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정치 부진, '도전의식' 없어서라고?
[주장] 제도적 지원 미비... 더 많은 기회와 교육 보장돼야
▲ 청년단체들이 지난 8월 20 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선거제도 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청년정치란 말 그대로 청년층이 참여하는 정치를 말한다. 하지만 단순히 청년들이 투표를 많이 하는 상황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젊은 세대, 젊은 층의 유권자들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 청년들이 정치권에 뛰어드는 것을 말한다.
즉, 청년들이 국회의원이나 시의원 또는 구의원 등의 선출직 공무원에 도전하여 좀 더 청년층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게 되는 상황이 바로 청년정치가 구현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유럽에서는 청년정치인이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그리스의 정당 '시리자'의 당수는 39세이고 이탈리아 민주당의 대표는 40세다. 오스트리아의 외무부 장관은 28세이다. 스코틀랜드에는 이제 20살이 된 하원의원도 있다.
유럽의 사례들에 비해 한국의 정치는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굉장히 노령화되어있고 청년정치인이 부족하다. 이는 과연 한국의 청년들이 유럽의 청년들에 비해 정치에 대한 도전의식과 세상을 바꾸겠다는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인가?
정당의 청년정치 지원 제도, 문제 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청년위원회는 각 당이 청년들이 적극적으로 도전하기를 바라며 많은 부분에서 제도적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한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비례대표로 청년의원 2명을 공천하는 '청년후보 의무공천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고, 새누리당도 김상민 의원의 사례를 들며 '청년 비례대표제'를 통해 청년 정치인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의원들의 말을 듣고 있으면 이제 필요한 것은 청년들이 정치에 도전하는 일만이 남은 것 같다.
하지만 정당들이 주장하는 청년정치 지원 제도에는 크게 두 가지의 문제가 있다. 첫 번째로 애초에 정당이 청년을 45세 미만으로 규정하고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청년정치가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것이고, 두 번째로 정당이 주장하는 청년정치 지원 제도가 잘못된 방식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청년정치의 실현을 위해서는 첫째, 청년 범위에 대한 개념이 좁혀 세부적인 청년층의 관심사에 대한 정책적 대안이 제시되어야 하고, 둘째, 무조건적으로 청년들의 도전을 장려하기보다는 제대로 된 방식의 청년참여 지원 제도가 우선되어야 한다.
새누리당에서는 청년을 만 45세 미만으로 규정하고,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만 45세까지를 청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20~70대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유권자들은 서로 다른 정치적 관심사를 가지고 있다.
20대는 대학 등록금이나 취업의 문제가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30대는 결혼, 출산, 육아의 문제에 집중할 것이고 40대에는 교육문제나 경제성장, 연금문제 등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할 것이다.
이렇게 연령대마다 서로 다른 정치적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데, 이들을 '청년'이라는 하나의 범주에 넣어버린다면 자연스레 청년이라는 집단 안에서 목소리가 갈라지고 집단은 힘을 잃게 될 것이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의 청년정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청년의 범위를 축소하고, 좁혀진 관심사에 대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방식으로의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한국 정당이 주장하는 청년정치 지원 제도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 유럽에 비해 한국 청년의 정치참여가 부족한 것은 한국 청년들의 정치 참여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유럽과 한국의 정당이 청년정치에 대한 '제도적 지원'에서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에 비해 '제도적 지원' 미비
예를 들어, 독일 CDU, CSU 정당 내 청년기구로 자리 잡고 있는 영 유니온에서는 청년당원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등의 혜택을 제공하며 당원으로서의 활동을 적극 권장한다. 청년당원들에게 교육의 커리큘럼을 가지고 교육하여 당원들이 청년보좌진으로 성장하는 데 많은 비용을 들이기도 한다.
유럽뿐 아니라 미국의 정당들도 청년당원들에게 의회의 인턴 기회를 굉장히 넓히고 있고, 그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에도 애쓴다. 청년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차근차근 성장시키는 형식의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비교하여 봤을 때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청년정치의 방안으로 제시한 청년후보의무공천제도나 청년비례대표제는 진정으로 청년정치 활성화를 위한 제도라고 보기 어렵다.
청년들이 정치권에 참여할 수 있는 많은 기회와 교육이 보장되고, 이를 통해 청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청년들의 표를 받아 정정당당히 입후보하는 것이 정치에 참여하는 올바른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청년에게 의석 할당량을 부여해 선출되기 쉽도록 하는 것은, 청년들의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자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의석을 배분하여 불만을 달래려는 의도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유럽과 비교하여 제도부터 미비한 상황에서, 청년의 정치참여가 부진한 것을 그저 한국 청년들이 문제의식과 도전의식이 없기 때문이라고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 그 전에 청년정치를 바라보는 정당의 태도부터 바꾸고, 유럽이나 미국과 같이 청년들이 정치에 도전할 수 있는 올바른 방식의 제도가 자리 잡은 뒤에야 청년정치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 편집ㅣ박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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