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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이 되기 위해 더 늦기 전에 도전하세요”

인천시민 연극동아리 ‘행복한 사람들’

등록|2015.12.10 11:19 수정|2015.12.10 11:19

▲ 행복한 사람들’이 지난달 21일 부개문화사랑방에서 공연한 연극 ‘기막힌 동거’의 한 장면. ⓒ 김영숙


"제가 생각해도 정말 잘 했어요. 연습할 때보다 대사도, 동작도 훨씬 나았어요.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몰라요. 이런 감정에 마약처럼 취해서 연극을 그만두지 못하는 것 같아요."

지난 11월 30일, 인천시민 연극동아리 '행복한 사람들'의 쫑파티가 열렸다. '행복한 사람들'은 지난달 21일 부개문화사랑방에서 '기막힌 동거'라는 제목의 연극을 올렸다. 가족과 지인들이 객석을 꽉 채워 성황리에 공연을 마친 이들은 쫑파티 자리에서도 그때의 감동이 되살아나 감격에 젖었다.

동아리 간사 역할을 하는 최진숙(45)씨를 지난 1일 시민문화공동체 '문화바람' 사무실에서 만났다.

누구나 연극하자

▲ 최진숙 간사 ⓒ 김영숙

'오디션? 없습니다. 무대 경험? 없어도 괜찮습니다. 내 삶의 이야기가 대본이 돼 연극 무대에 올려 집니다. 행복한 삶을 찾고 있나요? '행복한 사람들'이 손을 잡아드리고 싶습니다'

인천시민 연극동아리 '행복한 사람들' 카페에 동아리를 소개한 글의 일부다. '행복한 사람들'은 '생활문화예술동아리연합 놀이터(아래 놀이터)'에 소속돼있는 동아리이다. 놀이터는 시민문화공동체 '문화바람'에 속해있다.

문화바람이란 '인천지역의 문화예술을 시민 스스로 가꾸고 만들겠다'는 취지로 2004년에 만든 단체다. 놀이터에는 동아리 10여개가 있다. 밴드·우쿨렐레·작곡·직장인 통기타·여성 통기타·아코디언·민중가요 동아리 등 다양하다. 연극동아리는 지난해에 만들어졌다.

"2013년 10월 무렵 문화바람에서 평소에 시민들이 배우기 쉽지 않은 것들을 대상으로 시민강좌를 열었어요. 그때 제가 강하게 주장해서 연극 프로그램을 강좌에 포함했습니다."

현재 문화바람 상근활동가이기도 한 최씨는 어릴 때부터 무대에 서기를 꿈꿔왔다. 꿈으로만 간직하고 있다가 2010년과 2011년 2년간 복합문화공간 아트홀 소풍과 극단 MIR가 주관한 시민연극 프로젝트 '누구나 연극하자'에 수강생으로 참여했다. 총 20강의 교육을 받고 수강생들이 직접 만든 연극을 무대에 올렸다.

최씨는 이 프로젝트에 함께한 수강생 몇 명과 '담쟁이'라는 연극동아리를 만들었다. 그러나 동아리는 얼마 못 가 해체됐다. 무대의 희열을 느낀 최씨는 다른 동아리 활동도 했지만 늘 연극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마침 시민강좌를 연다고 했을 때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위해 연극을 강좌 프로그램에 넣자고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강좌가 끝난 후 수강생들과 지난해 2월 발표회를 했고 그걸 계기로 '행복한 사람들'이라는 동아리를 만들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행복한 사람들의 행복한 경험

최씨가 어릴 때부터 진짜 하고 싶었던 건 가수와 연기자였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사촌 언니의 소개로 연기자 학원에 신청하기도 했지만 당시 카메라 테스트 비용 10만 원이 부담돼 꿈을 접었다. 고등학교 때는 '포토뮤직'이라는 잡지사에서 주관한 가요제에 음악 담당 선생이 작곡한 곡으로 출전해 1차 예선을 통과하기도 했다.

"2차 본선은 서울대공원 야외무대에서 진행했어요. 제가 1번으로 출전했는데 박자를 놓치고 음도 높게 잡는 실수를 해 떨어졌어요. 너무 속상해서 다음날 학교에 결석하기도 했죠."

끼와 열정이 가득했기에 무대는 그에게 갈망 이상이었다.

"다른 동아리 활동도 하고 있지만 연극공연을 준비하면서 대사를 외우고 인물과 상황을 파악하고 감정을 만드는 게 훨씬 좋습니다. 무대에 올라가기 전의 떨림과 공연을 마치고 나서의 허탈한 기분도 저한테는 모두 에너지예요."

총 10강으로 진행된 시민강좌를 끝낸 이들은 발표회를 준비하면서 기존의 대본이 아닌 자신들의 이야기로 극을 만들자고 합의했다. 유년 시절 어렵게 살았던 이야기, 대학 때 경험한 첫사랑 이야기,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했던 이야기를 눈물과 함께 쏟아내며 못하겠다고 도망간 사람도 있었다. 숨겨놨던 아픈 상처를 꺼내기가 모두 힘들었던 것이다.

"무대에 올린 작품 이름이 '행복한 여자'였어요. 무대에 오른 사람들이 공교롭게 모두 여자이기도 했어요. 공연을 위해 같이 얘기를 나누는 과정 자체가 행복을 찾는 거였죠. 공연에 가족들을 초대했는데 언니의 공연을 보러온 동생이 '언니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힘들게 살아왔구나' 하면서 미안하다고 울더라고요. 자매관계가 더 돈독해지기도 했죠."

최씨는 이게 바로 연극의 힘이라는 걸 느꼈다. 진정성 있는 삶의 이야기는 공연을 하는 이나 보는 이에게 모두 감동이었다.

더 늦기 전에 도전하세요
   

현재 '행복한 사람들' 회원은 7명이다. 모두 평범한 시민이다. 이들을 도와주는 사람이 많다. 이번 공연에도 전문 연극인들의 도움이 큰 힘이었다. 연출과 조명, 음향 등을 모두 전문가들이 맡았는데, 재능 기부나 소액의 수고비로도 흔쾌히 함께해준 고마운 분들이라고 최씨는 강조했다.

공연을 함께한 회원들 소개를 부탁하자, 최씨는 "회원 세 명은 개인적 사정으로 함께하지 못하고 이번 공연 무대에 오른 사람은 네 명이예요. 그 중 안영숙 회원은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고요. 이양규·최은영 회원은 부부예요. 청일점인 이양규 회원은 탤런트 시험을 보러 다니기도 했고 개그맨이 되고 싶어 하기도 했어요. 공연하면서 심신이 지치기도 하는데 이양규 회원은 에너지가 점점 커지고 있어요"라고 애정을 담아 말했다.

'행복한 사람들'은 연 2회의 공연을 안정적으로 할 계획이다. 상반기에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만들고, 하반기에는 기존 대본으로 극을 올리기로 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에는 하지 못했다. 이야기를 내놓는 과정에서 회원들이 너무 힘들어해 포기한 것이다.

"연극이요? 글쎄요. 뭐라고 정의내리기 어려워요. 감정 밑바닥의 떨림? 힘들지만 마약 같은 무언가가 있어요. 힘들기도 하지만 연극을 하면서 내가 나를 치유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는 시도를 계속할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최씨에게 '행복한 사람들' 소개를 부탁했다.

"자신의 꿈을 이루며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각자 하고 싶은 일과 잘 할 수 있는 일이 분명 있는 거 같아요. 둘 다 갖추고 살면 정말 행복하겠죠. 저처럼 연기를 꿈꿨던 분들이 있다면 더 늦기 전에 도전했으면 합니다. 화려한 무대는 아닐지라도 소박하게 내 꿈을 조금씩 펼쳐가는 기회가 될 수 있어요.

연극이 뭔지 사실 저는 잘 몰라요. 연습하는 동안 너무 힘들어 '내가 이걸 왜 하지'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무대에 섰을 때의 짜릿함과 떨림을 내 몸이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아요. 연극동아리를 같이 만들어갈 열정만 있다면 행복한 꿈을 꾸기에 자격은 충분합니다. 도전하세요."
덧붙이는 글 <시사인천>에 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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