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노동자들 "화장실도 관리직 승낙받아"
23일 전국 4곳서 노조탄압 규탄 기자회견... "드라마 송곳의 노조 탄압이 실제 현실"
▲ 23일 이마트목포점 앞에서 사측의 노조탄압 중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은 순천과 부산서면, 서울 등 전국 4곳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 이영주
지난해 불법적인 노동조합 탄압 혐의가 인정돼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신세계 이마트가 또 다시 노조 음해와 조합 탈퇴 공작을 벌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마트 노동조합 노동자들은 전국 각 점포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동조합 탄압 사례를 공개하며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고 나섰다.
신세계 이마트 노동조합과 민주노총은 23일 전남 목포와 순천, 부산서면점, 서울 등 전국 4곳에서 동시에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의 노조탄압을 규탄했다. 이날은 "드마라 <송곳>의 노조탄압이 2015년 이마트에서 그대로 벌어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지난 2013년에 공개된 노조탄압자료 중 한 노무법인에서 작성한 '노사문제 대응력 점검기준'에 나온 내용과 현재의 상황이 매우 유사한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당시 노조탄압 조직으로 지목된 노조 대응팀이 부활됐다고 주장했다.
▲ 이마트목포점 캐셔 대기실 칠판에는 '3인이상 모이면 보고할 것"이라는 지시사항이 적혀있다. 노동자들은 노조 설립 후 사측이 노조활동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이영주
이날 노동자들이 공개한 노조 탄압 사례는 구체적이다. 이에 따르면 이마트 목포점에서는 관리직 직원이 조합원들에게 '노조와 관련되면 평가 후 재계약이 안 될 수도 있다'고 협박성 발언을 했다. 또 목포점은 캐셔 대기실에 '직원 3명 이상이 모이면 보고하라(위 사진)'는 공지사항을 내걸었다. 특히 지난 10월 13일 노조가 홍보활동을 벌이자 목포점 관리직 직원들이 홍보활동을 방해하고 현장에 있던 지부 여성간부에게 폭행을 시도해 경찰이 출동했다고 주장했다.
순천점에서는 관리직 직원이 노조설립을 주도해온 조합원에게 노조설립을 연기할 것을 강요했으며, 조합원의 집까지 찾아와 탈퇴를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청주점과 부산서면, 부산사상점에서는 노조성명서를 캐셔 대기실에 게시했다는 이유로 징계 절차도 없이 노조 지부장들에게 서면 경고했다고 한다.
청주, 대전터미널, 포항점 등 전국적으로 사측의 회유에 의한 노조 탈퇴자가 최근 들어서만 60여 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이마트, 불법적인 노조 탄압 직원들 승진"
신세계이마트는 지난 2013년 전체 직원들에 대한 불법적인 사찰, 감시, 미행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대표이사가 직접 대국민사과를 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30일 법원은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노동조합을 탄압한 혐의로 최병렬 전 대표이사와 윤명규 전 인사담당, 임아무개 기업문화팀장 등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신세계 이마트는 이들을 각각 고문과 대표이사, 부장 발령 등 모두 승진 인사를 실시했다.
노동자들은 향후 사측의 노조 와해 공작이 더 노골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마트노조는 전국 16개 지역에 지부가 설립됐다. 지난해 설립된 포항이동지부를 제외한 15개 지부는 올해 들어 결성됐다. 이날 노동자들은 "올해 들어 이마트 전국 15개 점포에 노동조합 지부가 설립되자 사측이 이에 맞대응하기 위해 조합원 탈퇴 회유 등 무리하게 불법 부당노동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측의 견제와 방해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속속 설립되고 있는 동력은 명확하다. 지난해 기준 이마트 전체직원 2만 9천 명 가운데 정규직은 8천 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파트타임 또는 무기계약직이다. 근무조건과 처우가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기자회견 후 기자와 만난 목포점 노동자 A씨는 "캐셔들이 화장실에 가기 위해서는 관리직 직원을 호출하고, 그 직원이 오면 '화장실 간다'고 대면 보고 후 승낙을 받아야 한다"며 "생리 현상을 모두 설명하고 승낙을 받아야 한다는 게 수치스러움마저 든다"고 토로했다. B씨는 "10년을 넘게 일해도 월급은 언제나 제자리"라며 "하루 8시간 일을 하면 108만 원, 하루 12시간을 회사에 머물러야 하는 연장근무를 모두 하면 한 달에 120만~130만 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목포지부 간부로 일하는 C씨는 "점심 식사시간은 총 30분으로 이 시간 안에 밥을 먹고 중간 정산과 입금, 환산, 양치질, 주변 청소까지 다 한다"고 밝혔다. 이어 "연차 사용은 회사에서 지정한 날만 사용 가능하고, 보건(생리)휴가를 받기 위해서는 관리직 직원에게 '생리 한다'는 사실을 재차 구두로 확인해줘야 가능하다"며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강조했다.
이날 민주노총전남본부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고 사회정의에 반하는 불법행위를 계속할 경우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불매운동과 퇴출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목포지청 관계자는 "오늘 기자회견장에 나가 기본적인 내용정도는 파악하고 있다"며 "노조 측에서 요구하는 특별감독은 본부 차원에서 논의되고 결정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마트 목포점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점장은 휴무, 업무지원팀장은 부재중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추후 연락을 요청했으나 전화는 걸려오지 않았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