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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저임금·비정규직' 수렁 빠진 안산 노동자

안산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임금노동자 및 비정규직 현황 결과 보고회

등록|2015.11.20 09:33 수정|2015.11.20 09:33

▲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주최로 19일 오후 와 스타디움 상황실에서 열린 ‘2015 안산시 임금노동자 및 비정규직 현황 결과 보고회’에서 박종식 시화노동정책연구소 연구원이 프레젠테이션으로 안산지역 노동실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박호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7월 15일 발표한 'OECD 고용 전망 2015'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 비중이 OECD에서 수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2014년 한국 노동자의 연평균 근로시간이 OECD 평균 1796시간보다 훨씬 긴 2057시간으로 멕시코(2327시간), 칠레(2067시간)에 이어 세 번째로 길다고 발표했다. 저임금 노동자 비중은 OECD 평균 17.1%를 크게 상회하는 24.7%로 미국(2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최저임금 이하 노동자 비율은 14.7%로 OECD 가운데 가장 높았다.

또 한국은 직장 근무 경력이 1년 미만인 노동자 비중이 30.8%로 OECD 평균 17.5%의 거의 두 배에 육박해 OECD 국가 가운데 1위라고 지적했다. 2년 주기로 직장을 옮겨 다니는 비정규직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임시직 고용 비중에서도 OECD 평균 11.1%의 두 배에 육박하는 21.7%로 스페인(2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한국사회의 이러한 노동실태는 중소영세 제조업과 하청업체가 밀집한 안산지역에서 압축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는 지난 19일 오후 와 스타디움 상황실에서 '2015 안산시 임금노동자 및 비정규직 현황 결과 보고회'를 갖고 "안산지역 노동자들은 주당 45시간 일해 전국평균보다 2시간 길지만, 월평균 임금은 210만원으로 전국 평균보다 12만원 적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센터와 시화노동정책연구소가 공동으로 통계청의 <지역별 고용조사>(2014년 하반기 기준)를 분석한 결과다. 센터는 지난해부터 안산시 임금노동자 및 비정규직 현황을 정기적으로 분석해 노동실태를 파악하고 정책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안산 임금노동자, 전국 평균보다 '장시간 노동-저임금'

▲ . ⓒ 박호열


박종식 시화노동정책연구소 연구원의 프레젠테이션에 따르면 2014년 10월 현재 안산 임금노동자는 32만4173명이며, 남성 노동자 비율은 59%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40대와 30대가 가장 많았으며, 학력별로는 고졸 노동자 50.2%, 대졸 이상 38%로 고졸 이상이 전체 88.2%로 고학력 노동자들이 몰려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근속기간은 1~5년 이하 비중이 36.3%, 6개월 이하 22.7%로 나타나 단기계약으로 일하고 있거나 이직률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고용노동부의 부실한 근로감독 아래 직업소개소 등의 탈법적인 초단기 파견계약이 관행처럼 이뤄진 결과로 추정된다.

안산 임금노동자들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45시간으로 전국 평균 43.12시간보다 약 2시간 더 길었다. 반면 월평균 임금은 210만 원으로 전국 평균 222만 원보다 12만 원 가량 적었다. 즉, 안산 노동자들은 한국의 노동자 평균보다 길게 일하는 반면 임금수준은 낮은 노동시장에서 착취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종별로 분포를 살펴보면 제조업종에서 일하는 임금노동자 비중이 38.2%로 전국 제조업 임금노동자 비중 20.2%에 비해 훨씬 높다. 직종별로는 장치기계조작조립 종사자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이어 사무 종사자가 많았다.

제조업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243만 원으로 임금노동자 평균보다 높았다. 하지만 주당 노동시간이 47.5시간으로 안산 임금노동자 평균보다 2~3시간 많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상대적 고임금은 장시간 노동의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안산 비정규직 비율 37%…여성·50대 이상·음식숙박업 등 높아 

▲ . ⓒ 박호열


비정규직은 한국의 노동사회를 규정하는 키워드다. 또한 한국사회 양극화의 원인이자 결과다. 무엇보다 저녁 있는 노동과 노동 있는 민주주의로 가기 위한 필수 관문이다. 결국 비정규직 문제 해결 없이 한국사회와 민주주의를 논할 수 없다는 의미다.

안산시의 비정규직(임시일용직) 비율은 37%로 전국 평균(35.5%)보다 다소 높았다. 예상보다 비정규직이 적은 이유에 대해 센터 관계자는 "지역별 고용조사에서는 파견, 용역, 사내하청, 특수고용, 파트타임 등의 비정규직을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성별로는 여성의 비정규직 비율(남성 29.9%, 여성 47.3%)이 절반에 육박했다. 연령대별로는 30대의 비율이 가장 낮고 연령대가 높을수록 비율(50대 42.6%, 60세 이상 82.4%)이 높아졌다. 학력별로는 고학력일수록 그리고 근무기간이 길수록 비정규직 비율이 낮았다.

산업별 비정규직 현황은 제조업이 16.1%로 전체 비정규직 비율 37%보다 절반 이하 낮았다. 하지만 음식숙박업(79.9%), 사업시설관리및사업지원업(67.2%), 도소매업(57.4%), 음식숙박업(57.1%), 금융보험업(49.3%), 교육서비스업(48.9%) 등은 비정규직 비율이 50%대를 상회하거나 5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격차는 전국보다 차이가 적게 나타나고 있다. 안산시의 비정규직은 정규직 대비 57%의 임금을 받고 있으며, 전국 비정규직의 임금수준은 정규직 대비 46%다. 이 같은 결과는 안산시 상용직 임금수준이 낮아 임금수준이 하향평준화된 것으로 정규직, 비정규직간의 임금 차별이 양호한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이날 보고회 말미에는 안산시 차원에서 임금노동자 및 비정규직 현황에 대한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지역 노동 현실을 보다 구체적으로 담고 통계청 <지역별 고용조사> 항목에 빠져 있는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 전단계로 '안산시 노동인권 보호 및 증진조례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12월 1일 오후 6시 단원구 선부동 근로자시민복지관 4층 대강당에서 연다. 안산시가 집행부 발의 조례를 준비하면서 여는 이번 공청회를 통해 조례 제정의 발판을 마련하면 지방자치단체에서 실효성 있는 노동정책을 시행하는데 한 걸음 더 근접해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박재철 센터장은 총평에서 "조사를 통해 안산시 노동자들의 저임금 장시간 노동실태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며 "노동자들의 생계 및 삶의 질 문제와 직결되는 저임금,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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