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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 제작진과 '참바다'씨는 꼭 보세요

[인터뷰] <바다맛 기행 2> 저자 김준 전남발전연구원 책임연구위원

등록|2015.12.29 14:40 수정|2015.12.29 14:40
인터파크도서 웹진 <북DB>는 <바다맛 기행 2>를 펴낸 김준 전남발전연구원 책임연구위원과 지난달 20일 경기도 고양시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 기자 말

▲ 김준 전남발전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신동석


얼마나 군침을 흘리면서 읽었는지 모른다. 특히 공복감이 극에 달하는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읽을 때는 정말 힘들었다. 바닷가에서 태어나 고향의 맛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나, 술안주로 '썰' 풀기 좋아하는 술꾼이 이 책을 읽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했다고, 이 책을 단순히 바다의 '맛'만 소개하는 책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이 책은 바다 속 생선 한 마리가 우리 밥상에 오르기까지, 맛을 만들고 지키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바다에서 건져 올린 맛의 문화사' <바다맛 기행 2> 말이다.

'먹방', '쿡방'이 쏟아지는 시대. 왠지 모를 허무함을 느낀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혀끝에서 시작해 순간의 즐거움으로만 끝나는 '맛'. <바다맛 기행 2>가 반가운 까닭은 한 끼 차려 먹는 것으로 소비되는 밥상이 아니라, 콘텐츠로서 사람들의 머릿속에 '쌓여가는' 밥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책을 읽으며 '맛은 혀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오감(五感)에서 시작해 혀에서 끝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2013년 <바다맛 기행> 1권이 출간된 이후 2년 만에 나온 2권이다. 저자 김준은 전남발전연구원 생태문화연구실 책임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동안 섬과 바다 이야기로 혼자 쓴 책이 10여 권. 함께 쓴 책까지 포함하면 20여 권이다. 그는 우리나라에 있는 400여 개 유인도를 모두 답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그 기록을 <섬문화 답사기> 시리즈로 남겨가고 있다. <바다맛 기행> 역시 그 작업의 연장선에서 나온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가 바닷가 출신이 아니라는 사실. 산골 출신으로, 배를 타고 섬에 가본 것은 대학교 때가 처음이라고 했다. 그 뒤 1992년부터 섬 답사를 시작해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다. 1년에 한두 번 정도는 동해부터 남해, 서해, 제주도까지 전 해역을 돌 정도라고 하니, 바다에 대한 그의 애정을 짐작할 만하다.

어느 섬 바닷가에 작은 커뮤니티센터를 짓고 아이들에게 바다 이야기를 전하며 마을을 만들어가고 싶다는 그의 꿈. 바다의 맛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바다 사람들의 문화와 우리 밥상의 미래까지 흥미롭게 이어졌다.

- '섬 밥상'에 대한 책을 쓰겠다고 마음먹게 된 까닭은 무엇인가요?
"도시민들이 바다 이야기나 섬사람들의 삶 이야기를 너무 몰라요. 그 가치를 읽어줘야 바다도 살아나고 섬사람들도 계속 살아갈 수 있거든요. 또 개중에는 도시에서 바다로 돌아가는 사람도 생길 거고요. 그러다 생각해낸 게 밥상이에요. 밥상은 소비자하고 생산자 사이에서 가장 쉽게 매개체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것이고, 바다에서 나온 음식을 직접 보면서 바다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해주죠."

- 대중매체를 통해 밥상 이야기가 참 많이 소비되고 있는 세상입니다. 밥상을 통해 바다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바다 밥상을 요리로서만 접근하면 그걸로 끝인데, 이야기로 접근하면 이 물고기가 어디서 살고 있었고, 누가 어떻게 잡았고, 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한없이 해나갈 수 있는 거죠. 저도 어렸을 적 어머니한테 밥상머리에서 들은 이야기가 아직도 귓가에 쟁쟁거리면서 남아 있거든요. 밥상머리와 부엌은 엄마가 가장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그래서 이 책을 어머니들이 많이 있어주시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지금 아이들이 밥상머리에서 들은 바다 이야기가 제 나이가 됐을 때까지 쟁쟁거리고 남아 있겠죠."

- 현장감 있는 사진과 실제로 그곳에서 만나지 않았다면 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생생함을 더합니다. 하지만 현장을 찾아다니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일단 가족들부터 싫어할 것 같고요.(웃음)
"답사 초기에는 마음이 급했죠. 갈 곳이 너무 많은 거예요. 매주 토·일요일마다 섬에 다녔어요. 가족들이 아주 싫어했죠. 그런데 바다에 갔다 오면 참 편안해지고 몸도 건강해져요. 피곤해지고 아프고 그러면 돈을 주고 가라고 해도 가기 싫은데, 제가 워낙 바다를 좋아하고 바다도 저랑 잘 맞았어요. 나중에는 가족들도 일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죠. 그렇게 하면서 논문도 쓰고 책도 쓰고, 그 인연으로 지금 있는 전남발전연구원에서 일하게 되기도 했어요. 좋아서 한 것이었지만 일하고도 연결된 거죠. 지금은 가족들하고 같이 답사를 가기도 해요. 그래서 이 책에도 아이들 사진이 몇 장 들어 있어요."

▲ 김준 전남발전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신동석


"혀끝의 맛에 길들여진 세상... 오감으로 느끼는 게 진정한 맛"

- 처음 보는 사람한테 카메라를 들이대고 말을 붙이고 한다는 게 참 녹록해 보이지 않습니다. 섬 답사의 어려운 점이라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글은 어떻게 기교를 부려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현장 사진은 그게 안 되잖아요. 처음 보는 사람한테 가서 사진 좀 찍자고 하는 게 참 어렵거든요. 처음에 답사를 다닐 때는 그런 게 참 급했어요. 지금은 우선 얘기를 해보고 안 되면 그 다음에 다시 가고, 몇 번씩 찾아가고 전화로 물어보고 그래요.

예를 들어서 강원도 고성에 도루묵 잡이를 보러 간다고 하면, 제가 사는 광주에서 대여섯 시간을 운전해서 가야 해요. 그런데 운전하는 것보다 더 힘든 건 때를 맞추는 거예요. 도루묵을 잡는 철이라고 해도 물때에 따라서 못 잡는 때가 또 있거든요.

그리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운 좋게 물때를 잘 만나도 섬사람들하고 교감하지 못하면 소용없다는 거예요. 교감은 한 차례의 만남으로 되는 경우가 거의 없거든요. 그래서 제 핸드폰에 친구들 전화번호보다 바닷가에 있는 사람들 전화번호가 더 많을 거예요.

어민들의 생활을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 섬 답사를 시작하고 5년쯤 지나서예요. 육지에서는 농사를 지으면, 꽃이나 줄기를 보면 땅 속에 뭐가 있는지 보이잖아요. 여기 콩이 있구나, 여기 감자가 있구나. 그런데 바다 속은 안 보여요. 저기 미역이 있는지 다시마가 있는지 알 수 없거든요.

그런데 취재를 하려면 그걸 알아야 돼요. 그래야 질문을 할 거 아니에요. 섬사람들도 '이 사람이 뭘 좀 아네' 하는 생각이 들어야 대답을 해주지, 아무것도 모르고 뭔가 캐내듯이 질문을 던져가지고는 얻고 싶은 걸 얻을 수가 없죠.

1년이면 동해부터 제주도, 남해, 서해까지 우리나라 해역을 한두 번 정도는 돌아요. 어떻게 바뀌어가고 있는지 확인하면서 섬사람들하고 인사도 나누고요. 그러면서 자료도 모으고 사진도 찍고 축적한 기록들이 있어서 이런 책도 낼 수 있는 거예요."

- 도시 사람들이 먹는 생선이 좀 뻔합니다. 저 역시도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생선들이 꽤 있었는데요, 이 계절에 어울리는 생선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겨울철에 맞는 생선이라면 동해에는 도루묵과 도치가 있죠. 도치탕이 정말 맛있어요. 도루묵구이도 맛있고요. 남해에는 삼치가 올라오기 시작해요. 제주도는 방어. 이 생선들이 지금 먹기 딱 좋은 생선들이에요. 서해에서는 생선보다 굴이 많이 날 때죠. 겨울에는 물고기들이 조금 먼 바다로 빠져나가요. 그래서 남해 먼바다나 제주도, 동해 생선들이 맛있어요. 서해에서는 봄에 산란하기 위해 올라오는 생선들을 먹어야 맛있고요."

- 책에 여러 생선 요리들이 소개돼 있습니다. 그중 독자들에게 권해줄 만한 생선 요리를 하나만 고르자면 무엇이 될까요?
"답사 중에 인터뷰를 하면 반드시 그 집에서 생선을 사와요. 품질도 좋고, 누가 잡았는지도 알아서 좋고, 한번 사가지고 오면 다음에 그 집에 가서 취재를 하기가 참 편해지는 것도 좋아요. 제가 먹은 요리 중에 하나만 권하라고 한다면 여수 새조개 삼합을 권하고 싶어요. 새조개, 삼겹살, 묵은 김치를 불판에 같이 구워서 먹어요. 새조개가 워낙 비싸니까 늘려 먹는 방법이기도 하고 맛도 좋아요.

생선을 날것으로 먹을 때는 거의 제가 손질을 해요. 이 책 속에도 제가 요리해서 찍은 사진들이 있어요. 직접 요리를 해서 먹어본 생선에 대해 글을 쓸 때는 느낌이 달라요. 생선을 직접 만지고 요리하면서 오감으로 오는 것들이 있는 거죠. 아이들한테 먹이면, 시장에서 사온 생선들하고 다르다는 걸 애들이 바로 느껴요."

- 책 가운데서 '미맹(味盲)'이라는 표현이 참 와닿았습니다. 주말마다 맛집을 찾아서 떠나는 사람들이 많지만 진정한 맛을 아는 사람은 적다는 뜻으로 이해했습니다.
"노래를 못 부르면 음치 클리닉을 다니잖아요. 맛은 어차피 길들여지는 것인데, 지금 우리가 길들여지고 있는 맛은 자극적이고 인공적인 맛들이잖아요. 혀끝에서 느끼는 맛. 그래서 음치 클리닉 하듯이 미각교육을 하는 게 중요해요. 특히 아이들에게 좋은 맛이란 어떤 맛인지 알려줘야죠.

일단 생선이 좋아야 하기도 하지만, 잡는 방식도 공정해야 하고, 잡는 사람도 행복해야 하고, 바다도 건강해야 해요. 파도 소리도 들어봐야 하고, 갯벌에서 삽질을 해서 낙지를 잡는 것도 봐야 하고, 모든 것을 열어 놓고 오감으로 느끼는 것이 진정한 맛이에요. 노래를 못하는 사람을 음치라고 하듯이, 그런 맛을 모르는 사람을 미맹이라고 한 거죠."

- 책을 보니, 그런 맛에 길들여진 관광객들 때문에 향토음식의 맛이 변하게 된 사례도 소개해주셨더군요.
"제주도에서는 모든 간을 강된장, 막된장 하나로 맞춰요. 제주도는 염전이 없어서 소금이 아주 귀하거든요. 제주도식 물회도 채소 넣고 된장 풀고 싱싱한 생선 썰어서 비벼 먹으면 그게 물회예요. 그런데 육지 사람들이 가서 이건 맛이 싱겁네, 이건 뭐가 안 들어갔네 하고 자꾸 불만을 얘기하니까, 제주도 음식이 육지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바뀌는 거죠. 그러다가 아예 육지 사람들이 제주도에 가서 제주도 향토음식점이라고 차리기도 해요. 자기들한테 익숙한 맛을 가지고…. 그런 식으로 제주도의 본래 맛이 바뀌는 거죠."

▲ 김준 전남발전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신동석


"먹방 열풍에 사람들 몰려 어촌 '싹쓸이'... 방송 역할 유감" 

- 대하의 천연 서식지에서 양식장으로 바뀐 천수만의 웃지 못할 이야기를 읽으면서 참 많은 것을 생각했습니다. 날이 갈수록 밥상에서 맛보기 힘들어지는 바다맛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있는데요, 우리 바다에서 그런 천연의 맛을 사라지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어부들 만나면 늘 '옛날에는 여기서 조기가 엄청 많이 잡혀서 그물을 끌어올릴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런 얘기들을 막 해요. 서해에서 조기가 없어지고 동해에서 명태가 없어졌듯이 지금 다 없어졌잖아요. 제일 큰 문제는 남획이죠. 많이 잡는 것도 문제고, 다 크기 전에 잡는 것도 문제고, 산란 시기에 잡는 것도 문제고.

1차적인 책임은 어부들에게 있지만, 소비자들도 무관치 않죠. 맥주 마실 때 노가리 좋아하잖아요. 4~5년 커서 명태가 돼야 하는데 어린 노가리를 잡는단 말이에요. 그래서 우리 바다에서 명태가 없어진 것을 단순히 기후변화 때문으로만 얘기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어요.

그리고 지금(늦가을~초겨울) 한창 주꾸미 낚시 철이에요. 낚싯배가 정말 많은데, 어부들이 잡는 게 아니에요. 전부 도시에서 온 낚시꾼들이에요. 어부들한테는 그나마 산란기 조업 금지라든가 법적으로 규제를 할 수 있는데, 낚시꾼들은 규제를 할 수가 없어요.

또 서식환경이 계속 무너지고 있잖아요. 갯벌은 점점 사라지죠, 바다는 오염되죠, 그러니까 물고기들이 자꾸 떠나야 되잖아요. 어민들이 사는 가까운 바다에 고기들이 있어야 그게 쉽게 밥상으로 올라오는데, 그렇지 않으니까 고기를 잡으려면 먼바다로 가야 하는 거죠.

먼바다로 간다는 것은 어부들보다는 기업적인 선단이 많이 나간다는 말이에요. 어부들은 그냥 '피고용인'이 되는 거고, 어촌의 커뮤니티와 문화는 사라지고 그냥 수산업이 되고 마는 거죠. 우리에게 바다가 줬던 가치 가운데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 사라지는 거예요.

남아공에서 잡은 갈치가 대형마트를 통해서 여전히 우리 밥상에 올라올 수는 있어요. 그런데 죽방렴 멸치를 잡아먹으려고 올라오던 갈치는 사라지는 거예요. 그러면 그 갈치를 잡기 위한 어구나, 고기 잡는 소리, 풍어제 전통 같은 것들이 같이 사라지게 되는 거죠. 박제화 돼서 국립극장 공연으로만 볼 수 있는 거예요. 그냥 우리 밥상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런 문화가 같이 사라지는 거죠."

- 밥상이 아니라 문화가 사라지는 거라는 말씀이 참 무섭게 와닿습니다.
"요즘 '먹방' 열풍을 보면서도 좀 우려되는 점이 있어요. 방송이 우리 밥상을 지키려는 노력도 좀 전해줬으면 좋겠어요. <삼시세끼> 같은 프로그램은 파급력이 엄청나잖아요. '만재도' 편을 봤는데, 그렇게 한번 방송에 나오면 사람들이 몰려가서 홍합 다 따고 통발 던져서 다 체험하려고 하고, 싹쓸이가 되는 거예요. 그거 다 불법이거든요. 어부들이 아니면 도구를 가지고 어업을 할 수 없어요.

낚시꾼들이 낚시가 안 되면 홍합을 다 따가지고 가버려요. 그거 다 주인이 있거든요. 바다에도, 어민들끼리 정한 구역이 있어요. 다 방송을 보고 그러는 거거든요. 자막이나 멘트로, 원래 이곳은 어민들만 고기를 잡는 곳인데 방송을 위해 고기를 잡았다든지, 체험을 하고 싶으면 어촌계에 문의해 허가된 지역에서만 해야 한다든지, 시청자한테 알려줘야죠. 그러면 방송의 공정성에도 좋고 어민들한테도 좋을 것 아니에요."

- 선생님처럼 맛 이야기를 써보고 싶은 사람들은 많지만, 대개는 '맛집 블로거' 수준이 되고 마는 게 현실입니다. 맛 기행과 맛 기록을 제대로 하기 위해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맛은 혀로만 느끼는 게 아니에요. 벌교 여자만에 장도라는 섬이 있어요. 뻘배 타고 꼬막 잡아서 사는 섬이에요. 뻘밭에서 뻘배를 타보지 않으면 그 맛을 이해하지 못해요. 꼬막을 캐기 위해서 찬 갯바람 소리를 듣는 과정도 있어야죠. 벌교 시장에 가면, 꼬막을 삶아서 상차림 해주는 할머니들이 있어요. 꼬막에 밥 비벼서 막걸리도 먹고 그러거든요. 그게 스토리가 되는 거죠. 갯바람 소리도 듣고, 뻘에도 빠져보고, 시장 할머니들이 좌판을 벌려놓고 파는 것도 보고 나서 혀로 느껴야 맛을 알 수 있는 거죠.

차별화된 기록을 하기를 원한다면 차별화된 접근을 해야죠. 어떤 방식으로든 오감을 통해 접근하려는 노력을 해야 해요. 우리는 음식 소리라고 하면 음식을 씹는 소리만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그 음식을 만드는 동안 들을 수 있는 자연의 소리도 있어요. 적절한 민물이 들어가지 않으면 좋은 바지락을 얻기가 어려워요. 농산물만 비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바다 생물들도 비를 기다려요. 그런 생물들은 비 오는 소리를 들으면 기뻐할 것 아니에요. 음식에 비도 바람도 우주도 들어 있는 거죠. 그걸 어떻게 끄집어내는가 하는 문제예요."

- 인터뷰를 끝내기 전에 근본적인 질문 하나를 꼭 드려야겠습니다. 왜 그렇게 바다가, 섬이 좋으십니까?
"1992년부터 박사 논문을 쓰기 위해서 섬 답사를 시작했고 2000년에 학위를 받았어요. 그동안 제가 얼마나 섬사람들을 귀찮게 했겠어요? 그 사람들한테 되돌려줄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했죠. 만약 제가 자연과학을 했다면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는 식으로 되돌려줬을 텐데, 저처럼 사회과학을 한 사람들은 귀찮기는 한없이 귀찮게 하면서 그 사람들 삶에는 별 도움이 안 되는 거예요. 사실 그래서 글쓰기를 시작했어요.

그 사람들은 평생 고기잡이를 생업으로 해왔잖아요. 삶의 이야기 속에 환경에 대한 철학이 있고 지속가능한 생활을 위한 지혜들이 있어요. '오래된 미래'가 있는 거예요. 그걸 보려고 섬을 찾아다녔어요. 그러다가 여행이라면 여행이고 공부라면 공부가 된 거죠.

처음에는 그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는 도움, 소비자들에게 전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찾다가 나중에는 내가 빠져든 거예요. 몇 차례 간 곳들을 다시 가도 지겹지 않은 게, 늘 바뀌어 있거든요. 그 삶의 이야기가 한두 시간 이야기하는 걸로 끝나겠어요? 갈 때마다 새로워지는 거죠."

- 마지막으로 독자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놓치지 말아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주시죠.
"바닷가에 가면 꼭 그곳에서 생선을 사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만족한다면 계속 직거래를 하면 좋죠. 그게 <바다맛 기행>을 쓴 궁극적인 이유예요. 그게 우리 바다와 어촌을 지키고 섬의 문화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밥상의 혁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바다를 지키는 것은 소비자들의 밥상에서 시작돼야 합니다."

▲ <바다맛 기행 2> ⓒ 신동석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인터파크도서 웹진 <a target="_blank" href="http://bookdb.co.kr/bdb/Interview.do?_method=InterviewList"><북DB>(www.bookdb.co.kr)</a>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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