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사람 몫하고 있어요"... 자랑스럽다, 덕이
[말없는 약속 20년 49] "너처럼 성실한 친구 있으면 소개하렴"이라는 말
"내가 만일 하늘이라면 그대 얼굴에 물들고 싶어~ 내가 만일 시인이라면 그대 위해 노래하겠어~ 내가 만일 구름이라면 그대 위해 비가 되겠어~ 세상에 그 무엇이라도 그대 위해 되고 싶어~" - 안치환의 <내가 만일> 중에서
그날도 변함없이 수요일 퇴근하는 덕이와 함께 집으로 오는 중에 덕이가 먼저 이야기를 한다.
덕 : "고모, 팀장님이 나보고 친구 한 명 데리고 오래."
나는 지금 덕이가 무슨말을 하고 있는지 몰라서 다시 물었다.
고모 : "팀장님이 친구 한명 데리고 오라고 하셨어?"
덕 : "응."
고모 : "왜?"
덕 : "나 같은 남자 직원 한명이 필요하다고~."
고모 : "덕이 같은?"
"나 같은"이란 말에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덕 : "응~. 나 같은."
고모 : "음~, 무슨 뜻인지 팀장님이 말씀하신 내용을 나에게 말해줄 수 있을까?"
덕 : "남자 직원 한 명이 필요한데 나처럼 성실한 친구 있냐고 물으셨어."
그제서야 이해가 됐다. 속으로 은근히 긴장했던 나는 그 이유를 알고 속으로 '휴~' 하고 안심했다. 덕이는 담배를 피우지 않으니 작업 중에 장소를 이탈하지 않고 근무시간 내내 꽉꽉 채워서 일을 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못하겠다' '힘들다'라는 말이나 무슨 일이 있어도 다른 사람의 탓을 하지 않는다. 거기에 지각, 조퇴, 결근 한 번 하지 않고 해야 할 일에 묵묵히 충실하던 약 1년쯤 돼갈 때였다. 덕이의 착하고 성실함이 입증돼 무척이나 기뻤다.
고모 : "덕이가 얼마나 성실해 보였으면 그런 말씀을 하셨을까. 역시 덕이 너는 최고야! 내 생각에 말씀하신 분은 인사담당 팀장님이실 것 같은데?"
덕 : "몰라 그분도 팀장님이야."
고모 : "응 거기에는 작업팀장님, 인사담당팀장님, 운송담당팀장님, 물품담당팀장님 등 여러분이 계신 것을 지난번 사무실에 들렀을 때 알았어."
덕 : "고모, 어떻게 하지?"
고모 : "글세 덕이는 어떻게 하고 싶어?"
덕 : "내 친구들은 지금 서울에 다 있고 혹시 OO(대학 때 룸메이트)는 어떨까?"
고모 : "OO이랑 지금도 연락하니?"
덕 : "가끔 문자."
고모 : "그럼 문자로 한번 물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덕이는 바로 OO에게 문자를 한다. 집에 거의 다 왔을 때까지 친구는 답이 없다. 덕이가 한마디 했다.
덕 : "고모, 약국에 들려."
고모 : "약국에?"
덕 : "파스 사야 해."
그렇지 않아도 함께 일하시는 아주머니들이나 사무직에 계신 상사분들은 나를 만나면 말씀해주셨다. "덕이가 많이 힘들거니까 맛있는거 많이 사주세요"라고. 그럴 때마다 사실 내 마음은 많이 아프다. 더 나아가 "요즘 다른 애들은 못 버틴다"라고 덧붙여 한마디 더 하신다. 나는 작업장 상황을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그분들이 그래도 덕이에 대한 관심과 좋은 인상을 지닌 것 같아 감사하다.
고모 : "덕아~ 많이 힘드니?"
덕 : "응."
고모 : "지금은 어디가 가장 아프니?"
덕 : "팔목하고 어깨."
거의 모든 일을 아직 수작업으로 하고 있는 곳이다. 특히 절인 배추와 무 등을 일일이 들어서 옮겨야 하는 일은 주로 덕이가 맡아서 하고 있다. 그러니 하루에 절인 것만 해도 수십 킬로그램을 작업하고 또 그걸로 김치 열다섯 가지를 각각 담그면 그것 또한 모두 덕이가 직접 들거나 밀어서 다음 작업 공정으로 보낸다. 손목, 팔꿈치, 어깨 등이 왜 안 아프겠는가. 그날 모든 일과를 마치고 덕이의 등과 어깨에는 붙이는 파스를 그리고 팔목에 파스를 발라주며 물었다.
고모 : "이런 파스를 붙이거나 바르면 좀 괜찮아?"
덕 : "응."
고모 : "손목 보호대를 착용해도 아프니?"
덕 : "응"
고모 : "이렇게 덕이가 아파서 어떻게 하지?"
덕 : "그래도 첫 직장처럼 야간에 일 안해서 좋아"
고모 : "야간근무가 싫었니?"
덕 : "응, 내가 눈이 안 좋아서 야간이면 더 안보여서 힘들었어."
고모 : "아니, 뭐라고? 야간에는 더 안 보이니?"
덕 : "응."
고모 : "왜 말 안했었어?"
덕 : "괜찮아."
고모 : "그랬구나, 미얀해. 나는 그 점은 몰랐었어."
덕 : "괜찮아, 지금은 안 하니까."
고모 : "그러면 지금 직장이 첫 직장보다 낫다는 거니?"
덕 : "응, 직원들도 전에는 모두 아저씨나 형들이라 담배를 많이 피우시고 또 술자리를 자주 만들어서 모이라고 하고, 안 모이면 야단치고 그래서 싫었어."
고모 : "그랬었구나~. 그런데 그때는 왜 그런 말은 전혀 하지 않았었어?"
덕 : "그냥"
덕이는 미소만 보인다.
고모 : "덕아~. 지금 직장에서도 만약에 많이 아프면 작업팀장님께 하루 쉬고 싶다고 말씀드려도 될 거야. 왜냐하면 가장 중요한 것은 덕이 너의 건강이거든, 알지? 너무 힘들 때는 월차 내서 쉬렴."
덕 : "아니야."
나는 덕이의 팔목 보호대를 다시 준비해놨다. 그렇지 않아도 함께 일하시는 아주머니들은 "덕이가 네 사람 몫을 하고 있다"라면서 "요즘 젊은 사람들 같지 않게 잘 참고 성실하다"라고, 덕이가 대단하다고 하신다. 그럴 때마다 내 가슴은 많이 아프지만 그분들이 덕이를 헤아려주시는 마음이 고맙다.
덕이가 잠들때까지 룸메이트였던 OO는 연락이 없다.
그날도 변함없이 수요일 퇴근하는 덕이와 함께 집으로 오는 중에 덕이가 먼저 이야기를 한다.
덕 : "고모, 팀장님이 나보고 친구 한 명 데리고 오래."
나는 지금 덕이가 무슨말을 하고 있는지 몰라서 다시 물었다.
고모 : "팀장님이 친구 한명 데리고 오라고 하셨어?"
덕 : "응."
고모 : "왜?"
덕 : "나 같은 남자 직원 한명이 필요하다고~."
고모 : "덕이 같은?"
"나 같은"이란 말에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덕 : "응~. 나 같은."
고모 : "음~, 무슨 뜻인지 팀장님이 말씀하신 내용을 나에게 말해줄 수 있을까?"
덕 : "남자 직원 한 명이 필요한데 나처럼 성실한 친구 있냐고 물으셨어."
그제서야 이해가 됐다. 속으로 은근히 긴장했던 나는 그 이유를 알고 속으로 '휴~' 하고 안심했다. 덕이는 담배를 피우지 않으니 작업 중에 장소를 이탈하지 않고 근무시간 내내 꽉꽉 채워서 일을 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못하겠다' '힘들다'라는 말이나 무슨 일이 있어도 다른 사람의 탓을 하지 않는다. 거기에 지각, 조퇴, 결근 한 번 하지 않고 해야 할 일에 묵묵히 충실하던 약 1년쯤 돼갈 때였다. 덕이의 착하고 성실함이 입증돼 무척이나 기뻤다.
고모 : "덕이가 얼마나 성실해 보였으면 그런 말씀을 하셨을까. 역시 덕이 너는 최고야! 내 생각에 말씀하신 분은 인사담당 팀장님이실 것 같은데?"
덕 : "몰라 그분도 팀장님이야."
고모 : "응 거기에는 작업팀장님, 인사담당팀장님, 운송담당팀장님, 물품담당팀장님 등 여러분이 계신 것을 지난번 사무실에 들렀을 때 알았어."
덕 : "고모, 어떻게 하지?"
고모 : "글세 덕이는 어떻게 하고 싶어?"
덕 : "내 친구들은 지금 서울에 다 있고 혹시 OO(대학 때 룸메이트)는 어떨까?"
고모 : "OO이랑 지금도 연락하니?"
덕 : "가끔 문자."
고모 : "그럼 문자로 한번 물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덕이는 바로 OO에게 문자를 한다. 집에 거의 다 왔을 때까지 친구는 답이 없다. 덕이가 한마디 했다.
덕 : "고모, 약국에 들려."
고모 : "약국에?"
덕 : "파스 사야 해."
그렇지 않아도 함께 일하시는 아주머니들이나 사무직에 계신 상사분들은 나를 만나면 말씀해주셨다. "덕이가 많이 힘들거니까 맛있는거 많이 사주세요"라고. 그럴 때마다 사실 내 마음은 많이 아프다. 더 나아가 "요즘 다른 애들은 못 버틴다"라고 덧붙여 한마디 더 하신다. 나는 작업장 상황을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그분들이 그래도 덕이에 대한 관심과 좋은 인상을 지닌 것 같아 감사하다.
고모 : "덕아~ 많이 힘드니?"
덕 : "응."
고모 : "지금은 어디가 가장 아프니?"
덕 : "팔목하고 어깨."
거의 모든 일을 아직 수작업으로 하고 있는 곳이다. 특히 절인 배추와 무 등을 일일이 들어서 옮겨야 하는 일은 주로 덕이가 맡아서 하고 있다. 그러니 하루에 절인 것만 해도 수십 킬로그램을 작업하고 또 그걸로 김치 열다섯 가지를 각각 담그면 그것 또한 모두 덕이가 직접 들거나 밀어서 다음 작업 공정으로 보낸다. 손목, 팔꿈치, 어깨 등이 왜 안 아프겠는가. 그날 모든 일과를 마치고 덕이의 등과 어깨에는 붙이는 파스를 그리고 팔목에 파스를 발라주며 물었다.
고모 : "이런 파스를 붙이거나 바르면 좀 괜찮아?"
덕 : "응."
고모 : "손목 보호대를 착용해도 아프니?"
덕 : "응"
고모 : "이렇게 덕이가 아파서 어떻게 하지?"
덕 : "그래도 첫 직장처럼 야간에 일 안해서 좋아"
고모 : "야간근무가 싫었니?"
덕 : "응, 내가 눈이 안 좋아서 야간이면 더 안보여서 힘들었어."
고모 : "아니, 뭐라고? 야간에는 더 안 보이니?"
덕 : "응."
고모 : "왜 말 안했었어?"
덕 : "괜찮아."
고모 : "그랬구나, 미얀해. 나는 그 점은 몰랐었어."
덕 : "괜찮아, 지금은 안 하니까."
고모 : "그러면 지금 직장이 첫 직장보다 낫다는 거니?"
덕 : "응, 직원들도 전에는 모두 아저씨나 형들이라 담배를 많이 피우시고 또 술자리를 자주 만들어서 모이라고 하고, 안 모이면 야단치고 그래서 싫었어."
고모 : "그랬었구나~. 그런데 그때는 왜 그런 말은 전혀 하지 않았었어?"
덕 : "그냥"
덕이는 미소만 보인다.
고모 : "덕아~. 지금 직장에서도 만약에 많이 아프면 작업팀장님께 하루 쉬고 싶다고 말씀드려도 될 거야. 왜냐하면 가장 중요한 것은 덕이 너의 건강이거든, 알지? 너무 힘들 때는 월차 내서 쉬렴."
덕 : "아니야."
나는 덕이의 팔목 보호대를 다시 준비해놨다. 그렇지 않아도 함께 일하시는 아주머니들은 "덕이가 네 사람 몫을 하고 있다"라면서 "요즘 젊은 사람들 같지 않게 잘 참고 성실하다"라고, 덕이가 대단하다고 하신다. 그럴 때마다 내 가슴은 많이 아프지만 그분들이 덕이를 헤아려주시는 마음이 고맙다.
덕이가 잠들때까지 룸메이트였던 OO는 연락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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