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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기름에 튀긴 프라이드 치킨?

[서평] 조선 시대 식도락가들 <요리하는 조선 남자>

등록|2015.12.10 14:15 수정|2015.12.10 14:15
소위 쿡방 시대입니다. 텔레비전을 켰다하면 지상파 방송은 물론 종합편성방송, 케이블TV 등 어느 방송에서 건 먹을 것과 관련한 내용을 방송하고 있는 곳이 한두 곳쯤은 꼭 있습니다.

듣도 보도 못한 음식을 조리할 때도 있고, 보는 것만으로도 침샘이 자극될 만큼 맛나 보이는 음식을 선보일 때도 있습니다. 내로라하는 요리사들이 시간을 다투며 요리 경쟁을 할 때도 있고, 달인이 된 사람들이 토속적 음식을 선보일 때도 있습니다.

인간이 태어나면서 갖게 되는 다섯 가지 원초적 본능 중 하나가 식욕입니다. 인류의 역사는 먹을 것들과 함께 존재합니다. 음식이 없는 세상은 인간이 생존할 수 없습니다. 음식은 요리로 탄생합니다. 날 것 그대로 먹을 수 있는 것도 없지 않지만 대개의 음식은 이런저런 요리를 통해 만들어 집니다.

음식에도 시대가 있고 유행이 있습니다. 조선시대에도 음식이 있고 요리가 있었습니다. 냉장고도 없었고, 요즘과 같은 조리 기구 또한 없었겠지만 그때도 좋아하던 음식, 특별히 해먹던 별식이 있었습니다.  

조선 시대 맛 사냥꾼 이야기 <요리하는 조선 남자>

▲ <요리하는 조선 남자> (지은이 이한 / 펴낸곳 청아출판사 / 2015년 11월 20일 / 값 15,000원> ⓒ 청아출판사

<요리하는 조선 남자>(지은이 이한, 펴낸곳 청아출판사)는 조선시대에 살던 남자들과 식도락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 그들이 매우 즐겨 먹었거나 특별히 좋아한 음식, 그런 음식을 만드는 방법이나 효능 등을 소개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소문이나 구전으로 전해지는 출처가 불분명한 요리법이 아닙니다. 출처와 기록이 분명한 고전에서 읽을 수 있는 요리법 등을 발췌, 번역, 해설, 정리한 내용들입니다. 

조선시대 사람들에 쇠고기는 쉬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습니다. 쇠고기는 법으로 먹는 걸 금하고 있어 금육이라는 별칭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닭고기, 쇠고기, 개고기, 회 같은 고기는 물론 간장게장, 냉면, 떡국, 만두 같은 별식과 인절미 같은 디저트 음식도 있었습니다.

'흔한 요리법은 아니었지만, 이것이 조선시대 닭튀김이다.<오주연문장전산고五注衍文長箋散稿>에 나오는 요리법으로, 참기름에 튀기는 것이다. 먼저 닭을 뜨거운 물에 데쳐 털을 뽑고 내장을 뺀다. 그 다음으로 소금을 뿌리고, 참기름에 튀긴다. 현대인의 상식으로는 참기름을 양념이 아니라 튀기는 데 쓰는 것이 생소하게 느껴졌겠지만, 지금도 일본에서는 고급 튀김을 참기름으로 튀기기도 한다.' - <요리하는 조선 남자> 33쪽

조선시대에도 프라이드치킨(?)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프라이드치킨만 있었던 게 아니라 닭죽, 오골계를 쪄 요리하는 오계증, 7가지 양념이나 나물을 넣고 삶아 만드는 칠향계, 질항아리에 넣고 숯불로 천천히 삶아 익히는 팽계법, 수증계, 연계찜, 초계찜 등도 있었습니다. 책에서 닭으로 만드는 음식을 소개하고 있는 조리법만 무려 10가지나 됩니다.

조선 역사에 뒤안길처럼 드리워있는 음식과 관련한 야사, 음모나 비화로 전해지는 이야기와 관련한 내용도 읽을 수 있습니다. 게장을 먹고 암살당한 것으로 회자되고 있는 경종의 죽음과 그 게가 영조와 정조 대에서 어떻게 취급되고 있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책에서는 단순히 조선 시대를 살던 어떤 사람들이 이런 음식들을 좋아했다고 나열하는 정도가 아닙니다. 조리법과 유래까지도 세세하게 소개하고 있어 전통요리를 복원하거나 재현해 볼 수 있는 좋은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시대와 사람, 문화와 환경은 많이 달라졌지만 조선 시대 식생활을 풍요롭게 해주던 음식이었다면 요즘 시대 식생활도 풍요롭게 해 줄 뛰어난 먹거리가 될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요리하는 조선 남자> (지은이 이한 / 펴낸곳 청아출판사 / 2015년 11월 20일 / 값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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