."

- 토론수업을 통해 태도가 달라진 모범사례가 있습니까?
"학생들이 졸지 않고 능동적으로 수업에 참가합니다. 자기 언어를 가지고 말을 하기 때문에 언행이 일치되어 가며 자기 말에 책임을 지게 됩니다. 또한 표현력이 확실히 신장되어서 각종 글쓰기 대회와 말하기 대회에 가서 수상을 하게 되면 자신감이 쑥쑥 오릅니다. 가장 큰 장점은 사고력이 확장된다는 것입니다."

▲ 주말을 맞아 명혜정 교사 댁으로 찾아온 바둑고등학교 학생들과 토론 수업 중이다. ⓒ 오문수


- 주말에 댁에서 토론 공부를 하는 학생은 몇 명이나 됩니까?  주로 몇 시간 동안 공부하며 일과는?   
"열 명 내외입니다. 회원들의 숫자는 많으나 각종 행사 때문에 오는 애들은 열 명 내외이고요. 두 시간은 책을 읽고 30분은 토론하고 30분은 감상을 쓰고 갑니다."

- 이 책을 활용하면 교사들이나 학부모들에게 좋은 점은 무엇일까요?
"인문학에 대해 기초지식을 습득하기 때문에 평생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자양분을 얻는다고 말할 수 있으며 여기에 실린 20권의 책들을 꼼꼼히 읽고 독후활동을 해 나가면 수능 독서문제해결력이 높아지는 것을 현장교육에서 확인했습니다."

- 독서교육에 관해 그 밖에 하실 말씀이 있으면 해주세요.
"한꺼번에 많이 읽히지 말고 조금씩 나눠서 읽히라고, 밥 먹듯이 날마다 조금씩 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한 말씀해주세요.
"제 곁에 머무는 생명들은 속이 썩어도 잘 키워내는 습성이 있습니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징그럽게 책 못 읽는 아이들도 저랑 일 년만 놀면 A4 한 장을 줄줄 쓰면서 누구든지 홀릴 줄 알게 줄줄줄 말을 잘 하게 됩니다."

▲ 토론공부를 위해 명혜정 교사 집으로 찾아온 바둑고등학생과 함께 삼겹살 점심을 먹었다. 밭에서 방금 따온 채소를 이용해 어떤 점심보다 맛있었다. ⓒ 오문수


"가진 돈을 다 털어 이 집을 샀지만 집을 사면서 상쾌했다"는 그녀는 "서울 유명 아파트 한 평 값 정도밖에 안 되는 돈이죠. 잘사는 친척들은 맨날 아프지만 저는 몸과 마음이 편하거든요. 자본에 속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말하며 해맑게 웃는다.

인터뷰를 끝내고 책 내용을 살펴보았다. 네 명의 교사들은 협의를 통해 문학, 철학, 정치, 경제, 역사, 과학 분야의 책 20권의 도서목록을 선정해 토론방법론을 제시했다.

책 편제는 ▲ 지문 ▲ 골든벨문제 ▲ 토론문제 ▲ 열린토론문제 ▲ 수업진행시나리오로 구성돼 특별히 준비하지 않더라도 수업현장에서 활용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바둑고등학교에 재직하는 명혜경 교사의 공부방에는 주말인데도 이곳까지 찾아와 토론 공부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멀리 대전에서 순천 주암으로 유학와 바둑을 공부하는 김샛별(고1) 학생은 바둑 집안이다. 아빠가 바둑기사이고 엄마가 바둑교사이기 때문이다. 바둑 편집장이 꿈이라는 그녀에게 토론공부를 하는 이유를 들었다.

▲ 명혜정 교사 집에 잠시 놀러온 김태익 교사가 김샛별(고1) 양에게 감을 따주고 있다. 바둑고등학교에 다니는 김양은 토론수업이 재미있다고 한다 ⓒ 오문수


"토론을 공부하면서 연예인 얘기나 아이돌 얘기가 아닌 특정한 주제에 대해서 얘기하고 배우는 게 좋았어요. 몇 명 모이지 않았는데도 저 사람은 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고 이 사람은 저걸 다른 방향으로 바꿔 생각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토론수업은 어렵지만 오히려 그 점이 매력이었고 깨달았을 때 희열과 성취감은 말할 수 없죠."
덧붙이는 글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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