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실 직원 포함, 모두 학생 이름을 외웁니다"
[행복나눔학교를 찾아서1-1] 홍성 갈산초등학교
충남형 혁신학교 이름은 '행복나눔학교'입니다. 올해부터 행복나눔학교로 선정된 21개 학교에서 4년간 교실 혁신이 꾸준히 추진됩니다. 행복나눔학교가 공교육의 모델이 될 수 있을까요? 가고 싶은 학교, 행복한 교실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오마이뉴스>가 <충남도교육청>과 공동으로 행복나눔학교를 돌며 시행 1년을 들여다보았습니다. [편집자말]
▲ 갈산초등학교 학생들의 다모임 토론장면. 전체 학생이 다 모여 자치활동을 하고 있다. ⓒ 갈산초
"행정실 직원을 포함해 학교 직원이 모두 교육자입니다."
문민식 갈산초 교사(연구부장)는 그 이유를 "교육자는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먼저 태어나 도움을 주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갈산초(교장 나영광, 충남 홍성군 갈산면 상촌리)에서는 매월 3월이면 한 달 동안 학생들과 전 직원이 이름표를 달고 다닌다. 서로의 이름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교직원은 누구나 선생님으로 불린다.
"아이들을 부를 때 '얘!'라고 부르는 때가 없어요. 꼭 00야! 하고 이름을 불러 줍니다."
문 교사는 "우리 학교 교직원들은 웃으며 말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잘못을 지적할 경우도 짜증을 내며 말하면 교육 효과가 없어요. 만약 한 아이가 쓰레기를 버리면 웃는 얼굴로 아이의 이름을 부릅니다. 왜 쓰레기를 버리면 안 되는지 설명해 줍니다. 언제나 웃으며 말할 수 있다는 건 우리 학교의 큰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행복한 일상을 만들기 위한 교직원과 학생들의 태도가 몸에 배어 있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학교에서는 행복나눔학교(충남형 혁신학교)를 하기 이전부터 텃밭을 활용한 생태교육을 해왔다. 학생자치 능력을 키워주기 위한 전체 학생이 모이는 다모임 활동, 다양한 동아리 활동이 이루어져 왔다.
"학교 직원 모두가 교육자"
▲ 갈산초는 백야 김좌진 선생이 1907년 세운 호명학교(湖明學校)의 맥을 이은 곳이다. ⓒ 갈산초
▲ 갈산초등학교 ⓒ 심규상
"수년 전 김정헌 교장 선생께서 정체성 있는 학교로 가꾸기 위한 노력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교사와 학생들의 의견을 존중해 줬죠. 교장은 지역사회 전설과 문화를 탐구했어요. 참, 그때 교장의 노력으로 이 학교가 백야 김좌진 선생이 1907년 세운 호명학교(湖明學校)의 맥을 이은 역사적인 곳이라는 사실도 처음 밝혀냈어요."
갈산초 5, 6학년 전 학생들은 격년마다 중국으로 여행을 떠난다. 백야 김좌진 장군이 활동했던 중국 흑룡강성 해림 시 청산리 전투 현장과 조선족 소학교 등을 찾아 역사체험을 하고 있다.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절로 생길 수밖에 없다.
문 교사는 지난해를 잊지 못한다. 교사 생활 8년 만에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학교를 처음 경험했기 때문이다.
갈산초는 교직원과 행정직, 회계직 등 전 교육 구성원이 협의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에도 여러 차례 자체 연수회를 했다. 학생들은 다 모임 등 학생회 운영으로 학생 스스로 생각하고 말할 줄 안다. 또 행복나눔학교로 선정된 올해부터는 교감, 교무부장, 행정실무원 등 3명이 교무행정전담팀을 구성해 교사 업무를 최소화하고 있다.
▲ 갈산초는 바이올린, 비올라,첼로, 스포츠, 컴퓨터 등 동아리 활동이 활발하다 ⓒ 심규상
▲ 요요를 즐기고 있는 갈산초 학생들. 스스로 잘 하는 학생들이 친구나 후배를 가르치는 놀리를 통한 협력학습을 하고 있다. ⓒ 심규상
"물어보는 걸 부끄러워 하지 않고 잘한다고 우쭐대지 않아요"
"교사 생활 10년이 되면 대부분 권태감과 회의감을 느끼게 돼요. '내가 제대로 교육자의 길을 걷고 있는 걸까?'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게 돼요. 그런데 작년 이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들의 의견이 존중되고 서로의 의견이 공유되는 것을 보면서 새 출발을 다짐했어요. 지금이요? 당연히 만족합니다."
사실상 '행복나눔학교'를 해오고 있는데 굳이 혁신학교를 신청한 이유가 궁금했다.
"좋은 교육 분위기가 깨질까 봐 두려웠어요. 이어가고 싶었어요. 부족한 것도 아직 많고요."
- 갈산초만의 자랑거리를 꼽자면요?
"분위기죠. 농어촌 작은 학교라 소통이 쉽고 잘 돼요."
- 어려운 점은요?
"6학년 담임인데 부족한 기초 학습이 누적된 학생들이 많아 수업을 따라오는 걸 힘들어 해요. 하지만 수업방식을 바꾸면서 스스로 배우려 하고 모둠끼리 서로 배웁니다. 누구나 자신 있게 발표하고 있어요."
- 행복나눔학교를 한 지 1년이 지났는데 변화를 꼽자면요?
▲ 문민식 갈산초 교사(교무부장) ⓒ 심규상
모르는 걸 친구나 후배에게 물어보는 걸 부끄러워 하지 않아요. 잘한다고 우쭐대지도 않아요. 수학을 잘하는 친구, 요요를 잘하는 친구들이 서로 자연스럽게 가르쳐줘요. 학생 자치문화를 북돋워 준 효과라고 봐요."
"교육 공동체 모두가 행복해야"
그는 행복나눔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묻자 "모두가 행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느 한 학생만 행복해서는 안 돼요. 선생님만, 학부모만 행복해서도 안 돼요. 교육 공동체 모두가 행복한 학교가 돼야 해요. 그러려면 각 주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해요."
내년 사업을 상대적으로 느슨한 학부모와의 관계 형성 강화에 중점을 두는 연유도 여기에 있다. 내년 2월에는 학부모와 교사가 함께하는 간담회가 계획돼 있다.
갈산초는? |
1907년 백야 김좌진 장군은 갈산면 상촌리에 민족사상과 독립의식 고취를 목적으로 '호명학교(湖明學校)'를 설립한다. 이후 1917년 갈산 공립보통학교가 되고, 1923년 현재의 갈산초로 위치를 옮겼다. 백야의 교육 정신은 창의적인 인성교육과 학교혁신에 앞장서겠다는 교육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치원을 포함해 모두 106명이 재학 중이다. 교원은 교장, 교감을 포함 13명, 10명의 일반직원 등 교직원은 모두 23명이다. |
○ 편집ㅣ장지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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