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하 사망 사건이 계속 이야기 되는 이유
인권운동가 고상만의 <중정이 기록한 장준하>를 읽고
여름이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가을이라기엔 무더운 지난 9월 30일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정덕수 선생님 안녕하세요. 제가 책을 한 권 내습니다. 그 책을 드리려하니 주소를 좀 부탁합니다."
전화가 온 직후인 10월 1일 책이 도착했다. 저마다 책을 내는 이들은 자신만이 이런 책을 낼 수 있고, 자신이 쓴 글은 틀림없이 독자들의 관심을 이끌 수 있으며 베스트셀러로 사랑을 받을 거란 얼마쯤 즐거운 상상을 한다. 초판만 다 팔려도 좋겠다는 생각은 애초 갖게 어려운 게 사람의 마음이니 이 정도는 얼마든지 미소로 화답해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착각을 정치인이 한다면, 그것도 절대 권력을 지닌 한 국가의 통수권자가 지닌다면 그 나라는 엄청난 압제가 국민을 도탄에 빠뜨리게 된다. '대통령소속 친일 반민족행위자 재산 조사위원회'와 '대통령소속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에서 활동한 고상만 전 위원이 출판했다며 보내준 책은 <중정이 기록한 장준하>다.
1992년부터 줄곧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며 사회적 약자의 간절한 호소에 귀 기울일 줄 아는 고상만이었기에 말랑말랑한 책은 아니리라는 짐작은 했다. 책을 받는 순간 "지금과 같은 때에 가장 험난한 길을 갈 수도 있는 책"이란 생각부터 들었다.
장준하 선생께서는 진정 이 나라의 애국자인 동시에 투철한 사상가며 박정희란 권력에 맞서 싸워 온 투사였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또 지금 이 나라는 다시금 그 엄혹했던 과거로 회귀한 상태기 때문이다. 더구나 독재자 박정희의 딸이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반 남짓 임기를 지낸 상태 아닌가.
책을 받던 시기는 정말 수많은 서류 더미를 놓고 마을회관에서 밤낮 없이 일에 매달려 있을 때였다. 그러나 책을 받은 이상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라 짬이 생길 때마다 읽기 시작했다. 서류와 씨름을 하는 틈틈이 읽던 책을 처음부터 다시 읽고, 또 다시 읽으며 지금 이 시점과 장준하 선생께서 활동하시던 시대가 어쩌면 이렇게도 똑같을 수 있는지 놀랐다.
고상만이 프롤로그에서 "우리나라 국민의 과반 이상은 자신의 이념적 정체성을 묻는 설문에 '보수'라고 답한다. 그런데 왜 자신이 보수라고 생각하는지 그 이유를 물으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내가 가장 많이 들은 답변은 지지하는 정당이 '새누리당'이기 때문에 자신이 보수라는 것이다. 이는 불행히도 '보수'라는 이념적 정체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이자, 우리나라의 기형적인 근현대사를 거치면서 자리 잡은 이념의 왜곡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는데, 내가 만난 사람들도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고 대답한다.
국어사전의 "새로운 것을 반대하고 재래의 풍습이나 전통을 중히 여기어 유지하려는 것" 또한 맞되 일정 부분 잘못 해석되어 국민을 불행하게 만드는 법리 논쟁과 같은 문제를 지니고 있다. 고상만이 친절하게 밝혀놓았듯 '사람 중심'의 전통과 풍습이라야 함에도 그러하지 못한 현실 아닌가.
심정적으로나 드러난 정황상 명백한 타살임에도 딱 잘라 누가 저질렀다는 증거가 현재 없다는 이유로 의문에 붙일 수밖에 없는 장준하 선생의 사건. 앞으로도 목에 걸린 가시처럼 오랜 시간 마음을 무겁게 할 것이다.
2012년 9월 한겨레 신문에 "박정희, 장준하 사망 다음날 보안사령관과 47분 독대"란 기사가 나왔다. 당시 민주통합당의 백재현과 김현 두 국회의원의 보도자료를 통해 보도된 기사에서 고상만은 인터뷰를 했다.
"당시 의문사위는 장준하 선생 사망사건에 보안사(현 기무사)와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 또는 청와대 경호실이 개입됐을 것으로 봤다. 이 기록은 보안사의 개입 의혹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다. 당시(2003년~2004년 2기 의문사조사위원회 활동시점) 의문사위도 사건 다음날 진종채 보안사령관이 박정희 대통령을 독대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논의된 내용을 추적하다가 조사시간이 종료됐다."
이때 기사의 말미에 의문사위에서는 '진상규명 불능' 결정을 내렸고,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는 의문사로 인정하거나 의문사가 아니라고 기각했을 경우엔 차후 재조사가 불가능하지만 '진상규명 불능'으로 결정한 사안에 대해서는 재조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많은 이들은 2000년 김대중 정부와 2003년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소속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 활동을 통해서도 밝히지 못한 장준하 사망 사건을 2012년에 다시 여론에 끄집어내고, 2015년 또 다시 끄집어내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할 수도 있다.
대답은 간단하다. 기무사나 국정원은 물론이고 청와대 등에서 이와 관련 된 자료가 있으면 공개하면 단 한 번으로 종결될 사안이다. 그러하지 않고 '2074년까지 비공개'라 하니 새로운 사실이 하나씩 드러나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이다.
2003년부터 시작된 의문사위 활동엔 기무사와 국정원, 청와대 경호실을 대상으로 기록물을 요구하며 수사가 아닌 조사를 했고, 2012년 8월엔 장준하 선생의 묘소를 이장하기 위해 개묘를 하며 선생의 유골을 수습할 때 두개골에 망치와 같은 둔기로 가격을 당하였을 때나 생길 수 있는 상흔을 목격하였으니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같은 해 9월엔 민주통합당의 백재현 의원과 김현 의원이 1985년 8월 15일 당시 보안사령관이 청와대로 들어가 박정희와 독대를 한 자료를 입수해 발표했으니 다시금 기억을 되살리게 된 것이다.
또한 담당조사관으로 활동했던 고상만이 <장준하 묻지 못한 진실>란 책을 2012년 발행하고 2015년 다시 <중정이 기록한 장준하>를 낸 것은 순전히 정부가 2074년까지 장준하 관련 자료를 비공개하기로 결정한 상태에서 중앙정보부가 기록한 '장준하 동향보고'를 고상만이 입수하였기에 가능했다.
책을 읽으며 스티그 라르손(Stieg Larsson 1954년 8월 15일, 스웨덴 - 2004년 11월 9일)이 지은 <밀레니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스웨덴 비밀경찰인 SAPO의 사조직에 의해 저질러진 범죄를 풀어나가는 이야기와 방식의 차이와 내용의 차이만 존재할 뿐 중앙정보부가 장준하 선생을 미행하며 간섭한 내용은 많은 부분 닮았다.
중정은 물론이고 경찰과 보안사까지 총동원되어 장준하 선생에 대해 감시와 미행, 도청을 하고 구속 수감하는 과정이 장준하 선생에게 죄가 있어서가 아니라, 박정희라는 권력자의 치부를 낱낱이 까발리는 외침을 국민들이 들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 "대한민국에서는 누구나 일정한 자격과 조건만 갖추고 있으면 대통령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 한 사람, 박정희씨만은 안 됩니다. 박정희 씨는 일본 천황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일본군 장교가 되어 우리의 독립 광복군에 총부리를 겨누었으니 이런 인물이 우리나라 대통령으로 있는 것은 국가와 민족의 수치입니다"라 외치니 권력을 유지하려는 자와 야욕에 눈 먼 자들은 싫을 수밖에. 4장으로 나뉘어 쓰여진 이 책은 우리 근현대사를 바로 볼 수 있게 한다.
1장 '광복군 장준하(1918-1962)'는 장준하 선생의 출생에서부터 사상계를 창간하여 민주주의를 온전히 완성하려는 장준하 선생의 철학과 사상을 그렸다면, 2장 '중앙정보부, 장준하를 기록하다(1963-1973)'은 집요한 중앙정보부의 장준하 선생 미행과 감시, 도청 등이 비교적 상세하게 서술되어 있다.
3장 '장준하, 박정희를 넘어서다(1974-1975. 7.)' 장준하 선생의 입을 막기위해 혈안이 된 박정희 권력의 치부가 낱낱이 중정의 기록에 의해 드러난다. 4장 '장준하, 영원히 살다(1975. 8.-2013)은 정준하 선생께서 포천 약사봉 자락에서의 의문사부터 의문사를 조사하는 과정과 명백한 타살의 증거가 드러나는 과정까지 그려졌다.
존중받고 기려질 인물이 누구인가를 이 책을 통해 많은 이들이 알아야 한다.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무장한 권력이 온갖 추잡한 짓을 일삼다 심복의 총탄에 죽을 수밖에 없는 과정과, 주권을 지닌 국가와 민주주의를 염원한 투철한 사상을 갖춘 애국자의 의문사를 통해 드러난 근현대사의 참모습을 만나보길 권한다.
2015년도 이제 1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2016년은 2020년 5월 29일까지 4년의 임기가 보장 된 대한민국의 국회의원 선거가 4월 13일(수) 치러진다. 어떤 인물들을 선택해야 우리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어떤 인물이 되더라도 마찬가지란 생각은 물론이고, 누구를 선택하더라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장준하 선생처럼 변하지 않고 올곧게 국가와 국민, 그리고 참다운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인물을 찾기 어렵다 하더라도 최소한 도탄에 빠지지는 않게 만들려는 인물을 골라야 하고 선택해야 한다. 잘못된 선택은 곧장 세상을 어둡게 만든다는 사실을 이제는 분명히 기억하자.
"정덕수 선생님 안녕하세요. 제가 책을 한 권 내습니다. 그 책을 드리려하니 주소를 좀 부탁합니다."
전화가 온 직후인 10월 1일 책이 도착했다. 저마다 책을 내는 이들은 자신만이 이런 책을 낼 수 있고, 자신이 쓴 글은 틀림없이 독자들의 관심을 이끌 수 있으며 베스트셀러로 사랑을 받을 거란 얼마쯤 즐거운 상상을 한다. 초판만 다 팔려도 좋겠다는 생각은 애초 갖게 어려운 게 사람의 마음이니 이 정도는 얼마든지 미소로 화답해줄 수 있다.
▲ 중정이 기록한 장준하고상만 지음 '중정이 기록한 장준하' ⓒ 정덕수
그런데 이런 착각을 정치인이 한다면, 그것도 절대 권력을 지닌 한 국가의 통수권자가 지닌다면 그 나라는 엄청난 압제가 국민을 도탄에 빠뜨리게 된다. '대통령소속 친일 반민족행위자 재산 조사위원회'와 '대통령소속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에서 활동한 고상만 전 위원이 출판했다며 보내준 책은 <중정이 기록한 장준하>다.
1992년부터 줄곧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며 사회적 약자의 간절한 호소에 귀 기울일 줄 아는 고상만이었기에 말랑말랑한 책은 아니리라는 짐작은 했다. 책을 받는 순간 "지금과 같은 때에 가장 험난한 길을 갈 수도 있는 책"이란 생각부터 들었다.
장준하 선생께서는 진정 이 나라의 애국자인 동시에 투철한 사상가며 박정희란 권력에 맞서 싸워 온 투사였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또 지금 이 나라는 다시금 그 엄혹했던 과거로 회귀한 상태기 때문이다. 더구나 독재자 박정희의 딸이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반 남짓 임기를 지낸 상태 아닌가.
책을 받던 시기는 정말 수많은 서류 더미를 놓고 마을회관에서 밤낮 없이 일에 매달려 있을 때였다. 그러나 책을 받은 이상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라 짬이 생길 때마다 읽기 시작했다. 서류와 씨름을 하는 틈틈이 읽던 책을 처음부터 다시 읽고, 또 다시 읽으며 지금 이 시점과 장준하 선생께서 활동하시던 시대가 어쩌면 이렇게도 똑같을 수 있는지 놀랐다.
고상만이 프롤로그에서 "우리나라 국민의 과반 이상은 자신의 이념적 정체성을 묻는 설문에 '보수'라고 답한다. 그런데 왜 자신이 보수라고 생각하는지 그 이유를 물으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내가 가장 많이 들은 답변은 지지하는 정당이 '새누리당'이기 때문에 자신이 보수라는 것이다. 이는 불행히도 '보수'라는 이념적 정체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이자, 우리나라의 기형적인 근현대사를 거치면서 자리 잡은 이념의 왜곡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는데, 내가 만난 사람들도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고 대답한다.
국어사전의 "새로운 것을 반대하고 재래의 풍습이나 전통을 중히 여기어 유지하려는 것" 또한 맞되 일정 부분 잘못 해석되어 국민을 불행하게 만드는 법리 논쟁과 같은 문제를 지니고 있다. 고상만이 친절하게 밝혀놓았듯 '사람 중심'의 전통과 풍습이라야 함에도 그러하지 못한 현실 아닌가.
심정적으로나 드러난 정황상 명백한 타살임에도 딱 잘라 누가 저질렀다는 증거가 현재 없다는 이유로 의문에 붙일 수밖에 없는 장준하 선생의 사건. 앞으로도 목에 걸린 가시처럼 오랜 시간 마음을 무겁게 할 것이다.
2012년 9월 한겨레 신문에 "박정희, 장준하 사망 다음날 보안사령관과 47분 독대"란 기사가 나왔다. 당시 민주통합당의 백재현과 김현 두 국회의원의 보도자료를 통해 보도된 기사에서 고상만은 인터뷰를 했다.
"당시 의문사위는 장준하 선생 사망사건에 보안사(현 기무사)와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 또는 청와대 경호실이 개입됐을 것으로 봤다. 이 기록은 보안사의 개입 의혹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다. 당시(2003년~2004년 2기 의문사조사위원회 활동시점) 의문사위도 사건 다음날 진종채 보안사령관이 박정희 대통령을 독대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논의된 내용을 추적하다가 조사시간이 종료됐다."
이때 기사의 말미에 의문사위에서는 '진상규명 불능' 결정을 내렸고,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는 의문사로 인정하거나 의문사가 아니라고 기각했을 경우엔 차후 재조사가 불가능하지만 '진상규명 불능'으로 결정한 사안에 대해서는 재조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많은 이들은 2000년 김대중 정부와 2003년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소속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 활동을 통해서도 밝히지 못한 장준하 사망 사건을 2012년에 다시 여론에 끄집어내고, 2015년 또 다시 끄집어내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할 수도 있다.
대답은 간단하다. 기무사나 국정원은 물론이고 청와대 등에서 이와 관련 된 자료가 있으면 공개하면 단 한 번으로 종결될 사안이다. 그러하지 않고 '2074년까지 비공개'라 하니 새로운 사실이 하나씩 드러나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이다.
▲ 중정에서 기록한 장준하 선생의 활동장준하 선생을 미행과 감시를 하며 중앙정보부는 이를 상세하게 기록했다. 이 기록은 박정희에게 보고되었을 것이다. ⓒ 정덕수
▲ 장준하 선생 장례식 등1975년 8월의 장례미사와 1975년 10월 49제에 참석한 함석헌 성생과 김대중 등 재야인사, 2013년 3월 30일 서울광장에서 치러진 장준하 선생 겨레장 운구 행렬 사진 ⓒ 정덕수
2003년부터 시작된 의문사위 활동엔 기무사와 국정원, 청와대 경호실을 대상으로 기록물을 요구하며 수사가 아닌 조사를 했고, 2012년 8월엔 장준하 선생의 묘소를 이장하기 위해 개묘를 하며 선생의 유골을 수습할 때 두개골에 망치와 같은 둔기로 가격을 당하였을 때나 생길 수 있는 상흔을 목격하였으니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같은 해 9월엔 민주통합당의 백재현 의원과 김현 의원이 1985년 8월 15일 당시 보안사령관이 청와대로 들어가 박정희와 독대를 한 자료를 입수해 발표했으니 다시금 기억을 되살리게 된 것이다.
또한 담당조사관으로 활동했던 고상만이 <장준하 묻지 못한 진실>란 책을 2012년 발행하고 2015년 다시 <중정이 기록한 장준하>를 낸 것은 순전히 정부가 2074년까지 장준하 관련 자료를 비공개하기로 결정한 상태에서 중앙정보부가 기록한 '장준하 동향보고'를 고상만이 입수하였기에 가능했다.
책을 읽으며 스티그 라르손(Stieg Larsson 1954년 8월 15일, 스웨덴 - 2004년 11월 9일)이 지은 <밀레니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스웨덴 비밀경찰인 SAPO의 사조직에 의해 저질러진 범죄를 풀어나가는 이야기와 방식의 차이와 내용의 차이만 존재할 뿐 중앙정보부가 장준하 선생을 미행하며 간섭한 내용은 많은 부분 닮았다.
중정은 물론이고 경찰과 보안사까지 총동원되어 장준하 선생에 대해 감시와 미행, 도청을 하고 구속 수감하는 과정이 장준하 선생에게 죄가 있어서가 아니라, 박정희라는 권력자의 치부를 낱낱이 까발리는 외침을 국민들이 들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 "대한민국에서는 누구나 일정한 자격과 조건만 갖추고 있으면 대통령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 한 사람, 박정희씨만은 안 됩니다. 박정희 씨는 일본 천황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일본군 장교가 되어 우리의 독립 광복군에 총부리를 겨누었으니 이런 인물이 우리나라 대통령으로 있는 것은 국가와 민족의 수치입니다"라 외치니 권력을 유지하려는 자와 야욕에 눈 먼 자들은 싫을 수밖에. 4장으로 나뉘어 쓰여진 이 책은 우리 근현대사를 바로 볼 수 있게 한다.
1장 '광복군 장준하(1918-1962)'는 장준하 선생의 출생에서부터 사상계를 창간하여 민주주의를 온전히 완성하려는 장준하 선생의 철학과 사상을 그렸다면, 2장 '중앙정보부, 장준하를 기록하다(1963-1973)'은 집요한 중앙정보부의 장준하 선생 미행과 감시, 도청 등이 비교적 상세하게 서술되어 있다.
3장 '장준하, 박정희를 넘어서다(1974-1975. 7.)' 장준하 선생의 입을 막기위해 혈안이 된 박정희 권력의 치부가 낱낱이 중정의 기록에 의해 드러난다. 4장 '장준하, 영원히 살다(1975. 8.-2013)은 정준하 선생께서 포천 약사봉 자락에서의 의문사부터 의문사를 조사하는 과정과 명백한 타살의 증거가 드러나는 과정까지 그려졌다.
존중받고 기려질 인물이 누구인가를 이 책을 통해 많은 이들이 알아야 한다.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무장한 권력이 온갖 추잡한 짓을 일삼다 심복의 총탄에 죽을 수밖에 없는 과정과, 주권을 지닌 국가와 민주주의를 염원한 투철한 사상을 갖춘 애국자의 의문사를 통해 드러난 근현대사의 참모습을 만나보길 권한다.
2015년도 이제 1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2016년은 2020년 5월 29일까지 4년의 임기가 보장 된 대한민국의 국회의원 선거가 4월 13일(수) 치러진다. 어떤 인물들을 선택해야 우리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어떤 인물이 되더라도 마찬가지란 생각은 물론이고, 누구를 선택하더라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장준하 선생처럼 변하지 않고 올곧게 국가와 국민, 그리고 참다운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인물을 찾기 어렵다 하더라도 최소한 도탄에 빠지지는 않게 만들려는 인물을 골라야 하고 선택해야 한다. 잘못된 선택은 곧장 세상을 어둡게 만든다는 사실을 이제는 분명히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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