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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에 묻은 음식 맛보는 인생

등록|2015.12.22 14:16 수정|2015.12.29 09:05

▲ 손에 묻은 음식이 아름답게 보였다. ⓒ 이준수


소크라테스가 물었다.

"자네는 용기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나는 이렇게 답하겠다.

"배고픈 날 친구에게 초콜릿 반을 떼어 주는 것입니다."

화요일 쉬는 시간. 아이들이 배가 고프다. 체육을 1·2교시 이어서 하고 나면 아침밥은 금방 소화된다. 교실에서 간식은 금지돼 있다. 체육을 마친 후 교실에서는 나의 눈을 피해 마O쮸와 츄O춥스가 거래된다. 나는 못본 척 해준다. 허기진 배 사정은 이쪽도 마찬가지라 교무실에 빵이 있나 살펴보러 가야 하기 때문이다.

반짝.

J가 꺼낸 초콜릿 은박 껍질이 번쩍였다. 남학생 손바닥만 한 '가O 초콜릿'이다. K가 눈치 없이 뛰어와서 손을 내민다. 손이 몇 번 더  위아래로 움직였다. 거래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J의 손은 잠깐 떨렸다가 콰직! 소리를 내며 갈색 덩어리를 반으로 갈랐다. K는 아싸! 소리를 내었다.

'아차, 교무실에 먹을 게 있나 가봐야겠다.'

교무실에는 음식은 없었다. 교실로 올라오는 계단에서 J를 보았다. 손가락에 묻은 초코 가루를 먹고 있었다. J는 더러운 짓을 하는 아이가 아니다. 초콜릿이 정말 맛있었을 것이다.

점심 메뉴에 껍질째 먹는 포도가 나왔다. 학생들은 세 알, 나는 선생이라고 다섯 알을 받았다. J는 다른 반찬보다 포도를 먼저 다 먹었다. 내 식판을 흘끗 보는데 포도 쪽에 시선이 머물렀다. 식사를 마친 아이가 급식 검사를 받으러 왔을 때 포도 두 알을 줬다. 그녀는 포도보다 더 싱그럽게 웃었다.

포도를 쥐었던 손가락에 포도즙이 묻었다. 입에 대고 맛을 봤다.

아주 달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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