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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 시장 "우리 시에는 트럼프 출입금지"

막말 행진에 트윗으로 일격, 미 전역서 호응 메시지 쇄도

등록|2015.12.10 16:29 수정|2015.12.10 17:59

▲ 릭 크리스맨 세인트 피터스버그 시장 트윗터 화면. 9일 11시 30분(현지 시각) 현재 1만9245명이 리트윗에 참여했고, 2만1천339명이 그의 입장을 좋아한다는 표시를 했다. ⓒ 김명곤


미국 플로리다주 릭 크리스맨 세인트피터스버그 시장이 공화당 유력 후보로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의 세인트피터스버그시 방문을 금한다는 내용의 글을 기자들에게 트윗했다. 트럼프가 7일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의회가 완전히 이해할 때까지 모든 무슬림이 미국에 입국하는 것을 완전 봉쇄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맞대응이다.

크리스맨 시장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와 유사한 사람들에 의해 제기되는 위험한 협박을 우리가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트럼프가 세인트피터스버그에 출입하는 것을 금한다"고 적었다. 그는 연이어 "트럼프, 당신은 정말 우스꽝스러운 언사를 행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리고는 "나는 그러고싶지 않지만, 어떤 사람들은 트럼프가 세인트피터스버그에 오는 것을 내가 막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 같다"면서 "아마도 상당수의 다른 사람들도 그같은 심정일 것이다"고 말했다.

"미국에 당신 같은 정치인 필요하다" 옹호 글 쇄도

크리스맨의 트윗이 미 전역에 급속도로 퍼지면서 엄청난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9일 오후 11시 30분 현재 19245명이 그의 글을 리트윗했고, 21339명이 그의 주장을 좋아한다는 표시를 했다.

특히 세인트피터스버그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의 상당수는 "세인트피터스버그 시민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크리스맨을 시장으로 둔 것이 영광이다"는 의견들을 내비쳤다.  "오래도록 이 도시에 살아야 할 이유가 분명해졌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한 여성은 "미국 정치판에 당신 같은 사람이 있어야 한다, 중앙 무대로 가라"고 격려했다. 다른 사람은 "우리는 세인트피터스버그 둘레에 20피트 높이의 '트럼프 방지용' 펜스를 쳐야 한다"며 트럼프의 주장을 맞받아 쳤다. 그런가하면 "앞으로 30년간 세인트피터스버그 둘레에 펜스를 쳐서 트럼프를 못 들어오도록 해야 한다"는 글도 등장했다.

하지만 트럼프를 지지하는 트위터들은 일제히 크리스맨을 비난하는 트윗을 날리기도 했다. 그의 언사가 현실을 무시한 '비애국적인 망동'이라거나 정치적인 목적을 가진 '인기영합주의'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공화 의원들 "트럼프 막말, 진정한 보수주의 노선 아니다"

크리스맨은 이들의 비난에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는 "우리 세인트피터스버그 시는 진정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포용하고 관용이 넘치는 시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우리에겐 그같은 편협성은 물론, 그와 유사한 입장조차 있어서도 안 된다"며 더욱 분명하게 자신의 입장을 견지했다. 최근 미국내 사이언톨로지교의 메카로 여겨져 온 클리어워터시를 바로 곁에 두고 있는 세인트피터스버그는 플로리다 내에서도 진보적인 도시로 정평이 나 있다.

크리스맨은 전에도 보수 강경론자들의 거침없는 언사에 날카로운 비판을 가했었다. 미국에서 막말 보수 논객으로 유명한 글렌벡이 지난 8월 세인트피터스버그 시를 가리켜 '(쓸만한) 종교가 없기 때문에 역병처럼 피하고 싶은 도시'라고 비아냥 대자, 크리스맨은 대번에 "그가 여기에 오지 않은 것에 정말 감사한다"면서 "그는 여기에 온 적이 없다. 왜냐면 여기에는 (관용심이 많은) 놀라운 교회들과 유대인 회당들과 무슬림 사원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트럼프의 막말 행진에 민주당 의원들은 물론 유력 공화당 의원들도 트럼프의'모든 무슬림 입국 전면금지' 발언을 도가 지나쳤을 뿐 아니라 공화당이 추구하는 '진정한 보수주의' 노선이 아니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사우스캐롤라이나출신 공화당 중진 상원의원인 린드지 그래햄은 "트럼프는 우스꽝스러운 코멘트들을 남발하던 데에서는 이제는 세상을 뒤엎는 것과 같은 위험스러운 망발로 치닫고 있다"고 비난했다. 워싱턴 정가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인기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후보에서 밀려나게 될 가능성이 있으며, 그럴 경우 무소속으로재출마 선언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크리스맨은 자신의 트윗이 큰 반향을 일으키자 상당히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담담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는 지역 신문 기자들에게 "휴대전화의 진동이 멈추지 않아 결국 호주머니에서 꺼내놓지 않을 수 없었다"고 전국적인 반응을 전하고 "내가 말한 것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며, 누구나 말할 수 있는 상식에 불과하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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