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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집행 당한 검찰, 법원의 '19금' 인도명령에 오리발

비디오 대여점의 험난한 압수물 돌려받기 "애초에 없는 물건"

등록|2015.12.15 19:33 수정|2015.12.15 19:33

불법음란 비디오 입수 서울지검 남부지청이 지난 1994년 음란비디오 일제단속을 벌여 압수한 각종 비디오 테이프와 레이저 디스크를 공개한 모습. (기사 내용과는 관련 없음) ⓒ 연합뉴스


주로 강제집행을 하는 쪽인 검찰이 법원의 강제집행을 당했다. 하지만 검찰은 법원이 인도를 명령한 물건을 내놓기는커녕 '이미 돌려줬다'는 주장만 되풀이하며 확정판결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15일 오후 주상필씨는 법원 집행관과 함께 서울중앙지검 1층 형사증거물과를 방문했다. 지난 5월 확정된 압수물 환부 소송 판결에 따라 검찰에 압수당한 물건을 돌려받기 위해서였다.

주씨는 지난 2009년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압수물환부 소송 1·2심과 대법원 판결을 거쳐 지난 5월 '비디오물 639정과 VCD 플레이어 1점을 돌려주라'는 확정판결을 받아냈다. 지난 2003년 4월 불법복제 단속 때 2749점(검찰 압수물 목록표상)을 압수당한 뒤 '음반 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뒤 12년 만의 일이다(관련 기사 : 검찰이 압수한 음란 비디오는 어디로 갔을까?).

강제집행은 물건을 찾아 사무실과 창고 등을 뒤지는 과정 없이 '신사적'으로 이뤄졌다. 검찰은 집행관 앞에 VCD 152장과 DVD플레이어 1개를 내놨다. 법원이 인도를 명령한 품목 중 <모닝섹스>, <연변연가> 제목의 VCD 2장은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VCD 639장을 돌려받으러 갔는데, 152장만 내놓은 이유를 검찰은 '법원이 인도를 명령한 639장 중 대부분이 2005년 11월 주씨에게 이미 환부됐고, 이 152장은 당시 주씨가 돌려받기를 거부한 것'이라고 집행관에게 설명했다. 이 152장 이외에 주씨로부터 압수한 다른 VCD는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이 설명은 이미 주씨와 대한민국 사이의 압수물 환부소송에서 국가의 소송수행인이 줄기차게 내놓은 주장이고,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확정판결문에서 "(주씨가) 수령을 거부한 VCD 152점이 인도청구대상 물건중 일부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을뿐더러, 이런 수령거부 사실만으로 원고에게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진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근거해 강제집행에 들어갔지만, 검찰은 법원 판결 내용마저 무시하는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인도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결국, 이날의 서울중앙지검 청사 강제집행 결과, 주씨가 돌려받은 품목은 단 한 개도 없다. 검찰이 내놓은 DVD플레이어도 주씨는 "압수당한 물건은 VCD 플레이어이지 DVD 플레이어가 아니다, 저 물건은 내 것이 아니다"라며 인도를 거부했다.

"법적으로만 존재하는 비디오물"... 다음 강제집행은 검사실?

이날 법원이 인도를 명령한 VCD를 내놓지 못하는 검찰 측에 주씨는 "인도 대상 물품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인정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검찰은 기존 주장을 되풀이할 뿐, 물품 보유 여부를 시인하지도 부인하지도 않았다.

주씨가 이토록 압수당한 비디오물을 돌려받기 위해 애를 쓰는 건, 자신을 불법 비디오 복제 대여 혐의로 기소하는 데 쓰인 이 증거물들이 애당초 존재하지 않고 조작됐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증거물 목록에만, 법적으로만 존재하는 불법 비디오물들이기 때문에 검찰이 이를 돌려줄 수 있을 가능성도 없다"고 주씨는 보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형사증거물과에서 아무것도 돌려받지 못한 주씨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한 번 더 서울중앙지검에 대한 강제집행을 신청할 계획이다. 강제집행 대상은 형사6부로, 주씨로부터 압수한 물품을 즉시 증거물과로 영치하지 않고 약 2년 반 동안이나 자체보관한 거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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