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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 빈소 찾은 박 대통령, 7분 조문으로 끝나

유족에게 위로 전했지만 방명록 작성 등 하지 않아... '악연' 재조명 되나?

등록|2015.11.23 14:16 수정|2015.11.23 16:09
[기사대체 : 23일 오후 3시 54분]

▲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를 조문했다.

지난 14일 G20 정상회의·APEC 등 다자회의 참석 차 출국했다가 귀국한 지 반나절 만이다. 이날 오전 귀국한 박 대통령은 조문 전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등의 보고를 받으면서 '국가장'으로 치러지는 김 전 대통령의 장례절차와 국내 현안들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박 대통령은 'ASEAN+3 정상회의' 참석 차 말레이시아를 방문하던 중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접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정부는 관련법과 유족들의 뜻을 살펴 예우를 갖춰 장례를 준비할 것"이라며 "유가족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거듭 고인의 명복을 빈다"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빈소에 도착한 직후 영정 앞에 헌화하고 분향한 뒤 묵념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이어 김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에게 위로를 전하고 가족실로 이동해 김 전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씨의 손을 잡고 애도의 뜻을 표한 뒤 빈소를 떠났다. 또 빈소를 지키고 있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 상도동계 핵심인사인 김수한 전 국회의장과 김덕룡 전 의원 등과도 악수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한 언급 없는 7분 조문...  '악연' 재조명 되나?

박 대통령이 취임 후 국내 정치계 인사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13년 5월 남덕우 전 국무총리와 지난 2월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부인이자 사촌언니인 박영옥씨의 빈소 등을 조문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조문 시간은 앞서 직접 찾았던 빈소와 비교할 때 비교적 짧은 편이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빈소를 찾아 7분 만에 자리를 떴다. 박 대통령은 앞서 직접 조문한 빈소에서는 유족들과 10여 분 간 대화를 나눈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방명록에 글을 남기거나 김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그보다 앞서 빈소를 찾은 많은 인사들이 고인을 앞 다퉈 높게 평가했던 것과 비교할 때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 간의 '악연'도 재차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1998년 정계 입문 후 김 전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를 이어갔다. 199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추진한 '박정희 기념관' 건립을 둘러싼 설전이 대표적이다. 김 전 대통령이 이를 강력히 비판하자, 당시 한나라당 부총재였던 박 대통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업적 면이나 도덕성 면에서나 박 전 대통령이 1등을 차지한 반면, 김영삼 전 대통령은 꼴찌로 나타나지 않았느냐"라고 반격했다.

▲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서거한 22일 오후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에 한아세안 정상회담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 보낸 근조화환이 놓여져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박 대통령은 당시 김 전 대통령을 향해 '반사회적 성격의 인물'이라고 극언을 한 적도 있다. 김 전 대통령이 1999년 5월 퇴임 후 첫 시국성명 발표 때 "박정희 정권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아직 남았으며 결코 미화될 때가 아니다"라고 주장하자, 박 대통령은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이 하면 옳다고 주장하고 남이 하는 것은 부정하는 반사회적 성격의 인물이 다시는 정치 지도자가 돼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의 악연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나 2010년 세종시 수정안 파동 때도 이어졌다. 김 전 대통령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을 공개 지지하면서 당시 박빙 승부를 벌이던 박 대통령에게 타격을 입혔다. 김 전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안 논란과 관련해선 "박정희 전 대통령은 집권 18년간 장기집권 등을 위해 네 번이나 국민투표를 악용했지만 세종시 문제는 그것과 전혀 다른 차원"이라며 당시 수정안에 반대하던 박 대통령을 정조준한 바도 있다.

김 전 대통령은 박 대통령을 '칠푼이(칠삭둥이, 조금 모자라는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라고 비난한 적도 있다. 2012년 7월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사표를 던진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이번에는 토끼(김문수)가 사자(박근혜)를 잡는 격"이라고 하자, 이에 김 전 대통령은 "(박 대통령은) 사자가 아니다, 아주 칠푼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오는 26일 오후 국회의사당에서 열릴 김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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