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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직접 관객에게 다가가는 콘서트, 색다르네

군포평생학습원에서 열린 김재홍 작가의 그림책 콘서트

등록|2015.12.24 15:08 수정|2015.12.24 15:08

김재홍 작가의 그림책 콘서트 작가가 직접 주인공이 되고, 관객과 소통하는 그림책 콘서트 ⓒ 김소라


작가나 유명 인사의 강의에 가면 대부분 비슷한 형식이다. 강당에서 주인공이 되는 강사가 앞에 나와 정해진 시간 동안 강연을 한다.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다. 작가일 경우 사인회나 사진 촬영으로 마무리한다.

하지만 지난 22일 군포시 평생학습원에서 열린 김재홍 작가의 그림책 콘서트는 지금껏 보아온 작가 강연회와는 완전히 다른 형식이었다. 기획이나 연출이 남다르고, 재미와 감동이 컸다. 군포시평생학습원에서 '말하는 그림책 기획단' 이 주관한 행사라고 한다.

전시와 낭독, 영상, 연극, 대화, 질문, 음악 모든 요소가 더해진 북콘서트는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즐길 수 있는 자리였다. 그림책 콘서트의 주인공은 바로 김재홍 작가. '초록물의 작가' 라고 불리우는 김재홍 작가는 <영이의 비닐 우산> <동강의 아이들> <로드킬, 우리 길이 없어졌어요>라는 작품 뿐 아니라 이미 탄탄한 회화 실력으로 유럽 각지에서 전시회를 한 이력이 있다.

그는 2004년 한국인 최초로 에스파스 앙팡상을 받았다. '에스파스 앙팡' 은 책마을로 유명한 스위스 발레에 본부를 둔 어린이 문화재단이다. 이 상은 전세계 어린이 책 대상으로 2년에 단 한 번, 단 한 권의 책에 선정해 시상한다. 1987년 제정된 에스파스 앙팡상은 환경운동가 제인 구달, 제르다 뮐러 등이 역다 수상자다. 이 상은 올림픽 금메달보다 가치가 높다고 한다.

김재홍 그림책 작가 군포시평생학습원에서 그림책 콘서트가 열렸다 ⓒ 김소라


작가는 6살 때 부친이 세상을 떠난 이후, 친척집을 전전하면서 살다 9살 홀로 자취를 했다고 한다. 신문팔이, 구두닦이 등을 하고, 여동생 둘은 고아원에 있다 미국으로 입양까지 되었던 어린시절을 보냈다. 장에 간 어머니를 기다리는 두 아이 <동강의 아이들>은 작가의 어린 시절이 투영된 작품이기도 하다.

김재홍 작가의 <그림 속의 숨은 그림 - 동강전>은 동강댐 건설 찬바논이 불붙으면서 유명해지기도 했다. 얼핏 보면 그냥 동강의 풍경이지만, 물에 산이 비춰진 착시 효과로 볼수록 아름답고 신비한 그림들이다. 숨은 그림 기법으로 도전골든벨에도 자주 출제되고, 고등학교 교과서에까지 실린 작품이다. 작가는 미국으로 입양된 여동생 둘을 22년만에 만나게 됐다고 한다.

그림책 콘서트가 열린 군포평생학습원 5층의 상상마당 극장은 작은 소극장같은 연극 무대다. 무대 앞에는 김재홍 작가의 작업실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화실을 꾸며놨다. 연극적인 요소를 강연에 더했다. 무대의 조명이 켜지고, 청중이 조용해지자 작가는 자신의 작품 <동강의 아이들>을 천천히 느리게 낭독한다.

모든 사람들이 화면의 그림에 집중하고, 귀로는 작가의 음성을 듣는다. 가슴이 뛰고, 눈물이 날 것 같은 낭독 시간이었다. 누군가가 책을 읽어 주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깊은 감정이 느껴질 줄이야…. 그리고 작가는 '작업실에 놀러 온 친구들이 많네요!'라면서 반갑게 인사를 한다. 이후 자신은 바삐 그려야 할 그림이 있다고 하면서 붓을 놀리며 그림을 그린다.

다시 무대에 등장한 사람은 권윤덕 그림책 작가다. 군포시에는 이미 그림책 작가나 화가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고, 네트워킹이 탄탄하다. 권윤덕 작가와 김재홍 작가의 인연도 20년 가까이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권윤덕 작가가 무대에서 작품 해설과 함께 김재홍 화가의 최근 작품을 보여주면서 설명한다.

또다시 작업실에 소란스럽게 사람들이 등장, 바로 김재홍 작가와 인연을 맺고 있는 지인들이 막걸리 한 병을 사들고 왔다며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연극처럼 꾸며진 무대의 스토리는 작가의 세계관 및 작가의 주변인들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다.

두 번째 책 <영이의 비닐우산>을 낭독하기 전에는 비오는 소리로 음향이 바뀌면서 바깥에 비가 내리는 상황이 연출된다. "작가님, 비 오는데 뭐하세요?"라고 말하면서 아이와 어른 둘의 손님이 온다. 아이가 "작가님, 이 책 읽어주세요?"라고 하면서 꺼내든 책 바로 <영이의 비닐우산>이다. 빗소리는 점점 거세지고, 책을 읽는 낭독자의 목소리에 몰입하게 된다. 감동적인 스토리와 가슴이 촉촉해지는 이야기에 청중은 완전히 책에 빠져든다.

음악, 연극, 대화, 다양한 방식을 강연회에 접목 작가 사인회에서 ⓒ 김소라


영이라는 주인공 아이가 등굣길에서 만난 거지 할아버지에게 비닐우산을 슬며시 씌워주는 이야기로 끝난다. 이 책은 윤동재 시인의 시를 그림책으로 만든 시 그림책이다.  비닐우산, 넝마옷 입은 거지 할아버지, 담벼락이 있는 골목길 등 1980년대 생활 모습이 그림으로 그려져 있다. 작가는 군포와 수원 경계에 있는 동네에 산다. 옛 모습을 담아 내기 위해 여러 장소로 취재를 다녔다고 한다. 그림책의 모델이 된 곳은 서울의 부암동이나 신림동 난곡동 등이었다고 한다.

무대 위에서 작가는 오고 가는 사람들을 맞는다. 사회자 역할을 한 권윤덕 작가 역시 작가와 청중을 이어주며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한다. '당신이 도움을 준, 도움을 받은 경험은?'이라는 책의 주제와 연결지은 질문을 청중에게 던진다. 그리고 청중은 자신의 스토리를 소개한다. 작가 강연회라는 형식을 파괴한 소통과 이야기가 오가는 방식이 새롭다.

모든 행사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는 것도 새로웠다. 보통 작가 강연회에서는 청중이 앞의 무대에 나와서 함께 사진을 찍는다. 그런데 행사 때, 청중은 그대로 앉아 있고 작가가 청중 속으로 들어와 사진 기사가 앞에서 촬영을 했다. 주인공이 작가(연사)가 아닌 청중·시민들이라는 점을 강조한 마무리도 돋보인다. 그림책 콘서트 형식의 행사는 군포평생학습원의 '말하는 그림책 기획단'이 구상하고, 확대하고 있는 북콘서트, 작가와의 만남 행사라고 한다. 또 하나의 문화 콘셉트가 될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

청중은 단순히 관람자, 수동적인 관중의 입장에서 벗어나 강연과 콘서트에 동참하는 방식의 공연이었다. 말하는 그림책 기획단이 만든 새로운 형태의 강연, 북콘서트 공연이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 함께 북콘서트에 참여한 아이는 "엄마, 나도 김재홍 작가님처럼 그림도 그리고, 그림책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 엄마가 글을 쓰고, 나는 그림을 그릴까?"라고 말했따. 아이부터 어른까지 감동을 준 시간, 김재홍 작가의 그림책 콘서트를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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