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라는 이유 하나 때문입니다. 그 이유 하나 때문에 100세 비구니가 막 계를 받은 나이어린 비구, 손자뻘 쯤 되는 어린 남자에게 예를 갖춰야 합니다. 딴 나라 이야기도 아니고 옛날이야기도 아닙니다. 오늘날까지도 우리나라 일부 불교계에서 엄중히 지켜야할 계로 전해지고 있는 내용입니다.
지구의 절반은 여자입니다. 남자만 있는 세상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여자가 있어야 남자가 있고, 여자가 있어야 남자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고 는 세상은 언제부터인가 남자 위주로, 남성 우월주의로 흐르고 있습니다.
성차별이라는 단어는 어느 사전에서나 찾을 수 있는 공식용어가 됐습니다.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아주 끔찍한 일을 당했다는 소식은 외신을 타고 종종 들려옵니다.
과거는 더 그랬다고 합니다. 더 끔찍할 만큼 억압 받고, 더 고통스럽게 차별 받으며 살아야했던 게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짊어져야 했던 혹독한 운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주 아이러니하게도 성 차별이 가장 심하거나 왜곡된 집단은 종교 집단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기독교니 불교니, 가톨릭이니 이슬람이니 하며 어느 어느 종교를 가늠할 것 없습니다. 과거나 현재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2600여 년 전 <붓다의 길을 걷는 여성>
<붓다의 길을 걷는 여성>(지은이 옥복연·이미령, 펴낸곳 (주)조계종출판사)은 지금보다 성차별이 훨씬 혹독하던 그 옛날, 부처님이 살아계시던 2600여 년 전 세상을 살며 부처를 감동하게 하고, 부처로부터 칭송을 받았던 여성들을 불교 경전에서 가려 뽑은 이야기입니다.
붓다시대를 살던 사람들 이야기는 많습니다. 여성들 이야기만을 엮어 놓은 책도 많습니다. 하지만 붓다시대를 살던 여성, 그 여성들이 깨달음의 길을 걷고, 깨달음의 길을 걷기위해 살아야 했던 이야기만을 간추려 엮은 책은 지금껏 그 소식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책에서는 18명의 여성이 걸은 붓다의 길, 가시밭 길 보다도 훨씬 더 힘들었겠지만 그들이 걷고 또 걸어서 남긴 흔적들을 아련하게 더듬게 해 줍니다.
그들이 부처를 감동시키고, 부처가 그녀들을 '으뜸'으로 칭송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들이 몸으로 실천한 보시와 선정, 청정한 마음가짐과 친근함 등에서 비롯됐습니다.
그녀들이 보여준 실천 중에는 살점을 도려내는 끔찍한 희생도 있었고, 신분을 초월하는 하심도 있었습니다. 그녀들이 견뎌야 했던 고통, 그녀들이 혹독함을 견뎌내고 이루고자 했던 그 무엇이 붓다의 길이라는 걸 실감할 즈음이면 그녀들이야 말로 움츠러든 여성을 곧추세우고자 했던 시대의 선각자였음도 알 수 있습니다.
일부 역사학자들은 유녀가 고대 메소포타미아에 있었던 사원 매춘에서 시작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원 매춘은 최고의 권위를 부여받은 여사제들이 풍요를 기원하면서 집행한 신성한 종교의식이기 때문에 엄격한 의미에서는 매춘이라고 할 수 없다. - <붓다의 길을 걷는 여성> 203쪽
결론적으로 붓다의 가르침은 남녀평등을 기본으로 하지만, 종단 내 종법이나 계율 등에서 성차별은 현실적으로 존재한다. 이러한 성차별이 극복되지 못하는 것은 종단 조직이나 구성원들이 성차별을 무의미하거나 부차적인 것으로 여겨 남녀 펑등과 인간평등사상을 왜곡하는 허위의식 때문이다. - <붓다의 길을 걷는 여성> 248쪽
책에서는 붓다의 길을 걸었던 여성들 이야기만을 소개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시대적 각계 여성, 특히 종교 집단에서 여성들이 겪었거나 극복하여 걸어야 했던 변천사까지도 두루 아울러 읽을 수 있습니다.
시대를 훌쩍 뛰어넘어 지금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이 걷고 있거나 맞닥뜨리고 있는 삶,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받고 있는 삶까지도 함께 읽을 수 있다 보면 여성을 보는 눈도 붓다의 길을 보는 눈도 조금은 달라질 거라 기대됩니다.
지구의 절반은 여자입니다. 남자만 있는 세상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여자가 있어야 남자가 있고, 여자가 있어야 남자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고 는 세상은 언제부터인가 남자 위주로, 남성 우월주의로 흐르고 있습니다.
성차별이라는 단어는 어느 사전에서나 찾을 수 있는 공식용어가 됐습니다.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아주 끔찍한 일을 당했다는 소식은 외신을 타고 종종 들려옵니다.
과거는 더 그랬다고 합니다. 더 끔찍할 만큼 억압 받고, 더 고통스럽게 차별 받으며 살아야했던 게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짊어져야 했던 혹독한 운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주 아이러니하게도 성 차별이 가장 심하거나 왜곡된 집단은 종교 집단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기독교니 불교니, 가톨릭이니 이슬람이니 하며 어느 어느 종교를 가늠할 것 없습니다. 과거나 현재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2600여 년 전 <붓다의 길을 걷는 여성>
▲ <붓다의 길을 걷는 여성> (지은이 옥복연·이미령 / 펴낸곳 (주)조계종출판사 / 2015년 12월 28일 / 값 15,000원> ⓒ (주)조계종출판사
붓다시대를 살던 사람들 이야기는 많습니다. 여성들 이야기만을 엮어 놓은 책도 많습니다. 하지만 붓다시대를 살던 여성, 그 여성들이 깨달음의 길을 걷고, 깨달음의 길을 걷기위해 살아야 했던 이야기만을 간추려 엮은 책은 지금껏 그 소식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책에서는 18명의 여성이 걸은 붓다의 길, 가시밭 길 보다도 훨씬 더 힘들었겠지만 그들이 걷고 또 걸어서 남긴 흔적들을 아련하게 더듬게 해 줍니다.
그들이 부처를 감동시키고, 부처가 그녀들을 '으뜸'으로 칭송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들이 몸으로 실천한 보시와 선정, 청정한 마음가짐과 친근함 등에서 비롯됐습니다.
그녀들이 보여준 실천 중에는 살점을 도려내는 끔찍한 희생도 있었고, 신분을 초월하는 하심도 있었습니다. 그녀들이 견뎌야 했던 고통, 그녀들이 혹독함을 견뎌내고 이루고자 했던 그 무엇이 붓다의 길이라는 걸 실감할 즈음이면 그녀들이야 말로 움츠러든 여성을 곧추세우고자 했던 시대의 선각자였음도 알 수 있습니다.
일부 역사학자들은 유녀가 고대 메소포타미아에 있었던 사원 매춘에서 시작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원 매춘은 최고의 권위를 부여받은 여사제들이 풍요를 기원하면서 집행한 신성한 종교의식이기 때문에 엄격한 의미에서는 매춘이라고 할 수 없다. - <붓다의 길을 걷는 여성> 203쪽
결론적으로 붓다의 가르침은 남녀평등을 기본으로 하지만, 종단 내 종법이나 계율 등에서 성차별은 현실적으로 존재한다. 이러한 성차별이 극복되지 못하는 것은 종단 조직이나 구성원들이 성차별을 무의미하거나 부차적인 것으로 여겨 남녀 펑등과 인간평등사상을 왜곡하는 허위의식 때문이다. - <붓다의 길을 걷는 여성> 248쪽
책에서는 붓다의 길을 걸었던 여성들 이야기만을 소개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시대적 각계 여성, 특히 종교 집단에서 여성들이 겪었거나 극복하여 걸어야 했던 변천사까지도 두루 아울러 읽을 수 있습니다.
시대를 훌쩍 뛰어넘어 지금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이 걷고 있거나 맞닥뜨리고 있는 삶,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받고 있는 삶까지도 함께 읽을 수 있다 보면 여성을 보는 눈도 붓다의 길을 보는 눈도 조금은 달라질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붓다의 길을 걷는 여성> (지은이 옥복연·이미령 / 펴낸곳 (주)조계종출판사 / 2015년 12월 28일 / 값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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