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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진 농민의 딸 "인간 입에서 나올 말인가"

일베 따라하는 새누리당과 '폭도' 보도 언론에 분노... 막내 딸 귀국

등록|2015.11.19 20:51 수정|2015.11.19 21:01

직분사 물대포 맞은 농민, 생명 위독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린 지난 14일 오후 서울 종로1가 종로구청입구 사거리에 설치된 경찰 차벽앞에서 69세 농민 백남기씨가 강한 수압으로 발사한 경찰 물대포를 맞은 뒤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시민들이 구조하려하자 경찰은 부상자와 구조하는 시민들을 향해서도 한동안 물대포를 조준발사했다. ⓒ 이희훈


"아빠 얼른 일어나, 손주 얼굴 봐야지."

민중총궐기 날 경찰의 직사 물대포를 머리에 맞은 뒤 혼수상태로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농민 백남기씨의 막내딸 백민주화씨가 10시간의 비행 끝에 아버지와 만나 꺼낸 말이다(관련 기사 : [단독 영상] 경찰 물대포, 백씨의 머리 노렸다).

동생과 함께 병실에 들어간 민주화씨의 언니 백도라지씨는 "동생이 계속 울며 아버지께 '얼른 일어나, 손주 얼굴 봐'라고 말했다"면서 "차가운 기계를 몸에 달고 계신 모습을 보니 복받쳤을 것"이라고 전했다.  

네덜란드에 사는 백민주화씨는 19일 남편과 함께 두 돌이 갓 지난 아들을 데리고 병상에 누운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8570km를 날아 왔다. 지난 16일과 18일 백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버지가 겪은 일과 타향에서 아버지를 그리는 마음을 담은 글을 올려 많은 이의 안타까움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관련기사 : "아빠, 왜 이렇게 차갑게 누워있어?" SNS 울린 백남기씨 막내딸 편지).

큰딸, 백남기씨 둘러싼 억측에 "인간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인가"

▲ 아버지와 만난 백남기씨의 막내딸 백민주화씨가 중환자실을 나서며 오열하고 있다. ⓒ 윤수현


"멀리서 얼마나 보고 싶었겠어요."

백남기씨의 부인은 막내딸이 도착하기 2시간 전 기자의 손목 시계를 돌려 시간을 확인하며 이렇게 말했다. 민주화씨의 형부는 미리 병원 매점에 들러 조카가 먹을 과자를 사왔다. 백도라지씨에 따르면 백남기씨는 손자를 끔찍이 예뻐했다. 백남기씨의 지인인 유영훈 팔당공동대책위 위원장도 백남기씨가 손자와 함께 장구를 치며 춤을 추는 영상을 기자에게 보여주며 "안타까운 일이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야 한다"고 전했다.

오후 6시께 가족 대기실을 찾은 백민주화씨는 밝은 얼굴로 엄마와 언니, 형부를 맞았다. 이모부가 건넨 과자 봉지를 뜯으며 해맑게 웃는 아이의 모습에 잠시나마 밝은 기운이 가족을 감쌌다. 하지만 백민주화씨는 중환자실에서 20여 분간 아버지를 만나고 나오면서 눈물을 참지 못하고 오열했다. 민주화씨의 언니 백도라지씨는 현재 백남기씨의 상태에 대해 "더 나아진 것도, 더 나빠진 것도 없이 그 상태 그대로다"라면서 "많은 분이 쾌유를 빌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는 백남기씨의 상황을 왜곡, 구조자가 백씨를 구타했다는 식의 억측을 내놓고 있는 일간베스트(일베) 사용자와 이같은 주장을 따라 국회에서 발언한 새누리당 국회의원, 집회 참가자 등을 폭도로 몰아가고 있는 일부 보도 등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사람이 상한 것 자체를 봐도 경찰이 진압 과정에서 잘못한 게 명명백백한데…, 기도를 해도 모자랄 판에 생명에 지장이 없다느니, 스스로 잘못해서 그렇게 됐다느니 말하고 있는 것에 분노했다"고 전했다(빨간 우비가 백씨 폭행? 일베 주장 따라하는 새누리당).

이어 그는 "인간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사람 생명을 하찮게 여길 수 있는 건가"라며 눈물을 머금기도 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백씨는 "고발에 관한 일은 민변(민주주의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서 도와주시고 있고... 이제 더이상 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아버지의 상태가 호전되기를) 기다려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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