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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 앞 예은 엄마 "차라리 싸우다 그랬으면..."

[416인권선언 2차 전체회의] 416인권선언 추진단 인터뷰②

등록|2015.11.18 10:01 수정|2015.11.18 10:04
세월호 참사는 현재진행형입니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 이후 다른 사회를 만들어나가겠다는 우리들의 약속인 416 인권선언 운동 또한 현재진행형입니다. 올봄, 꿈을 현실로 바꿀 416 인권선언 추진단 수백 명이 강원도에서 제주도까지 전국에서 모였습니다. 모습도 하는 일도 달랐지만 잊지 않겠다는 한마음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풀뿌리 토론을 이어나갔습니다.

이에 약 5개월 동안 전국 곳곳에서 풀뿌리 토론이 100여 회 이상 열렸고 7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선언되어야 할 우리들의 권리를 이야기하였습니다. 오는 11월 28일, 우리들의 권리를 담은 이 특별한 선언이 추진단 모두가 모일 전체회의에서 토론될 예정입니다. 우리는 왜 416 인권선언운동을 하는지, 416 인권선언을 함께 만드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이 특별한 선언에는 어떤 권리들이 담겼는지 추진단분들을 만나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낱낱이 들여다보려 합니다. - 기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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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진단 인터뷰 ①] 박동호 신부님

- 소개 부탁하겠습니다.
"저는 안산 단원고 2학년 3반 유예은 엄마입니다. 이름은 박은희입니다. 박은희라는 이름보다 요즘엔 예은이 엄마란 얘기를 많이 들어요. 아이 이름을 듣는 게 더 좋아요."

- 4.16 인권선언을 처음에 제안받으셨을 때, 어떤 생각으로 합류하시게 됐나요?
"인권이라는 말 자체가 익숙한 말은 아니지만, 사람다움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정말 필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죽음으로 내몰린 이유가 무엇이었나요. 거리로 나온 부모들이 가장 많이 느꼈던 분노 중에 하나가 '사람 취급을 못 받는다'는 거였어요. 생명의 존엄성을 이 사회가 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 심각성을 널리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겠지만, 사회 전체에 생명보다 돈이라는 생각이 쌓이고 쌓여서 304명이라는 목숨도 포기할 수 있게 만든 거잖아요. 선언을 통해 이 사회에 경각심을 일깨우고, 인간이라면 마땅히 그 어떤 것보다도 우선돼야 한다는 것을 외치고 싶어요. 그래서 이 선언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고통스러워서 교실에 들어가지 못했다"

단원고 교실 존치 피케팅단원고 교실 존치 피케팅 중인 예은 엄마 박은희 님. 교육청 앞에서 매일 두 시간 동안 피케팅이 진행된다. ⓒ 4.16연대


- 요즘 단원고 교실 존치문제로 어려움이 많으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 점에 관해서 말씀 좀 해주세요.
"부모들이 교실 문제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세월호 참사 1주기 때부터였어요. 그때는 졸업식 때까지만 존치한다고 해서 '다행이다' 생각하면서도, 개인적으로 부담됐어요. 생존자 아이들도 있고, 학교에 다른 아이들도 있는데 그 아이들 학업에 방해되진 않을까, 마음이 힘들진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어요.

그런데 1주기가 지나고 나서 교실을 가게 됐어요. 그전에는 너무 힘들어서 교실을 들어갈 수도 없었어요. 교실을 들어갈 엄두가 안 났어요. 교문 입구부터 시작해서 눈길 가는 곳마다 마음이 가는 거예요. 1주기 끝나고 처음 교실을 가서 봤는데, 시간이 그대로 멈춰져 있더라고요. 그냥 참사의 현장 그대로였어요.

거기 가보면 시간도 2014년 4월 16일로 돌아가요. 아이들이 원래 있던 그 자리를 그대로 볼 수 있고, 아이들이 통째로 사라진 참사의 현장이 오롯이 다 느껴지더라고요. 우리가 직접 참사의 현장을 바닷속으로 들어가서 볼 수는 없지만, 교실을 가서 보면 진짜 우리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를 알 수 있어요.

참사의 현장을 남기는가와 남기지 않는가는 국격의 차이인 것 같아요. 역사로부터 배우는 자와 배우지 못하는 자의 차이이기도 해요. (교실 존치는) 잘못을 얼마나 뉘우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는 결의를 보여주는 겁니다. 그리고 참사로 드러난 문제점 중 하나가 교육의 문제점이잖아요.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상을 만들기 위해 아이들을 정형화하고, 획일화하고, 가만히 있으라고 교육해서 벌어진 일이잖아요.

차라리 아이들이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안 듣고 서로 싸우다가 그랬으면 덜 고통스러웠을 것 같아요. 그런데 부모의 말을, 선원의 말을, 교사의 말을 그대로 믿고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다는 게 우리를 더 미치게 합니다. 그래서 단원고 교실에서만큼은 우리 아이들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생명력을 마음껏 발산해서, 이전과는 달리 생기 있게 자라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그런데 오히려 지금 단원고에서 아이들이 외부와 접촉하는 것을 막아요. 교육도 이전과 같은 방법으로 자꾸 돌아가려고 해요. 너무 화가 납니다. 304명의 목숨값이 이것밖에 안 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 아이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려면 그 자리를 지키고 그 자리로부터 배워야 합니다."

- 단원고 교실 존치를 위해서 시민들이 같이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요?
"일단은 방문하고 알려 주는 거예요. 주말에만 개방되는데, 오셔서 4.16 참사가 얼마나 비참한 결과를 낳았는지 눈으로 보셔야 해요."

- 부모님들이 피케팅을 하고 계신다고 들었는데요.
"교육청 앞에서 매일 3~7명이 오전 11시 반부터 오후 1시 반까지 두 시간 동안 하고 있어요. 너무 조용해서 염려가 많이 돼요."

- 4.16 인권선언 추진단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해요.
"사람이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봅시다. 답답하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길을 만들어 갑시다."

4.16인권선언 추진단 2차 전체회의 포스터존엄과 안전에 관한 4.16인권선언 추진단 2차 전체회의는 추진단 모두가 모여서 인권선언과 실천과제를 함게 이야기 하는 자리로 오는 28일 토요일 수운회관에서 열린다 ⓒ 4.16연대



○ 편집ㅣ곽우신 기자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4.16인권선언 웹진> 8호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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