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12월 23일 재흥시장 모습재난위험시설로 지정된 재흥시장 건물 옆 한 시민이 차량을 주차한 뒤 내리고 있다. ⓒ 이창호
축복의 설렘이 가득해야 할 '크리스마스 이브'를 하루 앞둔 지난 23일, 인천시 남구 주안4동 재흥시장을 찾았다. 이곳 시장 건물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이 위태로워 보였다. 최근 대한산업안전협회의 안전진단 결과, 최하위인 E등급을 받아 마치 영화에서나 나옴 직한 슬럼가를 연상케 한다.
재흥시장은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시장 건물 주변 개인주택에도 점포가 들어서 100여 개 점포가 옹기종기 모여 사람들로 북적였다. 현재 주민등록상 48가구 90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실제 29가구 61명 정도가 위태로운 시장 건물을 떠나지 못한 채 머물고 있다.
관할 구청인 남구는 재흥시장 건물을 재난위험시설로 분류, 내년 10월부터 주민 보상을 통해 안전한 곳으로 이주시키고 도시계획시설로 스포츠문화센터·공영주차장 등을 짓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곳 주민들은 보상을 받아도 갈 곳이 없다며 오래된 전통시장을 활성화시켜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홍호진(63) 번영회장은 "30년 넘게 정착해 살아온 주민들을 무작정 나가라고만 하면 어떡하냐"며 안타까운 심정을 내비쳤다.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김아무개(79·여)씨는 "재흥시장에서 4남매를 키웠다"며 "하늘나라로 간 영감과 아들딸들의 추억이 깃든 삶의 터전을 떠날 수 없다"고 했다. 방앗간 주인 박아무개(68)씨도 "시장에서 40여 년 장사했고 단골들이 아직도 많이 찾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런 대안도 없이 떠나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오래된 시장 건물을 헐고 스포츠센터나 주차장을 짓는 것보다는 예전처럼 시장이 다시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을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구는 주민 안전을 위해 건물 철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구 관계자는 "지난해 4월 이곳 건물 3층 발코니 보수공사를 하면서 일부 건물이 붕괴돼 인명피해가 발생한 적이 있다"며 "보상 문제로 주민 이전이 늦어지고 있지만 건물 철거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개발계획을 수용할 수 없다며 위태로운 낡은 건물에 남아 겨울을 나고 있는 주민들은 '크리스마스의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길 바라고 있는지 모르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기호일보(www.kihoilbo.co.kr)에도 실렸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