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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 명암, '재벌은행'만 아니면 된다?

참여연대 "인터넷전문은행 빙자해 은산 분리 완화,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도"

등록|2015.12.01 18:52 수정|2015.12.01 18:53
"IT 기업이라고 은행 돈 가져다쓰는 데 인센티브가 없겠나?"(전성인 홍익대 교수)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 등장을 앞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세계적인 '핀테크(IT+금융)' 흐름 속에 정보기술(IT)과 결합한 새로운 금융 서비스가 등장하리란 기대가 큰 한편 재벌과 대기업의 '은행 사금고화'를 막는 보루인 '은산 분리' 후퇴와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도 나오고 있다.

참여연대 "인터넷전문은행 예비 인가, 은산 분리 위반 월권"

▲ 인터넷은행으로 선정된 카카오뱅크의 윤호영 부사장이 30일 오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이용우 한국투자금융 전무와 함께 사업계획을 설명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는 1일 최근 인터넷전문은행 예비 인가 발표에 대해 "인터넷전문은행을 빙자한 은산분리 완화"라고 비판했다. 금융위원회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앞세워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금지한 은산 분리 규정을 위반하는 월권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달 29일 '한국카카오은행(가칭, 아래 카카오뱅크)'과 '케이뱅크(가칭, 아래 K뱅크)'를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예비 인가했다. 하지만 정작 두 컨소시엄을 주도하는 카카오와 KT 지분은 각각 10%와 8%에 불과하고, 금융자본인 한국투자금융지주(50%)와 우리은행(10%)이 최대주주다.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의 은행 지분 소유 한도를 기존 10%(의결권 4%)에서 50%까지 높이는 은행법 개정안이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정부가 은행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전제로 은행업 예비 인가를 내주는 무리수까지 둔 셈이다.

참여연대는 "개정안에 재벌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한다고 하나 금융과 산업의 분리는 재벌뿐만이 아니라 산업자본 일반이 갖는 속성에 대한 예방책"이라면서 "자산 규모가 2조 원이 넘는 카카오와 KT가 대기업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은산 분리는 은행과 재벌만 분리하자는 게 아니다"라면서 "IT 기업이라고 은행 돈을 가져다 쓰는데 인센티브가 없겠나"라고 밝혔다.

한 발 더 나아가 참여연대는 "현행 은행법 상 '동일인' 규정에 의하면 이번에 예비인가를 받은 컨소시엄은 그 자체를 하나의 주체로 보아 은행법을 적용해야 마땅하다"면서 "(은행법이 개정되면) 카카오와 KT를 최대주주로 변경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이 공지의 사실인데 의결권 행사에 대한 합의가 없다는 주장을 믿을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따졌다.

산업 자본 여부를 판단하는 '동일인'에는 본인뿐 아니라 '본인과 합의 또는 계약 등으로 은행 주식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는 자'인 특수관계인도 포함시켜야 하는데, 카카오뱅크의 경우 지금은 지분 50%를 보유한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최대주주지만, 은행법이 바뀌면 현재 10%를 보유한 카카오를 최대주주로 만들기로 합의했다면 '동일인'으로 보고 컨소시엄 전체의 소유 지분을 10%로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도규상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은 지난달 29일 발표 당시 "(의결권 행사 합의를 담은) 주주간 계약서는 예비 인가 신청 서류에 포함되지 않아 파악할 수 없었다"면서 "그 계약서 자체에 위법성이 있다면 추후 발견됐을 때 따질 사안"이라며 현행 은행법 위반 논란을 비켜갔다.

빅데이터 활용 중금리 대출, 프라이버시 침해-부실 대출 우려

▲ 모바일-온라인 활동 빅데이터를 활용한 카카오뱅크의 신용평가시스템 '카카오 스코어' ⓒ 카카오


카카오, KT 등 IT 기업들이 보유한 개인정보 활용에 따른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도 현실화되고 있다. 카카오뱅크, K뱅크 모두 시중은행 문턱을 넘지 못해 연 20~30%대 고금리를 부담하는 저신용등급자들을 대상으로 10%대 중금리 대출 상품을 핵심 서비스로 내세우고 있다. 기존 신용평가정보에 더해 자신들이 보유한 모바일과 온라인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신용도를 더 세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택시와 카카오페이, G마켓, 예스24 등 상거래 정보와 카카오톡, 다음 검색 등 SNS 데이터까지 활용한 신용평가시스템 '카카오스코어'를 도입할 계획이고, K뱅크도 주주사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CSS(신용점수시스템)를 구축할 예정이다.

▲ KT가 주도하는 케이뱅크는 주주사들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중금리 대출을 준비하고 있다. ⓒ KT


하지만 참여연대는 "이들이 보유한 개인정보를 금융기관의 영업에 곧바로 활용하는 것이 과연 개인정보의 보호를 규정한 개인정보법의 규율에 합치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면서 "자칫 개인 정보 주체의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막대한 개인정보가 금융기관의 영업에 활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경계했다.

전성인 교수도 "대출 신청자들에겐 개인정보 활용 동의를 받는다고 해도 정확한 부도 확률을 계산하려면 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은 다른 이용자들 데이터까지 가져와서 전체 순위를 따져봐야 한다"면서 "이때 개인 식별이 가능한 정보가 포함될 경우 신용정보법을 위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톡 등 기존 서비스 가입자 전체 정보를 활용하겠다는 게 아니라 대출 신청자 등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한 정보만 활용할 것"이라면서 "충분한 온라인 빅데이터를 확보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려 초기엔 서울보증 등 기존 신용평가 정보를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성인 교수는 "거꾸로 IT 업체가 온라인 빅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면 더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시중은행과 비교해 경쟁력이 없다"면서 "시중은행까지 경쟁적으로 중금리대출 시장에 뛰어들면 자칫 부실 대출 증가로 이어져 은행 건전성까지 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편집ㅣ장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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