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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포격 사건 5주기, "바다 위 개성공단 열자"

서해 분쟁, 중·미 분쟁으로 확장돼... "관리 못하면 중·미 분쟁에 휘말려"

등록|2015.11.25 10:20 수정|2015.11.25 10:21

연평도연평도 주민들이 중국어선을 뒤로 하고 굴과 소라를 채취하고 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게 모두 중국어선이다. 사진은 연평도 북단 2015년 10월 3일 풍경이며, 중국어선 뒤로 보이는 섬은 용매도이다. 최근 중국어선은 용매도 일대에서 골재채취 펌프를 이용해 조개까지 싹쓸이하고 있다. ⓒ 김갑봉


연평도 어촌계와 인천해양도서연구소, 인천평화도시만들기네트워크는 연평도 포격사건 5주기를 맞아 23일 오후 인천시의회 의총 회의실에서 '북방한계선(NLL)과 연평도 주민의 삶'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열었다.

연평도는 한국전쟁 당시에도 총성이 없던 평화로운 섬이었지만 지금은 남북 간 군사 대치로 가장 위험한 곳이 됐다. 토론자들은 남북 간 정치·군사적 대결을 넘어 중국과 미국 간 정치·군사적 대결 양상마저 연평도에 조성되고 있다며, 남북 핫라인 개설과 '바다 위 개성공단'을 열 것을 촉구했다.

분쟁 억지선에서 분쟁 유발선이 된 NLL

북방한계선은 한국전쟁 정전협상을 앞두고 유엔사령관이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 그어놓은 선이다. 분쟁을 막기 위한 선이 지금은 분쟁을 유발하는 선이 돼버렸다. 분쟁을 막기 위한 선이 어떻게 분쟁 유발선이 됐고, 중·미 간 대결 양상까지 보이는 것일까?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은 "서해 5도 중 연평도가 제일 위험한 이유는 월선(=NLL을 넘는 것)이 용이하고 북한과 가깝기 때문이다. 백령도에서 북한 육지와의 거리가 17km인데, 연평도에선 13km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편집장은 "연평도 인근의 정치·군사적 정세는 남·북한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무관심 영역이라 평화가 유지됐다. 한국전쟁 때 총 한 번 쏘지 않은 곳이지만, 1999년 발생한 1차 연평해전부터 2010년 연평도 포격사건까지 최근 상황을 보면, 지금 한반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이 됐다"고 덧붙였다.

김 편집장은 서해 상에서 남북 간 국지전은 앞서 밝힌 원인이 연결고리가 된다고 했다. 1차 연평해전은 북한 꽃게잡이 어선을 따라 북방한계선을 넘어온 북한 경비정을 남한 해군이 격파한 해전이다. 당시 북한 쪽 사망자는 국내 언론보도와 달리 150여 명으로 추산되고, 이 연평해전으로 북한의 정세인식이 바뀌었다고 김 편집장은 분석했다.

김 편집장은 "1차 연평해전으로 해군에서 (남한보다) 우위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북한은 충격을 받았다. 보복 기회를 엿보다 2002년 우리 해군에 기습공격을 가해 28명 중 24명이 사상당한 게 2차 연평해전이다. 그 뒤 5년 정도 평화가 유지되다가 다시 2009년 대청해전이 발생했다. 교전수칙에 따라 북한 함정에 경고사격을 했는데, 북쪽에서 대응사격을 하자 우리 해군이 압도적인 무력으로 응징했다. 그리고 4개월 후 천안함 사건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0년 3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 키 리졸브 훈련을 앞두고 북한은 1월에 연평도와 백령도를 향해 해안포 사격을 했다. 포는 NLL 북쪽 곧, 북한 수역에 떨어졌다. 그리고 3월 말까지 NLL 일원에 통항금지구역을 선포하며 남북 간 긴장상태가 조성됐다. 그리고 3월 26일 천안함 폭침사건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김 편집장은 이 사건이 여전히 논란 중이고 우리 국론 분열을 초래하고 있다고 한 뒤, "여하튼 이 사건으로 우리 정부가 5.24조치를 실시했고, 서해는 더욱 전쟁의 바다로 변했다. NLL이 분쟁 억지선이 아니라 유발선으로서 의미가 뚜렷해졌다. 국제 규범에 의해 민간 상선은 통과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전면 봉쇄됐다. 동시에 우리 어민의 조업 통제도 강화됐다. 남북이 대치하는 동안 중국 어선이 이 어장을 싹쓸이했다"고 했다.

연평도 포격사건에 대해 김 편집장은 "사건 발생 일주일 전부터 남북 간 긴장이 조성됐다. 5.24조치 후 남북 간 핫라인이 사라졌다. (북은) 우리 군의 포사격 훈련이 있을 경우 대응사격을 하겠다고 국제 공용 상선망에 띄웠다. 이날 오전에만 두 번 신호를 보냈다. 경계선(=군사분계선)이 그어지지 않은 데서 사격 훈련 시,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오전 10시 우리 군의 발칸포 사격과 11시 105mm 사격 땐 북도 별 반응이 없었다. 그런데 우리 군이 점심 먹고 자주포를 쏘니까, 연평도를 포격했다. 자주포는 사거리 40km로 북한군 해주 4군단 사령부 포격이 가능하다. '쏠 테면 쏴라'는 북한의 이 경고를 합참은 무시했다"고 말했다.

"서해 분쟁 관리 못하면 중·미 간 분쟁에 휘말려"

연평도 포격사건 발생 일주일 후인 11월 30일, 미국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가 서해 상에 진입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중국이 이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지금껏 남북 대결의 장이었던 서해는 중국과 미국 간 대결의 장으로 확장돼버렸다.

김 편집장은 미·중 간 분쟁이 구체화된 계기는 2010년 연평도 포격사건, 2012년 조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일본명 센카쿠열도) 충돌, 2015년 남사군도에서 중국 인공 섬을 둘러싼 충돌이라고 했다.

연평도 포격사건 후 올해 들어 한국에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는 중·미 간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김 편집장은 조어도와 서해에서 중·미 간 갈등이 가장 위험하다고 했다.

그는 "사드 논쟁은 북한이 개발한 중거리 핵미사일인 노동미사일에 대한 한국 방어의 필요성 때문에 제기됐지만,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핵심전력이라는 이중성을 회피할 수 없다"며 "천안함 폭침으로 (한국이) 항공모함을 요청했을 때, 미국은 처음엔 거절했다. 그리고 연평도 포격 이후 조지워싱턴호가 서해로 입항했다. 북에 대한 경고이지만, 중국은 중국 견제로 인식한다. 이대로 가면 G2(=미국과 중국)가 서해에서 대치하는 일이 발생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또, "사람이 정착하고 번영을 누릴 수 있을 때 영토의 가치가 있다. 서해 5도는 군사적 측면에서만 영토가치가 높아졌다. 이것은 안보의 역설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서해에서 분쟁을 예방하고 관리하지 못하면 우리가 중·미 간 지정학적 분쟁에 연루되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한 뒤 "연평도 포격 이후 남북 모두 군부를 통제하지 못하는 속도전 양상이다. 그래서 서해에서 적대 행위를 관리할 수 있는 남북의 군사적 핫라인을 개설해 군사행동을 통보하고, 공동 위기관리기구를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다 위 개성공단을 열자"

연평도 포격 5주기연평도 어촌계와 인천해양도서연구소, 인천평화도시만들기네트워크는 연평도 포격사건 5주기를 맞아 23일 오후 인천시의회 의총 회의실에서 ‘NLL과 연평도 주민의 삶’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열었다. ⓒ 김갑봉


인천해양도서연구소와 연평도 어촌계는 남북 공동의 '해상 파시'를 열자고 주장했다. 서해 5도는 남북 간 국지전으로 생명을 위협받는 동시에, 남북 간 대치 틈을 노린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으로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허선규 인천해양도서연구소 대표는 "중국어선이 북한에 한 척당 1000만~2000만 원을 주고 들어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북한 어선이 중국어선과 조업에서 경쟁이 안 되니, 차라리 돈을 받는 게 이득이라 (생각해) 어장을 팔아버린 꼴이다. 그런데 이 때문에 우리 어업소득도 감소하고 어장까지 파괴되고 있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조강(=한강·임진강·예성강이 만나는 하구)에서 연평도까지 바다 아래는 모래다. 강에서 흘러나온 모래에 플랑크톤이 풍부해 서해에 풍부한 어장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걸 중국이 싹쓸이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중국이 북한에 제공하는 수준의 경제적 효과를 우리가 주고, 남북이 공동으로 중국어선 못 들어오게 어장을 관리하고 조업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해상 파시는 '바다 위 개성공단'이라 할 수 있다. 북한에 이득이지만 우리 어민들에게 더 큰 이익이다. 게다가 해상 파시는 개성공단처럼 단지 조성에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남북이 서로 공동어로를 보장하고 관리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서해 5도 특별법으로 수산물운반선 지원해 달라"

연평도 어촌계 또한 중국어선 불법조업 단속과 함께 서해 5도 수산물 판로 지원을 촉구했다. 박태원 어촌계장은 "진짜 하고 싶었던 얘기를 해주니 목이 멘다. 지금도 눈앞에선 쌍끌이 중국어선이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가슴 아픈 꼴 보기 싫어서 이젠 산에도 오르지 않는다. NLL을 따라 인공어초를 뿌려놓으면 중국어선이 정박하지 못한다. 몇 년째 얘기하지만 정부는 아무 대책이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연평도 앞은 모래 서식지라 서해 생태계에서 제일 중요한 곳이다. 이곳이 파괴되면 서해 어패류 산란장이 사라지는 것이라, 서해 어장이 몽땅 파괴된다"며 "올해 꽃게 철에도 중국어선이 기승을 부렸다. 지난해보다 월평균 1000척이 더 늘었다고 했다. 올해 조업량 감소로 내년에 어선 몇 척이 파산으로 날라 갈지 모른다. 신용대책 또한 절실하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어, "지난달과 이달 연평도에서 수산물을 싣고 서울 뚝도(=뚝섬)에 왔다. 성동구와 뚝도시장상인회가 뚝도에 서해 5도 수산물판매장을 만든다고 했다. 운반선이 필요하고 활어와 냉동 수산물을 보관할 집하장이 필요하다. 이걸 지원해달라고 하는데, 답이 없다. 서해 5도 지원 특별법 제정 후 2583억 원 썼다고 했다. 대부분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이다. 서해 5도 운반선을 지어준다고 문제 되나? 이제 지원 사업도 주민소득을 증진하는 사업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미 수교 외교부가 했지 군부가 했나?"

서해-한강뱃길지난 10월 28일 새벽 4시에 연평도를 출발한 어선이 오후 2시 10분 무렵 한강 성수대교를 지나 뚝도 나루로 들어오고 있다. ⓒ 김갑봉


토론회 마무리 때 김종대 편집장은 "대만 금문도는 중국이 과거에 포탄을 40만 발 발사한 곳이다. 대만은 징병제라 금문도로 발령 나면 온 가족이 울어야 했다. 그런데 거기가 이제 제일 잘 사는 곳이다. 평화가 전제되지 않은 도서 지역의 번영은 거짓이다. 해양 분쟁을 예방하고 차단하는 것은 정치논쟁의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 이 문제가 (NLL 포기 논란으로) 정쟁의 대상이 돼버리니 비극의 씨앗을 잉태한 것이다"라며 평화 보장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 "동·서독도 강을 경계로 평화롭게 지냈다. 세계 영유권 분쟁 많지만, NLL 분쟁은 전 세계 유래가 없는 분쟁이다. 유엔 협약에도 맞지 않고, 한·중 어업 협정에도 맞지 않고, 영해법에도 맞지 않고, 규범도 없다. 영해를 선포한 뒤 유엔에 신고하고, 영해법을 개정하면 된다. 이건 하지 않고 정치적 대응만 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김 편집장은 마지막으로 "10.4선언도 처음엔 남북 고위급회담이 잘 됐다. 그런데 국방장관 의제로 넘기니 모조리 무효가 됐다.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이 전략무기 감축을 협정할 때 군부가 회담했나? 외교라인이 했다. 중·미 수교할 때 외교부 저우언라이와 키신저가 했지, 군부가 한 게 아니다. 10.4선언은 경찰이 경비를 하게 하고 군사적 적대 행위를 없애는 거였다. 향후 남북 고위급회담 시 군사회담은 협약 이행에 따른 안전 보장만 논의하게 해야 한다"고 한 뒤 "개성공단과 같은 구체적 이익을 가지고 서해를 남북이 공동으로 향유하면서 번영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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