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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녹록지 않지만, 우린 지치지 않습니다"

[강남일기7] 반올림 8주년 생일에 함께 외치다

등록|2015.11.25 17:03 수정|2015.11.25 17:03
반도체 노동자들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은 지난 10월 7일부터 강남역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삼성반도체 직업병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매일 24시간 이어 말하기(노숙농성)'를 하고 있습니다.

반올림이 삼성에게 요구하는 건 다음입니다. 삼성은 교섭을 파기하고 일방적 보상절차를 강행한 것에 대한 사과하고, 조정위원회를 통한 사회적 대화에 성실히 임해야 합니다. 또 무성의·무책임·무능력한 태도로 일관하는 교섭단을 즉각 교체하고 배제 없는 보상과 실효있는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길 바랍니다. 반올림은 하루하루 농성의 모습을 '강남일기'로 연재합니다. - 기자 말

반올림 8번째 생일속초 황상기를 좋아하는 모임에서 떡 케잌을, 김승현 노무사님이 케잌을 선물해주셨습니다. 뒤에 반도체 소녀상이 있습니다. ⓒ 반올림


잘 익은 수육에서 모락모락 김이 피어 오르고, 굴 넣은 김장 김치 속이 먹음직스럽습니다. 때이른 크리스마스트리가 농성장에서 반짝이고 그 아래 사람들이 옹기종이 모여 앉아 뜨거운 미역국을 들이킵니다. 밥이 돌아가고 속을 채웁니다.

반올림 여덟 번 째 생일, 삼성본관 앞 반올림 농성장에 모여든 50여 명의 시민, 활동가, 피해자들이 음식을 나눠먹으며 축하했습니다. 그간 고생했다고. 앞으로도 힘을 모아나가자고.

일주일 전 방진복을 입고 폭우를 맞으며 삼성본관을 행진했던 이도 있습니다. 그 전에는 찬 바람 맞아가며 농성장을 지켰고, 기자회견에 함께하기도 한 이도 있습니다. 직장 일로, 투병으로, 미처 농성장을 오지 못하고 인터넷으로 반올림의 소식을 들으며 마음 졸이는 이도 있었습니다. 얼마 전 반올림 얘기를 듣고 마음이 저릿해진 이도 있었고. 그렇게 제각기 반올림에 마음을 보내었고, 생일날 만큼은 수고 했다고 서로를 즐거이 보듬자며 8개의 초를 껐습니다. 

퀴즈 풀이도 있었습니다.

"8 년 전 2007년 11월 20일 삼성반도체 기흥 사업장 앞에서 연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 규명과 OO OOO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이 반올림의 시작이었습니다.  OO OOO은 무엇이었을까요? "

반올림의 생존? 활동가들의 이익? 삼성 죽이기? 기업은 물론 국격 떨어뜨리기? 삼성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가 시작되고, 친기업적인 일부 언론 따르면 이 모든 게 답일지 모릅니다.

반올림의 전체 이름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입니다. 반올림의 목표는 '노동자의 건강권을 지키자'와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익을 스스로 지켜나갈 수 있는 노동조합이 설립되고, 지켜나가는 데 도움을 주자'입니다.

노동기본권, 반올림의 유일한 목표

반올림 발족 당시 사진 2007년 11월 20일 삼성반도체 기흥 사업장 앞에서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 규명과 노동 기본권 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발족 기자회견 사진 ⓒ 반올림


따라서 앞의 '00 000'에 들어갈 말은 노동 기본권입니다. 그동안 반올림은 반도체 뿐만 아니라 노동자라면 누구나 건강하게 일할 권리가 있음을 알렸습니다. 또 정당하게 산재로 인정받았다는 것이 알려졌다면 그게 8년의 성과겠지요.

그리고 지금 반올림은 삼성에 진정한 사과와 철저한 재발방지 대책 마련, 배제 없는 보상 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나친 요구이거나 포기해야 할 요구가 아니라, 일하다 병에 걸린 노동자라면 당연히 요구할 수 있고, 요구해야 마땅한 것들입니다. 다만 이를 실현하기까지의 현실이 녹록지 않을뿐이지요.

지치지 않는 피해자들이 있습니다. 그 곁에 서 있는 활동가와 전문가 그리고 이들을 지지하는 시민이 있습니다. 이날 모두가 '나도 반올림'이라며 모였습니다. 든든히 먹었으니, 아픈 노동자에게 불리한 제도와 무관심한 정부, 무책임한 삼성을 향해 소리치겠습니다. "삼성직업병 문제를 올바로 해결하라, 삼성을 바꾸자"라고요. 함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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