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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크리스마스 트리에 매단 소망

크리스마스 트리에 소망을 걸면 이루어져요

등록|2015.12.16 14:39 수정|2015.12.16 14:40

▲ 상가 앞 화단 크리스마스트리2 ⓒ 이경모


"올해는 상가 앞에 크리스마스트리를 어떻게 할까요?"
"회장님 설치해야죠."
"올해는 제가 트리 설치를 할 수 없어요. 비용도 800여만 원이 드는 데다 통장에 남아있는 회비는 300만 원 밖에 없습니다."

11월 우리상가(첨단패션의거리) 정기모임 회의 내용 중 일부다. 상가 앞에 트리를 설치하려면 회원들에게 25만 원 정도 갹출해야 하기 때문에 트리 설치를 회원들이 반대할 줄 알았다.

메르스로 한 시즌을 잃어버린 회원들에게 알토란 같은 큰 금액이어서다. 사업이 부진할 때 과감한 투자를 하라고 한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녹록하지 않다. 그런데 뜻밖에도 회원들은 당연한 것처럼 전원이 찬성을 했다.

2012년에 처음 우리 가게 앞에만 설치되었던 크리스마스 트리가 올해는 300여 미터 거리 상가 앞 가로수 길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들이 다 모였다. 올해도 우리 매장 앞에 트리를 직접 만들면서 소망을 걸었다. 매년 트리에 소망을 걸면 두 개 정도는 이뤄졌다.

2012년 소망과 사연은 이랬다.

'우리 가족을 비롯하여 매장을 찾아주신 고객 분들이 늘 건강하시고, 올해 대학 졸업반인 딸 취업과 내년에 공무원 시험을 치르는 아들의 합격'이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트리에 불을 밝힌 지 12일 만에 소망 하나가 이루어졌다.

"아빠, 감사합니다. 저 합격했어요. 회사에서 방금 전화 왔어요."
"딸, 축하 축하한다. 정말 고생했다."

딸 목소리에 물기가 촉촉이 젖어 있다. 나도 눈물이 찔끔 난다. 딸이 지난해에 실습 나갔던 외국해운회사에 합격한 것이다. 가슴 먹먹한 소식이었다.

▲ 상가 앞 화단 크리스마스트리3 ⓒ 이경모


2013년 소망은 우리 가족의 건강, 아들 녀석의 시험 합격, 12월에 우리 상가 모두가 대박나기를, 매월 말일이면 월세 내느라 허리 휘어지는 자영업자들이 나아지길 바랐다.

2014년에는 많은 소망을 내걸었다. '우리 상가 회원님들과 고객님들 건강과 사업 잘 되기를 기원하고, 올해처럼 우리 가족의 안녕을 소망하며 아들의 취업, 외항선에서 2등 항해사로 근무하고 있는 딸의 안전 항해 등등.

2015년 소망은 뭘 매달까 생각했다. 그런데 그 시간이 길지 않았다. 건강이 최고. 모두 건강하고, 영업 잘 되어서 우리 회원님들 주름살 하나 펴지고, 건강이 좋지 않지만 참고 견디며 시험 준비 중인 아들의 합격을 기원하며, 암 투병 중인 당숙의 쾌유를 바라는 특별한 소망 하나를 맨 위에 달았다.

'예전처럼 크리스마스가 다가 와도 트리 장식들을 안 해서 삭막하다고 느꼈는데 첨단패션의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 마음에 따뜻함이 전해지겠네요. 저도 트리에 소망을 담은 빨간 양말 하나 걸어두고 싶네요. 트리 멋져요.'

오늘 지인이 보낸 문자다. 낭만과 여유로움이 없어진 12월. 해가 갈수록 점점 세월 속으로 숨어버리는 크리스마스의 설레는 기억을 꺼내고 싶다. 따뜻한 불빛으로 추운 겨울을 나는 사람들을 보듬어주고, 아름다운 그림 한 장을 그렸으면 좋겠다. 크리스마스 트리 위로 하얀 눈이 내린다.

▲ 상가 앞 화단 크리스마스트리1 ⓒ 이경모


▲ 상가 앞 화단 크리스마스트리4 ⓒ 이경모


▲ 소망을 걸며 직접 설치한 가게 앞 크리스마스트리 ⓒ 이경모


▲ 상가 앞 가로수 길 ⓒ 이경모


덧붙이는 글 월간잡지 첨단정보라인 1월호에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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