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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안박'은 호남 배제 전략" "호남 의원들도 백의종군 해야"

[총선 민심 미리보기1-② 광주편] 문재인과 비주류, 공동의 과제

등록|2015.11.26 11:38 수정|2015.11.26 13:37

"문재인 대표 사퇴하면 야당이 망합니다"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8일 광주 동구 조선대에서 특강하기 위해 강연장에 들어서자, 한 지지자가 "대표님 사퇴하시면 야당이 망합니다"라고 적은 피켓을 들고 있다. ⓒ 남소연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지난 18일 광주를 찾아 던진 메시지는 '문·안·박(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지도체제'다. 자신의 권력을 당의 다른 유력 대선주자들과 나누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함께 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고,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아직 숙고 중이라며, 26일 이후 의견을 내놓겠다고 밝힌 상태다.

문 대표가 그동안 물밑에서 거론되던 '문안박 지도체제'를 광주를 방문해 공식화한 것은 멀어진 호남 민심을 붙잡을 방법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호남에서의 문 대표의 위기는 그가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직후부터 거론됐다. 지난 4.28 재보궐 선거에서 탈당한 천정배 의원이 광주에서 당선되면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이후 당 혁신위원회 활동에도 호남 지역 의원을 중심으로 한 비주류 세력의 반발은 계속됐고, 문 대표는 결국 재신임이라는 극단적 카드까지 꺼내게 됐다. 하지만 반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최근까지도 호남에서의 문 대표의 리더십은 빈약했고, 10.28 기초의원 재보궐 선거에서도 참패하면서 문 대표의 입지는 다시 재신임 전의 상태로 돌아갔다.

<오마이뉴스>가 문 대표의 광주 방문에 맞춰 현장에서 직접 들어본 민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관련기사 : 민심르포1). 이런 상황에서 문 대표가 내놓은 '문안박 지도체제'는 과연 올바른 처방일까? 광주 지역 사회와 정치권의 생각은 그렇지 않았다. 지도체제의 개편으로는 호남 민심을 붙잡을 수 없다는 게 중론이었다.

"문안박 체제로 호남 민심 돌아오지 않을 것"

▲ 내년 4월 20대 총선을 앞두고 호남 민심의 바로미터인 광주를 찾았다. 장날을 맞은 광주 말바우 시장의 밑바닥 민심은 어떠한 지 훑어보았다. ⓒ 남소연


오승용 전남대 5.18연구소 연구교수는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일수록 문재인 대표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많다"라며 "광주나 호남에서 제기되는 요구가 제대로 수용되지 않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안박 지도체제'를 하겠다고 선언했는데, 호남 유권자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이어 "정당의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서 선출된 지도부를 놔두고 안철수, 박원순과 권한을 나누겠다는 발상 자체에 긍정적이지 않다"라며 "호남 민심은 현재 문재인 대표의 리더십으로는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힘들고, 야권의 체질 개선으로 대책을 만들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지역 시민단체인 참여자치21의 윤영덕 지방자치위원장 역시 부정적 평가를 내놓았다. 그는 "문 대표의 제안이 현재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인지 의문"이라며 "지역에서 봤을 때는 그 역시 자신의 기득권과 권력을 유지하려고 하는 일종의 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호남의 압도적인 지지가 있었지만 정권교체를 이루지 못했고, 내부적인 성찰이나 반성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많았는데, 그런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것을 문 대표의 리더십의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권자들이 아예 희망을 거둬들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호남 지역의 정치권은 보다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전 광주시당 관계자는 "문 대표는 전당대회에 출마하면서 앞으로 당 지지율을 40%까지 올려서 총선에 승리하겠다고 말했다"라며 "무엇으로 그 약속을 지킬 수 있나? 크고 작은 선거에서 계속 패배하고 있는데 총선 때가 되면 알아서 지지율이 오른다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호남 민심은 이미 그럴 가망이 없다고 보는 것"이라며 "그런데도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문안박 지도체제'를 이야기 하며 사실상 자신을 비토하는 호남의 목소리를 배제시키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문 대표는 권력을 나누겠다고 했지만 그게 호남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거다.

문 대표의 광주 조선대 특강일정에 동행한 한 당 핵심관계자는 "문 대표가 강연한 내용을 보면 자신에게 반대하는 당내 인사들을 모두 '자기 자리만 지키려는 사람'으로 치부하고 있다"라며 "그게 당을 통합으로 이끄는 방법인지 의문이다, '문안박 지도체제'를 안 전 공동대표가 끝내 거부하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그는 "재신임 카드는 이미 써 버렸다. 사실상 재신임이 된 이후에 문 대표가 보여준 게 아무것도 없다"라며 "'뉴 파티 플랜'을 밝히겠다고 했는데 그런 논의가 진행 중인지도 알 수 없고, 오로지 안철수와 박원순만 함께 하면 모든 게 해결될 것처럼 말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설령 안 전 대표가 수용하더라도 결코 호남 민심이 되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와 비주류, 모두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한 싸움"

지역사회의 이 같은 반응은 단순히 문 대표에 대한 실망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다. 문 대표를 비판하고 사퇴를 요구하는 비주류 세력, 특히 호남 출신의 국회의원들이 보여준 모습에도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문 대표가 호남 민심을 붙잡지 못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문 대표를 대체할 수 있는 어떤 대안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천정배(무소속, 광주 서구을) 의원이 주도하는 개혁적 국민정당 창당추진위원회(위원장 천정배) 출범식이 18일 오후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렸다. ⓒ 권우성


오승용 교수는 "80%의 가까운 유권자들이 현재 호남 국회의원을 찍지 않겠다고 한다"라며 "중진들은 계파주의에 휩쓸려 지역의 이익과 자존심은 내팽개치고 자신의 재선을 위해서 합종연횡하고 있고, 초선은 정말 존재감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인 존재 자체에 불신이 가득하고, 이 기득권 역시 교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기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지도부가 기득권을 타파하고 혁신적인 정책을 내놓아야 하는데 문재인 대표는 그 적임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호남 민심은 딜레마에 빠졌다"라고 말했다.

윤영덕 위원장 역시 "호남 유권자들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미봉책만 생각하지 않고, 전략적 사고를 하는 지역"이라며 "문 대표가 물러나면 대안이 있는가를 고민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역 국회의원을 비롯해 기존 정치인들은 총선이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과 함께 하려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의 한 핵심 당직자는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쪽도 자신들의 자리는 그대로 지키면서 문 대표만 내려오라고 한다"라며 "어느 누구 하나 자기 자리를 내려놓겠다는 사람이 없으니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마치 자신들이 호남의 민심을 대변하는 듯이 말하지만 실제로 지역에서는 그들도 비난의 대상"이라며 "문 대표와 비주류 양쪽 모두 자기가 가진 것을 지키면서 서로가 가진 것을 뺏어오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떠나는 호남 민심, 정치 무관심으로 확산

안철수, 국정화 저지 동참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를 위해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시도당 및 지역위원장 연석회의에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결과적으로 문재인 대표와 그 대척점에 있는 정치세력 모두 호남 민심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이 고착됨에 따라 야권의 핵심 지역인 호남에서는 실망감을 넘어서 아예 정치에 무관심해지는 현상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지역 사회에서는 그것이 호남을 넘어서 다른 지역에도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오승용 교수는 "모든 게 한심하기 그지없으니 결국 유권자들은 정치로부터 철수한다"라며 "이런 신호는 호남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도권 지역과 야권이 기대를 걸어볼만한 곳에서 같은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대안없이 꽉 막힌 상황에서 손학규 전 상임고문의 '구원 등판'이 거론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역시도 호남 일부의 여론이지 전체 민심을 돌려세울 만한 카드로 여겨지지 않는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손 전 상임고문의 지지도는 호남 지역 50,60대에서 문 대표를 앞섰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존재감이 미비했다.

오 교수는 "말 그대로 메시아가 나타나야 하는 상황인데 메시아는 없다"라며 "유일하게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거론되지만 호남에서만 경향이 나타나지, 다른 지역에서는 또 그렇지 않다"라고 말했다.

전 광주시당 관계자 역시 "지역에서 손 전 상임고문의 인기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미 정계은퇴를 선언했고, 본인 역시 복귀를 극구 부인하는 상황에서 그 가능성을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라고 말했다.

결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 대표와 기존 호남 정치세력 모두 무엇인가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문 대표의 경우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공동 지도체제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의 제안이 수용되더라도 이후 천정배, 정동영, 박주선 등 당을 떠난 인사들과 통합할 것인지 경쟁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비주류 측 역시 호남 민심만을 앞세우기 어려운 상황이다. 문 대표를 궁지에 몰아넣는 것 이상의 카드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호남에는 여전히 문 대표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있다. 문 대표의 사퇴만 고집하고 아무런 대안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강한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

윤영덕 위원장은 "유권자들의 바다로 빠져들겠다는 백의종군 선언이라도 해야 한다"라며 "'내가 당 대표를 계속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내가 공천을 받을 것인가 못 받을 것인가'를 따지지 말고, 야당의 혁신을 위해서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는 선언부터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 광주 동구 금남로 옛 전남도청 앞 광장. 최근 문화의 전당으로 조성된 이 건물은 5.18 광주민주화항쟁 당시 시민들이 최후까지 싸웠던 곳이다. ⓒ 남소연



○ 편집ㅣ장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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