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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할애비가 와도 안 돼" "할매할배들은 아직도 '불쌍한 근혜' 한다"

[총선 민심 미리보기3 - 부산편①] '김무성-문재인 빅매치설' 나도는 영도

등록|2015.12.03 08:15 수정|2015.12.03 08:15
20대 총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공식, 비공식 여론조사들이 난무하고 있지만, 현장의 목소리만큼 정확한 여론은 없다. <오마이뉴스>는 내년 총선에서 가장 뜨거운 지역으로 예상되는 광주.대구.부산의 민심을 들어보기 위해 세 곳을 미리 다녀왔다. [편집자말]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지역구이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출마설이 나도는 부산 영도. <오마이뉴스>가 지난 11월 25, 26일 확인한 지역 민심은 여전히 여당에 쏠려 있었다. ⓒ 남소연


"문재인이 아니라 문재인이 할애비가 와도 (영도에선) 안 돼. 수리조선소들 문 닫고 카면서 젊은 사람들 없어져서 애들 학교도 없어지는 판인데, 짜드르(기껏해야) 할매·할배만 사는데 되겄나."

제1야당 대표에게 매기는 평가는 박했다. 자영업자 이아무개(35)씨의 매몰찬 말에 "한진중공업도 있고, 그 앞에 아파트 단지도 크게 들어서 있던데 그렇게 젊은 사람이 없나"라고 이어 물었다. 그러나 답은 같았다.

"함 봐라, 그기 다 할배·할매만 산다. 안철수가 와도 안 된다. 국회의원 할라카믄 안 되고, (대선 생각하면) 올 만하지. 와서 떨어지더라도 두 번, 세 번 도전하믄 노무현이처럼 인정해줄 수도 있겠지. 그래도 (야당이지만) 부산사람이니깐 가능할 수도 있다 이 말이다."

부산 영도가 내년 4월 여야 유력 대선주자들이 대결을 벌이는 부산의 '격전지'로 부상할 수 있다는 일각의 분석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지역구이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출마설이 나도는 부산 영도. <오마이뉴스>가 지난 11월 25, 26일 확인한 지역 민심은 여전히 여당에 쏠려 있었다.

"문재인·안철수, 말썽 마이 부리고 별로 필요 없다"

▲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 김영삼 전 대통령 국가장 영결식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나란히 참석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분명 부산은 '여권의 텃밭'이다. 지난 2012년 총선만 보더라도 새누리당은 부산 지역 18석 중 단 2석을 빼놓고 석권했다. 1992년 초원복집 사건 당시 "우리가 남이가"라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말이 여전히 유효한 셈이다. 당시 김 전 실장은 "부산·경남 사람들 이번에 김대중이 정주영이 어쩌니 하면 영도다리에서 빠져 죽자"란 말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부산은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3당 합당 전까지 '야도'(野都)이기도 했다. 유신정권 몰락의 신호탄이 된 '부마항쟁'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대표의 출마설이 나도는 부산 영도 역시 마찬가지다. 새누리당 상임고문인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내리 영도에서 5선을 했고, 김무성 대표도 2013년 4.24 재보궐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현 서병수 부산시장도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영도에서 오거돈 무소속 후보보다 5%p 이상 득표했다. 하지만 중선거구제로 치러진 1985년 12대 총선에서는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정의당 후보를 꼴찌로 낙선시킨 곳이고 13대 총선에서도 야당인 통일민주당 김정길 후보를 선택한 곳이기도 하다.

이 같은 역사적 특징은 부산을 "여당의 텃밭이지만 언제든 바람이 불 수 있는 곳"으로 규정짓는다. 특히 새정치연합은 부산 출신 대권주자인 문재인 대표나 같은 당 안철수 의원이 출격할 경우, 서구, 중·동구, 영도구를 포함하는 원도심권뿐 아니라 여권 강세 지역인 동부산권에서도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지역구 사무실 인근에 위치한 부산 영도 남항시장. 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김 대표가 지역구 활동을 잘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내사마 잘 모르지만서도 짜달시리(그다지) 잘하고 그런 거는 없는 것 같던데"라고 답했다가 옆에 있던 부인한테 "아이고, 참말로 머 할라고 씰데 없는 소리를 해싸요"라고 핀잔을 들었다. ⓒ 남소연


그러나 <오마이뉴스>가 만난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영도 청학시장에서 만난 김아무개(73)씨는 "(문재인·안철수) 그런 XX들은 절대로 파이다, 말썽 마이 부리고, 그런 사람들은 별로 필요없어"라고 말했다.

"영도서만 조상 대대로 150년을 살았다. 김무성이는, 지금 봐서는 별 이상 없이 잘한다고 보지. 말썽 안 부리고. 내는 옛날에 김정길이하고 다 찍어줘보이께네 야당은 아무 볼 일 없다. 가고 나면 시마이라. 야당 찍어주면 대통령 머 할라카믄 전부 다 뽀이코트, 뽀이코트. 찬성하는 게 하나도 없다."

그는 "도둑질 하는 사람들 척결하는 것 잘한다, 옛날에 김대중 도둑놈들이 도둑질 해가 시민들이 얼마나 세금으로 물라냈노, 도둑놈들이다 전부"라면서 박 대통령을 향한 애정도 감추지 않았다.

쌀 등을 파는 이아무개(70)씨도 "아무래도 (김무성 대표가 돼야) 영도 안 좋아지겠어요"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김무성-문재인 빅매치'에 "되도 안 해요"라고 손을 내저었다. 이씨는 "문재인이가 될 지역도 아닌데, (뉴스 보면) 최고위원들도 있는데 자기 혼자 해뿌리고 책임도 안 지고 카는 거 같애가 별로 안 좋아해요"라고 말했다.

"박근혜가 아무리 몬해도 여서는 30% 나오잖아요"

대리기사 김아무개(52)씨는 "박근혜가 아무리 몬해도 여서는 30% 나오잖아요?"라고 되물었다.

"대구 가면 50% 나오고, 60대 아줌마들이라요. 그래서 여기선 (여당 후보가) 지 능력 10%, 20%만 발휘하면 무조건 당선이라. 김무성이 (박 대통령한테) 왜 그리 떠는지 압니까? 박근혜표, 아줌마표 위력을 알기 때문에 그라는 거 아닙니까. 지가 나중에 대권후보 할라는데 그 아줌마들 마음 돌려뿌리면 끝이잖아요."

▲ 부산 감천문화마을 하늘마루 전망대에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2월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재임 당시 방문했던 곳임을 알리는 입간판이 세워져있다. ⓒ 남소연


김씨는 이를 "반(半) 동정표"라고 규정했다. 그는 "아버지 죽고 엄마 죽고 불쌍해서, 글카고 야당할 때 소신 있고 강단 있는 것까지 플러스해서 지지했는데 대통령 돼서는 소통 안 되고 옛날 70년대 사회 젖어 있으니 아쉽지만 지지자들은 장점만 봅니다"라고 말했다.

"우리 어머니가 칠십 넘었는데 그래도 (박근혜가) 열 남자 낫다고 그래요. 옛날 독재는 아니더라도 밀어붙이는 거 좋아하는 보수층 많다니깐, 하는둥 마는둥 하는 거 싫어하는 사람들. 젊은 사람들은 토론하는 거 좋아하지만 그 위(세대) 사람들은 밀어붙이는 거 좋아하는 사람 많다니깐. 박근혜가 나라 말아먹으려고 하는 것 아니잖아요."

그는 '문재인·안철수 부산 출마 가능성'에도 부정적으로 봤다. 그는 "(문재인·안철수 나오면) 다 떨어지지, 내가 안철수 정도 정치색 갖고 있었는데 다 실망해서 떠났다 아닙니까"라며 "(안 의원이) 그 때 대통령후보도 밀어붙이고, 합당 안 하고 캤으면 바람 부는 거지"라고 말했다.

젊은이들은 오히려 '정치적 무관심'에 가까웠다. 영도구 태종로에 위치한 한국해양대학교에서 만난 배수혁(24)씨는 "총선도 총선이지만 (학내 현안인) 총장직선제 같은 문제 때문에 (묻혀서) 더 관심이 없는 것 같다"라면서 "박 대통령이 이화여대 갔을 때 (학생들이) 못 오게 한다거나 하는 행동이 있었는데 여긴 그런 것도 없었다, (김무성 대표가) 명예박사 학위 잘 받아갔다"라고 말했다.

같은 학교의 전기전자공학과에 재학 중인 김아무개(23)씨도 "정치 쪽에 별로 관심이 없긴 하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새누리당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세월호 사건도 그렇고 그런 대처가 미흡하지 않나 해서"라고 말했다.

"안 맞는 사람 절단내는 대통령 싫지만 야당은 '대가리'가 없다"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부산 영도 지역구 사무실. 김 대표의 사무실 인근에 위치한 영도 남항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김 대표가 지역구 활동을 잘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내사마 잘 모르지만서도 짜달시리(그다지) 잘하고 그런 거는 없는 것 같던데"라고 답했다가 옆에 있던 부인한테 "아이고, 참말로 머 할라고 씰데 없는 소리를 해싸요"라고 핀잔을 들었다. ⓒ 남소연


현 정부·여당에 불만을 가진 이들은 말을 삼가는 편이었다. 해양대 도서관 앞에서 만난 한 학생은 자신을 '영도 사는 31세 고시생'이라고만 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김 대표가 처음엔 카리스마 있고 해서 괜찮다 캤는데 요새 (김 대표의) 아버지 친일 문제 나오면서 별로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지방선거 때도 오거돈 후보를 택했다"라면서 "야당을 무조건 찍진 않고 인물을 보고 찍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의 지역 사무실 인근에 위치한 영도 남항시장 상인들도 말을 아끼기는 마찬가지였다. 아침 일찍 물건을 진열하던 한 상인은 "김 대표가 지역구 활동을 잘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내사마 잘 모르지만서도 짜달시리(그다지) 잘하고 그런 거는 없는 것 같던데"라고 답했다가 옆에 있던 부인한테 "아이고, 참말로 머 할라고 씰데 없는 소리를 해싸요"라고 핀잔을 들었다.

이름을 끝내 공개하지 않겠다던 상인은 "여는 평소에 아니라 카믄서도 찍을 땐 1번"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은) 자기하고 안 맞는 사람들 다 절딴을 내버리잖아"라면서 "유승민이도 그렇고 그 대선 때 자기에게 못되게 했던 그 여자(이정희 옛 통합진보당 대표)한테도"라고 말했다.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지역구 사무실 인근에 위치한 부산 영도 남항시장. 현 정부·여당에 불만을 가진 이들은 말을 삼가는 편이었다. ⓒ 남소연


그러나 그조차도 야당에 기대하는 것은 없었다. 그는 "인물도 없고, 문재인이나 안철수가 부산 출신이라 캐도 못하잖아요"라면서 "야당은 '대가리(리더)'가 없는 거지"라고 말했다.

남항시장에서 20년 넘게 정육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김일용(45)씨는 "김무성 대표만을 놓고 보면 나쁠 게 없다"라고 평했다. 오히려 문재인 대표를 향해서는 "자꾸 엉뚱한 소릴 한다"라면서 "일반적인 상식에서 봤을 때는 이해가 안 된다"라고 평했다. 그는 또 "여기선 김무성뿐만 아니라 다른 여당 후보가 나와도 될 거다, 부산 전체가 다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8년 차 택시기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최아무개(48)씨도 "부산에서 야당은 힘들다고 봅니데이"라고 말했다.

"옛날에 비해서 새누리당 찍는 사람 줄었다 캐도 아직은 새누리당이 많거든예. 아직 민주당(새정치연합)은 부산 사람한테는 우리 편이란 생각 안 드는데 새누리당은 우리 편 같단 말이지예. 젊은 사람들 박 대통령 보고 욕 많이 해사튼데, 내 위로는 새누리당 좋고 박 대통령 잘한다는 사람이 대부분이라예. 할매·할배들은 아직도 박근혜 보면 '우리 근혜 우리 근혜' 이래 불러가면서 불쌍타고 얼마나 그카는데예."

○ 편집ㅣ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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