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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안·박 지도부' 제안한 문재인이 넘어야 할 관문

[전망] '안철수 신뢰 회복' '비주류·최고위원 반발' 등 과제 여전

등록|2015.11.19 12:19 수정|2015.11.19 12:19

광주 조선대 학생들 앞에 선 문재인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8일 광주 동구 조선대를 방문해 대학생들을 만나 특강하고 있다. ⓒ 남소연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안철수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공동지도체제' 구성을 공식 제안했다. 당 대표 권한을 공유해 내년 총선에 함께 대비하자고 손을 내민 것이다. 계속되는 당내 리더십 위기와 호남 지역의 여론 악화를 타개하기 위한 승부수로 보인다.

그러나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관문이 있다. 안 의원과 박 시장이 받아들일지 여부가 불투명한 데다, 지도부 재구성과 공천 문제를 두고 벌써부터 당내에서 반발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관문 ①] 안철수·박원순의 입장은?

지난 18일 광주를 찾은 문 대표는 조선대 강연에서 '문·안·박' 3자를 중심으로 '총선용 임시지도부'를 꾸리자고 제안했다. 그는 "다음 총선까지 함께 치르는 임시지도부 역할이 된다면, 두 분과 당 대표 권한을 공유할 용의가 있다"라며 "당내에서 이 문제를 두고 진지하게 논의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관건은 안철수 의원의 결정이다. 그동안 안 의원은 "세 사람이 손을 잡는 것만으로 당의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 진짜 혁신이 중요하다"라며 3자 연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부정부패 척결'과 '낡은 진보 청산' 등 자신이 제시한 혁신안에 문 대표가 답을 먼저 내놔야 한다는 뜻이다.

안 의원의 입장을 의식한 것일까. 문 대표는 조선대 강연에서 "본질적 혁신은 안 의원이 주장하는 얘기인데, 백번 옳다"라며 "당의 부패와 낡은 행태를 청산해 실력 있고 유능한 정당이 돼야 한다"라 말했다. '안철수 혁신안'을 끌어안으면서 일종의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이후 안 의원의 태도 역시 미묘하게 변했다. 그는 문 대표의 제안에 "당을 걱정하는 분들의 의견을 더 들어보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결과를 낙관하기는 이르다. 연대 과정에서 또 다시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은 여전하다. 문 대표의 '광주 제안' 직전에도 양쪽의 미묘한 신경전이 한 차례 벌어졌다. 문 대표 측근인 최재성 총무본부장은 이날 오전 SBS라디오 <한수진의 전망대>에 출연해 ""(문재인·안철수가) 그냥 손을 잡으면 된다"라며 "안 의원은 너무 많은 '혼수'를 가져오라고 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안 의원은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문 대표 측근의 발언이 이러하니 문 대표가 어떤 발언을 한들 혁신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겠는가"라고 항의했다. 안 의원과 가까운 한 재선 의원은 "문 대표가 나머지 두 사람을 들러리로 세워서 위기돌파용으로 활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불신이 있다"라며 "안 의원의 신뢰를 어떻게 얻어내느냐에 따라 3자 연대의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라고 전했다.

박 시장은 현행법상 공동대표를 맡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가능한 범위에서 당을 최대한 돕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최창환 서울시 정무수석을 통해 "법이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돕겠다, 구체적인 방법은 (문 대표와) 함께 논의해 보겠다"라고 전했다.

[관문 ②] 비주류·최고위원 반발은?

문 대표는 '문·안·박' 임시지도부 구성을 제안하면서 "공동선거대책위원회나 선거준비기획단, 총선정책준비단, 인재영입 등을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자 연대에 기반을 둔 지도부의 핵심 역할은 '총선 공천'이란 뜻이다. 세 사람이 공동 대표를 맡게 되면 공천권 역시 자연스럽게 공유하게 된다.

다만 문 대표는 권한을 나눠 갖더라도 혁신위원회가 마련한 '시스템 공천'은 포기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세 사람이 인재영입에 나설 수는 있지만, 비주류 쪽에서 반대하는 '하위 20% 컷오프' 혁신안' 등은 철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문 대표는 사실상 비주류를 겨냥해 공천 기득권을 버리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그는 "단합을 명분으로 혁신을 거부하고 기득권을 지키려는 움직임이 아직도 강하다"라며 "이제는 공천권을 서로 나누는 '옛날식 정치'는 절대로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비주류 쪽은 즉각 불쾌감을 드러냈다. 박지원 의원은 "지금까지 당을 위해 문제를 지적한 의원들의 고언을 공천권 확보를 위한 처사로 취급했다"라며 "당의 위기를 제대로 직시하지 못한 것이고 그 처방도 옳지 않다"라고 비판했다.

현 지도부 안에서의 반발도 문 대표가 극복해야 할 난관 중 하나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정작 당원이 뽑은 최고위원들에게는 뜻을 물어보지 않았다"라며 "최고위원들이랑 협의도 안 하고 '문·안·박 여대'를 제안한 것은 정치 도리상 말이 안 된다"라고 반박했다.

오영식 최고위원도 "국민과 당원들에 의해 선출된 최고위원들의 권한과 진퇴가 당사자들의 의사나 합의 없이 언급돼 유감스럽다"라며 "앞으로 당내 의견을 수렴하고 최고위원들과 협의해 입장을 정하겠다"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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