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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가 느끼는 사장님 인권의식, 10점 만점에...

알바노조, 인권 없는 알바들의 성토대회 열어 성희롱·폭력·폭행 등 증언

등록|2015.12.11 18:47 수정|2015.12.11 18:47
"저는 체불금을 받지 못해서 싸우고 있는 아르바이트 노동자입니다. 야간에 12시간씩 일하면서 학비를 벌었습니다. 그리고 일하면서 받는 대우가 정당한 줄 알았는데 정당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습니다.

10월 6일 임금체불로 진정을 넣었는데, 사장은 출석을 하지 않았고 근로감독관은 사건 해결을 미뤘고, 10월 말이 되어서야 부사장이 출석하고는 아직도 사건이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사장은 나에게 전화해서 나는 돈을 다 줬는데 '왜 신고를 하냐'며 '벌금이 몇 천 만원이 나와도 낼테니 네가 좋아하는 대로 법대로 해라. 변호사라도 써서 너에게 불이익을 주겠다'고 말하더군요.

얼마 남지 않아 군대에 입대를 하게 됩니다. 사장은 저의 군입대가 얼마 남지 않아서 이렇게 한다고 생각하게 되더군요. 결국 생활비가 부족해서 월세가 밀렸고,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먼저 빼서라도 봐달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제가 과연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 아르바이트 노동자 이아무개씨.

세계인권선언일인 12월 10일 오전, 아르바이트노동조합(아래 알바노조)는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세계 인권선언일을 맞아 인격적 무시를 당하며 일하는 알바노동자들의 실태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인권없는 알바들의 성토대회알바노조는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노동 현장에서 얼마나 인권을 침해받고 있는지 증언했다. ⓒ 알바노조


이혜정 알바노조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자회견에 앞서 "사람들은 이것이 알바니까 당연한 것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참으라고 한다"며 "아르바이트 현장 여기저기서 인권 침해가 일어나고 있고, 많은 곳에서 탄압받는 사람이 있어서 저항하고, 알바들이 당하는 폭언 등에 대해 고발하기 위해 나왔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구교현 노동당 대표는 "청년을 위한 노동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정부이지만, 정작 많은 청년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현장은 최소한의 인권마저도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진짜 노동개혁은 일상적인 폭력 및 성희롱에 노출된 알바노동자들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본 사장님은 어떤 사람?

알바가 느끼는 사장님의 인권 의식 점수는?알바노조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알바가 느끼는 사장님의 인권 의식 점수가 평균 3.09점이라고 밝혔다. ⓒ 알바노조


알바노조는 기자회견에서 지난 12월 2일부터 9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100명에게 진행한 '우리 사장님, 매니저는 어떤 사람인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장님/매니저로부터 폭언, 폭행 등을 당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49%가 '그런 일은 없다'고 답했으나, 과반은 폭언을 들은 적이 있거나(35%) 협박이나 폭행을 당했거나(2%) 성희롱/성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10%)고 답했다.

그러나 이런 폭력적인 상황에 대해서 19명은 '아무말 없이 참았다', 16명은 '다른 동료와 뒷담화를 하며 참았다'고 답했다. 반면 '즉각 항의'(6명)하거나 '그 자리에서 그만두겠다고 말했다'(6명)는 응답자는 반도 되지 않았다. 당장 일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서 무기력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모습을 보였다.

주관식 문항으로 폭언, 폭행을 당할 당시의 자세한 상황을 써 달라는 질문에 대해 여러 사례가 모였다.

"56년생 나이 지긋하신데 여자를 많이 밝히고 매일 폭언하시던 분입니다. 그 잣대가 제가 될 줄 몰랐지만 일하면서 허리를 숙였을 때 살짝 보인 속옷을 보시곤 손님과 남자직원들이 다 있는 자리에서 놀리시더라고요. 바로 "사장님 이거 성희롱이에요"라고 했더니 별 대수롭지않게 넘기시길래 화가 나서 창고로 들어갔습니다. 그랬더니 따라들어와선 볼에 뽀뽀하고 "딸같아서 그랬지"라고 2연타를 날리셨습니다. 전 바로 소리를 질렀고요." - 카페 아르바이트 노동자.

"부장과 사장의 사이가 안 좋았고, 둘이 싸운 날은 매장이 살얼음판이 되었습니다. 그날도 둘이 싸웠고, 평소와 같이 진열했는데 사장이 '진열이 이게 뭐냐'며 '계산을 똑바로 하냐, 서비스는 그걸 주는 게 아니다' 등의 히스테리로 내게 싸움의 스트레스를 풀더라고요. 지시한 대로 처리하고 하라는대로 했음과 여러 정황을 정중하게 설명하니, '누가 그런 걸로 변명하냐, 문제제기하냐'며 고분고분 처세하라고 하더군요.

심지어 엄마 아빠가 이렇게 가르쳤냐고 고성까지 지르고 너무 겁이나 울음이 났는데, 왜 우냐고 난리더니 이틀 뒤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부당해고라는 것을 알았지만 돈이 아쉬운 상황이 아니었어서 그냥 관두웠어요." - 빵집 아르바이트 노동자.

"알바 첫날부터 사람은 욕을 먹으면서 배워야 안 잊어버린다는 둥 하면서 계속 욕하고 실수하면 일을 이따위로 밖에 못하냐 그러고 계속 시비 걸고 너무 힘들어서 3일 만에 그만뒀어요." - 떡볶이 체인점 아르바이트 노동자.

응답자들은 '사장님의 인권의식'을 평균 3.09점(10점 만점)이라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이에 알바노조는 "알바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사업주 의무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알바노조는 임서정 서울고용노동청장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다음 주 초 면담이 가능할지에 대해 내부 논의를 거친 후 알려주겠다"며 "이씨 사건은 조속히 처리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덧붙이는 글 알바노조 http://www.alba.or.kr 02-3144-0935
알바하다 궁금하면? 알바상담소 http://cafe.naver.com/talka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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