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생각 "호랑이 등에서 내릴 수 없다"
페이스북에 정면 돌파 선언 "안철수 탈당은 안타깝고 유감"
▲ 13일 심야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탈당 결행'을 막고자 안 전대표의 자택을 방문했으나 회동 불발로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3일 안철수 의원 탈당에 따른 분당 위기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안 의원이 탈당을 선언은 이날 오전만 해도 침묵을 지키던 문 대표는 오후 들어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당 추스르기에 나서는 한편, 당 혁신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뜻을 담은 글을 공개했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다.
문 대표는 이 글에서 먼저 "정말 정치가 싫어지는 날이다, 진이 다 빠질 정도로 지친다"라는 심경을 밝혔다.
"아무리 파도 높아도 총선 승리 항해는 멈추지 않을 것"
문 대표는 이어 "당원들과 지지자들의 마음은 오죽하겠습니까, 주저앉을까요"라며 "그러고 싶은 마음이 들곤 합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 호랑이 등에서 내릴 수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 대표는 프랑스 파리 테러를 계기로 파리를 상징하는 라틴어 표어인 '"파도에 흔들릴지라도 가라앉지 않습니다'(Fluctuat nec Mergitur)를 언급한 후 "아무리 파도가 높고 바람이 강하게 불어도 총선 승리에 이르는 새정치민주연합의 항해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또 이 글에 도종환 새정치연합 의원의 산문 '파도 한가운데로 배를 몰고 들어가라'를 인용해 소개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어느 해 여름 가거도 앞바다에 태풍 프라피룬이 몰아칠 때였다. 태풍이 비켜갈 것이라는 기상예보와는 달리 순간 최대 풍속이 58.3m나 되는 우리나라 기상 관측 이래 가장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
고흥산 노인은 강풍과 파도를 바라보다가 해두호를 이끌고 바다로 나갔다. 15m가 넘는 파도 속으로 3톤짜리 작은 목선을 끌고 나가다니, 그건 죽음의 늪 한가운데로 눈을 감고 걸어 들어가는 것이나 한가지였다. 그러나 고 노인은 이런 파도는 배를 방파제 옆에 끌어다 놓아도 부서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건 목숨을 건 모험이었다. 고 노인은 파도가 몰려오면 정면으로 배를 몰고 들어갔다. 정면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한순간에 배가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었다.
파도가 몰아치면 배는 하늘로 솟구쳤다가 다시 수직으로 떨어지곤 했다. 그렇게 10시간 가까이를 파도와 싸웠다. 그러는 사이 파도는 방파제를 무너뜨리고 육지로 피신시킨 30척의 배들을 부수어 버렸다. 40톤급 배 두 척도 들어 내동댕이친 엄청난 파도였다.
저녁 무렵 태풍은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가거도 앞바다를 빠져나갔고, 고 노인은 배를 항구 쪽으로 몰고 왔다."
문재인 "안철수 탈당, 안타깝고 유감", 강력한 혁신 예고
▲ 안철수 탈당 선언 "지금 야당엔 답 없다"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13일 탈당을 선언했다. 안 전 대표는 "오늘 새정치민주연합을 떠난다"며 "비상한 각오와 담대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거듭거듭 간절하게 호소했지만 답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 선언을 한 안 전 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을 뒤로 하고 차량에 오르고 있다. ⓒ 남소연
문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44분경 서울 구기동 자택을 떠날 때만 해도 안 의원의 탈당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집 앞을 지키고 있던 기자들이 '한 말씀만 해달라'고 했지만 엷은 미소만 지었을 뿐 대답은 하지 않았다. 그러다 두 시간여가 지난 오후 4시 53분쯤에 페이스북에 정리된 생각을 담은 글을 올렸다.
현재 새정치연합 안에서는 안 의원의 탈당에 대한 '문재인 책임론'이 재점화되고, 또 당내에 남을 비주류들이 탈당을 무기로 문 대표의 퇴진을 강하게 압박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당 지도부도 주승용·오영식 최고위원이 사퇴했고, 이종걸 원내대표의 최고위 참석 여부가 불투명한 데다 유승희 최고위원까지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서 내분이 심각한 상황이다. 안 의원을 뒤따르는 연쇄 탈당 가능성도 높다.
이 같은 상황에서 문 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호랑이 등에서 내릴 수 없다"라는 등의 언급을 한 것은 비주류의 반발에도 예정돼 있던 당 혁신 작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당 분열이라는 위험이 따르는 과감한 인적 쇄신을 단행할 가능성도 커 보인다.
이와 함께 문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의 한 호텔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탈당 사태 수습에 나섰다. 문 대표는 이 자리에서 "안 의원의 탈당을 막지 못해 송구스럽다"라고 고개를 숙이면서도 "당내 만류에도 불구하고 안 의원이 탈당을 강행해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라고 비판적인 태도를 취했다.
김성수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문 대표와 최고위원들은 당의 어려움을 조속히 수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로 했고 혁신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라며 "(문 대표는) 14일과 15일 당무를 쉬고 당과 정국 운영에 대해 구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표 측은 안 의원이 탈당했지만 그가 제안한 10대 혁신안을 당헌에 반영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14일 열리는 중앙위원회에서는 이 10대 혁신안을 당헌에 반영하는 작업을 최고위원회에 일임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안 의원의 혁신안이 적용되면 비주류 의원들 중에서도 일부는 공천 탈락 대상이 될 수 있다.
○ 편집ㅣ장지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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