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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검색어에 '국정 교과서'는 없다?

네이버-카카오와 구글-트위터 인기 검색어 순위가 다른 까닭

등록|2015.12.08 16:34 수정|2015.12.08 17:43

▲ 카카오(왼쪽)와 네이버에서 발표한 2015 올해의 검색어 ⓒ 김시연


네이버, 카카오, 구글 등 인터넷 포털에서 연말을 맞아 '올해의 검색어'를 발표했다. 3사 모두 지난봄 대한민국을 강타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를 1위로 뽑았을 뿐 다른 순위는 차이가 크다.

카카오(신규)와 네이버(모바일)에서 2위를 차지한 MBC TV '복면가왕'은 정작 구글 인기 검색어 10위권에도 들지 못했고, 마찬가지로 구글 상위권인 '나무위키'나 '킹스맨' '베테랑' 같은 영화들은 네이버나 카카오에선 톱10에도 들지 못했다. 또 지난달 초부터 화제를 몰고 있는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아래 응팔)'의 경우 네이버에선 상위권에 들었지만 구글과 카카오에선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네이버에만 '응답하라 1988'이 포함된 까닭

▲ 구글. 카카오(다음). 네이버 2015 올해의 검색어 순위 비교. 2개 사 이상 중복된 검색어는 바탕색 표시. ⓒ 김시연


우선 포털마다 올해의 검색어 선정 기준과 시기가 제각각이다. 우선 지난달 26일 가장 먼저 올해의 검색어를 발표한 카카오는 다음 검색과 카카오 검색을 분석해 '신규', '최다', '사건', '영화', '방송' 등 6가지 분야별로 검색 횟수 순위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신규'는 지난해에 없었다가 올해 새로 올라온 검색어들 가운데 뽑았다. 이 때문에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방송 분야에서 2위를 차지해, 8위 '마리텔'(MBC TV '마이 리틀 텔레비전'보다 앞섰지만 신규 순위에는 마리텔(6위)만 포함됐다. '마리텔'이 올해 초 방송을 시작한 반면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이미 지난 2013년 9월부터 방송했기 때문이다.

또 카카오는 지난 1월부터 11월 15일까지 검색횟수를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지난 11월 초 방송을 시작한 '응답하라 1988'은 '신규'는 물론 '방송' 순위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반면 네이버는 지난 2일 올해 11월 말을 기준으로 검색어를 결산한 덕에 '응팔'도 검색 순위 상위권에 포함될 수 있었다. 11월 월별 검색어 1위에 뽑힌 '응팔'은 지난해보다 검색횟수가 증가한 '전년 대비 상승' 순위에서도 PC 4위, 모바일 7위에 올랐다.

그나마 네이버와 카카오는 '복면가왕', KBS2TV 드라마 '프로듀사'를 비롯한 국내 TV 프로그램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10위권에 들었지만, 구글에선 이들 프로그램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대신 '킹스맨', '베테랑', '암살', '간신' 같은 영화 제목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구글에서 8일 발표한 '인기 검색어'는 검색 횟수뿐 아니라 특정 기간에 검색량이 급증한 '검색 밀도'까지 감안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난 5월 전후 검색량이 급증한 메르스가 단연 종합 1위에 올랐고, 지난 4월 새로 개설되면서 검색량이 급증한, 사용자가 직접 만드는 백과사전 '나무위키'가 2위에 오를 수 있었다.

따라서 구글에선 수개월에 걸쳐 일정한 검색량이 꾸준히 유지되는 TV 프로그램보다 극장 개봉 시점에 일시적으로 검색량이 증가하는 영화 제목이 더 유리할 수밖에 없다. 지난 8월 워터파크 여성 샤워실을 몰래 촬영한 영상을 유포해 화제를 모은 '워터파크 몰카' 사건이 3위, 지난 3월 예원과의 말다툼·욕설로 구설수에 오른 이태임이 6위에 오른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카카오도 신규 검색어로만 제한한 덕에 '예원 이태임 욕설'이나 지난 7월 경북 상주에서 발생한 '농약 사이다' 사건이 올해의 검색어 상위권에 오를 수 있었다. 반면 네이버에선 10위권 안에 이런 사회 이슈조차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구글-트위터엔 있는 '국정 교과서', 네이버-카카오는 없다?

사회 이슈 관련 검색어만 한정해서 보면 어떨까? 카카오는 사건, 인물, 방송, 영화 등 6개 카테고리, 구글은 사회(기업, 경제, 국제, 사회이슈), 상품(IT기기, 소비재, 자동차), 콘텐츠(TV 프로그램, 게임, 영화, 음악, 키즈) 등 3개 분야 12개 카테고리별 10위권까지 구체적으로 발표했다.

▲ 구글, 카카오(다음), 트위터 사회이슈 분야 인기 검색어(키워드) 순위. 네이버는 분야별 1위만 발표. 시사 분야 1위는 메르스. ⓒ 김시연


카카오의 '사건'과 구글의 '사회이슈' 카테고리를 보면, 메르스가 역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구글은 음란물 금지법을 단통법에 빗댄 '딸통법'과 공직자 금품수수를 제한하는 '김영란법'이 각각 3위와 4위, '국정 교과서'가 7위에 오르는 등 민감한 사회적 관심사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카카오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을 비롯해, '공무원 연금 개혁', '홍준표 경남지사 무상급식 중단' 등이 상위권에 들었다.

반면 네이버는 시사, 인물 등 12개 분야별 1위만 발표할 뿐 분야별 순위는 아예 발표하지 않았다. 네이버 관계자는 "지난 2013년까지는 분야별 순위도 발표했지만 지난해부터 분야별 1위만 공개하고 있다"면서 "(국정 교과서 등) 특정 검색어가 시사 분야 순위에 포함됐는지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구글 사회 이슈 검색어 순위는 올해 트위터 인기 키워드와도 일맥상통한다. 트위터코리아에서 8일 발표한 올해 사회 분야 인기 키워드에서도 '메르스'가 392만여 건으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민중총궐기대회 등 각종 집회가 열린 '광화문'과 '세월호', '역사 교과서'가 나란히 2, 3, 4위에 올랐다. '김영란법'은 9위였고 지난 8월 남북한 포격 사태 당시 한국을 위해 기도해달라는 'PrayforKorea'도 8위에 올랐다. (관련기사: "한국 위해 기도해"-"우린 괜찮아" 트위터로 '안부')

결과만 놓고 보면 저마다 다른 올해의 검색어(키워드) 선정 기준 탓도 있겠지만, 국내 누리꾼들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회 현안을 검색하고 이야기하는 장소로 네이버, 카카오 같은 국내 업체보다는 구글, 트위터 같은 외국계 사이트를 더 선호한 셈이다.

○ 편집ㅣ박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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