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부자들>이 보여준 '헬조선'의 민낯
수단의 목적화, 목적의 수단화가 일상화된 사회
어제 작은 아이와 영화 <내부자들>을 관람했습니다. 긴박감 넘치는 스토리 라인과 주연 배우들의 명품 연기가 돋보였지만 보는 내내 딱 한 단어를 생각하게 되더군요. 다름 아닌 '헬조선'입니다.
영화는 '헬조선'의 민낯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는데, 굳이 어려운 설명도 필요가 없습니다. 진실을 외면한 언론, 정의를 내팽개친 정치 그리고 도덕성을 상실한 재벌. 이것이 공존하는 사회가 바로 '헬조선'인 것이죠.
본래 언론이라는 것이 권력을 감시하고 시민의 안전과 자유를 위한 파수꾼이 되어야 하는데 영화에 등장하는 언론인은 "대중은 개·돼지와 똑같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정의사회를 구현해야 할 정치인은 언론 및 재벌과의 부당한 거래를 통해 공권력을 무력화시키고 언론까지도 철저히 농락합니다.
더 나아가 재벌은 돈의 힘을 앞세워 살인청부, 성폭행, 법조로비 등 불법행위를 마치 일상사처럼 저지릅니다. 결론적으로, 강자가 약자를 죽이고 잡아먹는 약육강식의 사회가 바로 '헬조선'입니다.
수단의 목적화, 목적의 수단화
그렇다면 언제부터 그리고 왜 우리 사회가 이러한 약육강식의 정글이 된 것일까요? 그 열쇠는 '수단의 목적화, 목적의 수단화'에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정치, 언론, 기업의 존재 이유는 인간의 자유, 존엄성 및 행복에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인간의 자유, 존엄성과 행복이 목적인 것이고 정치-언론-기업은 이를 구현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한 것이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는 국가권력을 위해 인권의 일부 제한이 불가피하다, 언론 보도 과정에서 인간이 피폐화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국가경제를 위해 기업의 이익이 개인의 행복보다 중요하다는 식으로 인식이 바뀌어버렸습니다. 사회 전체가 집단적으로 수단의 목적화에 빠진 것이죠.
그뿐만이 아닙니다. 이제는 목적이 수단화되는 상황에 봉착했습니다. "올바른 국가관을 세우기 위해 역사를 바꿔야 한다", "법치주의 구현을 위해 일정부분의 권리 제한은 불가피하다", "청년취업을 위해 노동개혁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박근혜 정부의 워딩을 보면서 무슨 생각이 드십니까? 대단히 불편하시죠? 왜 그럴까요? 목적과 수단이 바뀌었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수긍이 되지 않고 온전한 양심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국가관이 필요한 이유는 올바른 역사인식을 위해서입니다. 그렇다면 역사인식에 의거하여 국가관이 세워져야 합니까? 아니면 국가관을 위해 역사인식을 바꿔야 합니까? 마찬가지로 법과 제도가 필요한 이유는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다면 기본권 보장을 위해 법과 제도를 바꿔야 합니까? 아니면 법과 제도를 위해 기본권을 제한해야 합니까? 취업을 하는 이유도 바로 노동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서인데, 그렇다면 노동이라는 큰 테두리에서 취업 문제를 다루는 게 맞습니까? 아니면 취업을 위해 노동을 개혁하는 것이 맞습니까? 그야말로 가치관의 혼돈이죠.
왜 이러한 일이 발생할까요? 자신들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망각했기 때문입니다. 정당해산 결정을 손쉽게 내리는 헌법재판소, 질서유지를 위해 직사 물대포를 퍼붓는 경찰, 세월호 사건의 진실에 관심이 없는 언론, 불공정 거래질서 강화를 통해 창조경제 생태계를 스스로 파괴하는 재벌기업, 권력을 감시하고 정책대안을 제시할 의지도 능력도 없는 여야 정당… 이것이 이미 오래 전부터 만연하여 마치 아무 문제도 없다는 듯 흘러온 사회가 바로 '헬조선'인 것입니다.
헌법재판소가 존재하는 이유는 헌법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그 헌법을 만들고 고치는 중심에 있는 입법부의 권위를 무력화시킨 것이 바로 정당해산 결정입니다. 행정부가 특정 정당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쉽게 정당해산 심판을 청구하고 헌법재판소가 이를 자의적으로 판단하여 결정한다면 삼권분립은 모래성처럼 무너지게 됩니다. 삼권분립이라는 링 안에서 치열하게 싸우며 경쟁해야 하는데, 갑자기 링 밖의 심판이 등장하여 선수를 퇴장시키면 그것은 거대한 반칙입니다.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사회질서가 유지되어야 하는 것이고,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공권력의 권위와 정당성이 필요한데, 거꾸로 공권력의 권위와 정당성을 위해 질서가 유지되어야 하고, 질서 유지를 위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면 이것 또한 주객이 전도된 것이고 사실상 국민을 향한 반란 아닐까요? 국민의 복리 증진을 위해 공정한 거래질서가 필요하고, 공정한 거래질서를 위해 기업 활동을 보장하는 것인데, 거꾸로 기업 활동을 위해 거래질서를 훼손하는 것에 대해 묵인하고 조장함으로써 국민의 복리가 위협받는다면 이것 또한 반란 아니겠습니까?
영화 <내부자들>을 보고 난 후 작은 아이가 제게 질문합니다. 대학에서 과연 자신의 노력이 정당하게 보상받을 수 있냐고? 그리고 취업하는 데에 있어서도 과연 공정한 게임의 룰이 작동되냐고? 더 나아가 오늘보다 내일이 더 큰 희망과 행복을 약속한다고 믿어도 되냐고?
솔직히 그 질문에 대답하기가 저도 어려웠습니다. 과연 내 아이에게 결혼을 하라고 장려할 수 있을까? 최소 두 명 이상의 자녀를 출산하라고 권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 국민 대다수가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다면 그것은 '헬조선'이 맞습니다.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고, 반칙을 일삼는 사람들에 대한 경고와 단죄가 이루어지지 않고, 목적이 수단이 되고 수단이 목적이 되는 사회에서 더 이상 우리의 미래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이제라도 목적을 수단화하고, 수단을 목적화하는 정글 권력만능주의와 정글 황금만능주의 세력이 누구인지 우리 스스로가 정확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을 향해 강력하게 경고해야 합니다. 그들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지 않으면 우리가 그들을 본연의 자리로 강제로 되돌려 놓겠다고… 그래도 말을 듣지 않으면 그들을 선거를 통해 심판해야 합니다. 주권자의 명령에 불복종한 것에 대한 단죄의 의미로.
영화는 '헬조선'의 민낯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는데, 굳이 어려운 설명도 필요가 없습니다. 진실을 외면한 언론, 정의를 내팽개친 정치 그리고 도덕성을 상실한 재벌. 이것이 공존하는 사회가 바로 '헬조선'인 것이죠.
본래 언론이라는 것이 권력을 감시하고 시민의 안전과 자유를 위한 파수꾼이 되어야 하는데 영화에 등장하는 언론인은 "대중은 개·돼지와 똑같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정의사회를 구현해야 할 정치인은 언론 및 재벌과의 부당한 거래를 통해 공권력을 무력화시키고 언론까지도 철저히 농락합니다.
더 나아가 재벌은 돈의 힘을 앞세워 살인청부, 성폭행, 법조로비 등 불법행위를 마치 일상사처럼 저지릅니다. 결론적으로, 강자가 약자를 죽이고 잡아먹는 약육강식의 사회가 바로 '헬조선'입니다.
수단의 목적화, 목적의 수단화
▲ 영화 <내부자들> 한 장면 ⓒ (주)쇼박스
그렇다면 언제부터 그리고 왜 우리 사회가 이러한 약육강식의 정글이 된 것일까요? 그 열쇠는 '수단의 목적화, 목적의 수단화'에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정치, 언론, 기업의 존재 이유는 인간의 자유, 존엄성 및 행복에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인간의 자유, 존엄성과 행복이 목적인 것이고 정치-언론-기업은 이를 구현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한 것이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는 국가권력을 위해 인권의 일부 제한이 불가피하다, 언론 보도 과정에서 인간이 피폐화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국가경제를 위해 기업의 이익이 개인의 행복보다 중요하다는 식으로 인식이 바뀌어버렸습니다. 사회 전체가 집단적으로 수단의 목적화에 빠진 것이죠.
그뿐만이 아닙니다. 이제는 목적이 수단화되는 상황에 봉착했습니다. "올바른 국가관을 세우기 위해 역사를 바꿔야 한다", "법치주의 구현을 위해 일정부분의 권리 제한은 불가피하다", "청년취업을 위해 노동개혁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박근혜 정부의 워딩을 보면서 무슨 생각이 드십니까? 대단히 불편하시죠? 왜 그럴까요? 목적과 수단이 바뀌었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수긍이 되지 않고 온전한 양심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국가관이 필요한 이유는 올바른 역사인식을 위해서입니다. 그렇다면 역사인식에 의거하여 국가관이 세워져야 합니까? 아니면 국가관을 위해 역사인식을 바꿔야 합니까? 마찬가지로 법과 제도가 필요한 이유는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다면 기본권 보장을 위해 법과 제도를 바꿔야 합니까? 아니면 법과 제도를 위해 기본권을 제한해야 합니까? 취업을 하는 이유도 바로 노동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서인데, 그렇다면 노동이라는 큰 테두리에서 취업 문제를 다루는 게 맞습니까? 아니면 취업을 위해 노동을 개혁하는 것이 맞습니까? 그야말로 가치관의 혼돈이죠.
왜 이러한 일이 발생할까요? 자신들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망각했기 때문입니다. 정당해산 결정을 손쉽게 내리는 헌법재판소, 질서유지를 위해 직사 물대포를 퍼붓는 경찰, 세월호 사건의 진실에 관심이 없는 언론, 불공정 거래질서 강화를 통해 창조경제 생태계를 스스로 파괴하는 재벌기업, 권력을 감시하고 정책대안을 제시할 의지도 능력도 없는 여야 정당… 이것이 이미 오래 전부터 만연하여 마치 아무 문제도 없다는 듯 흘러온 사회가 바로 '헬조선'인 것입니다.
헌법재판소가 존재하는 이유는 헌법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그 헌법을 만들고 고치는 중심에 있는 입법부의 권위를 무력화시킨 것이 바로 정당해산 결정입니다. 행정부가 특정 정당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쉽게 정당해산 심판을 청구하고 헌법재판소가 이를 자의적으로 판단하여 결정한다면 삼권분립은 모래성처럼 무너지게 됩니다. 삼권분립이라는 링 안에서 치열하게 싸우며 경쟁해야 하는데, 갑자기 링 밖의 심판이 등장하여 선수를 퇴장시키면 그것은 거대한 반칙입니다.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사회질서가 유지되어야 하는 것이고,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공권력의 권위와 정당성이 필요한데, 거꾸로 공권력의 권위와 정당성을 위해 질서가 유지되어야 하고, 질서 유지를 위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면 이것 또한 주객이 전도된 것이고 사실상 국민을 향한 반란 아닐까요? 국민의 복리 증진을 위해 공정한 거래질서가 필요하고, 공정한 거래질서를 위해 기업 활동을 보장하는 것인데, 거꾸로 기업 활동을 위해 거래질서를 훼손하는 것에 대해 묵인하고 조장함으로써 국민의 복리가 위협받는다면 이것 또한 반란 아니겠습니까?
영화 <내부자들>을 보고 난 후 작은 아이가 제게 질문합니다. 대학에서 과연 자신의 노력이 정당하게 보상받을 수 있냐고? 그리고 취업하는 데에 있어서도 과연 공정한 게임의 룰이 작동되냐고? 더 나아가 오늘보다 내일이 더 큰 희망과 행복을 약속한다고 믿어도 되냐고?
솔직히 그 질문에 대답하기가 저도 어려웠습니다. 과연 내 아이에게 결혼을 하라고 장려할 수 있을까? 최소 두 명 이상의 자녀를 출산하라고 권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 국민 대다수가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다면 그것은 '헬조선'이 맞습니다.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고, 반칙을 일삼는 사람들에 대한 경고와 단죄가 이루어지지 않고, 목적이 수단이 되고 수단이 목적이 되는 사회에서 더 이상 우리의 미래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이제라도 목적을 수단화하고, 수단을 목적화하는 정글 권력만능주의와 정글 황금만능주의 세력이 누구인지 우리 스스로가 정확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을 향해 강력하게 경고해야 합니다. 그들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지 않으면 우리가 그들을 본연의 자리로 강제로 되돌려 놓겠다고… 그래도 말을 듣지 않으면 그들을 선거를 통해 심판해야 합니다. 주권자의 명령에 불복종한 것에 대한 단죄의 의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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