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아, 선로를 베고 잠드는 부랑자
[사진과 시로 만나는 세계의 도시 12] 불가리아 소피아
익숙한 생활의 거처를 떠나 낯선 도시를 경험한다는 건 인간에게 비교대상이 흔치 않은 설렘을 준다. 많은 이들이 '돌아올 기약 없는 긴 여행'을 꿈꾸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정주가 아닌 유랑의 삶이 주는 두근거림. 절제의 언어인 '시'와 백 마디 말보다 명징한 '사진'으로 세계의 도시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는 설렘을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 기자 말
소피아, 선로를 베고 잠드는 부랑자
사회주의가 사라진 자리
아버지의 헛간은 낡아가고
섹스숍은 창궐한다
불가리아 거리에선 영어가 소용없다
서유럽이 내다버린 기차는
소피아에서 베오그라드로 달리고
2등칸 스프링 빠져나온 좌석엔
나이를 알 수 없는 노파의 불안한 눈동자
건물마저 권위와 경직으로 꼿꼿한데
노면전차에 오른 이들의 손엔 승차권이 없다
지난 시설 제복이 더 이상 두렵지 않아서인가
죽음을 사는 부랑자들은 선로를 베고 잠들고
부르가스에서 온 시골내기들은
아직도 맥주와 요구르트를 섞어 마신다
그들을 힐끔거리는 세련된 소피아 사람들
허나, 그들 어깨도 한정 없이 늘어졌다
사회주의가 사라진 자리
어머니의 부엌은 온기를 잃었고
중년의 매춘부만이 득실댄다
불가리아는 꿈꾸는 방식을 잊었다.
▲ 불가리아 소피아의 관광서 건물은 모두 직각의 웅장함을 자랑한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이 만들어놓은 산물이다. ⓒ 홍성식
▲ 오래 전 지어진 듯한 불가리아 소피아의 정교회 성당. ⓒ 홍성식
▲ 다른 동유럽 국가와 비교해도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엔 지나치게 많은 성용품 판매점이 있다. 어떤 이유에서일까? ⓒ 홍성식
▲ 불가리아 소피아역. 그래피티로 뒤덮인 기차가 정차해 있다. 그게 역동적으로 보이진 않고, 괴이한 슬픔을 불러온다. ⓒ 홍성식
소피아, 선로를 베고 잠드는 부랑자
사회주의가 사라진 자리
아버지의 헛간은 낡아가고
섹스숍은 창궐한다
불가리아 거리에선 영어가 소용없다
서유럽이 내다버린 기차는
소피아에서 베오그라드로 달리고
2등칸 스프링 빠져나온 좌석엔
나이를 알 수 없는 노파의 불안한 눈동자
건물마저 권위와 경직으로 꼿꼿한데
노면전차에 오른 이들의 손엔 승차권이 없다
지난 시설 제복이 더 이상 두렵지 않아서인가
죽음을 사는 부랑자들은 선로를 베고 잠들고
부르가스에서 온 시골내기들은
아직도 맥주와 요구르트를 섞어 마신다
그들을 힐끔거리는 세련된 소피아 사람들
허나, 그들 어깨도 한정 없이 늘어졌다
사회주의가 사라진 자리
어머니의 부엌은 온기를 잃었고
중년의 매춘부만이 득실댄다
불가리아는 꿈꾸는 방식을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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