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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줏값도 오른다는데... 이젠 '쏘지' 않겠어요

[반가워! 2016 ③] 불혹 맞는 2016년, 유혹을 이겨내길 바라며

등록|2016.01.02 10:54 수정|2016.01.02 10:54
2016년 새해가 다가왔습니다. 각종 매체에서 새해를 맞아 '한국사회, 이것만은 바꾸자' 류의 기사를 생산하곤 합니다. <오마이뉴스>는 그 시선을 당신에게 맞추고자 합니다. 누구에게나 특별한 새해, '당신의 새해 바람'은 무엇인가요. [편집자말]

▲ 40이 온다. ⓒ 오마이뉴스


불혹(不惑).

2016년 제 한국 나이입니다. 불혹은 '미혹되지 않는다'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다'라는 뜻이라고 하죠. 40대가 되면 인생의 여러 맛을 알게 되는 시기이고, 그렇기에 어떤 일을 하더라도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20대나 30대처럼 유혹에 넘어가거나 충동적인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죠.

그러나 지금의 40대에 '불혹'은 어울리지 않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시점에서 이제 막 40대를 맞은 이들은 여전히 유혹에 넘어가며 살아갑니다. 가장 기본적인 사례라면 역시 담배와 술이죠. '금연·금주'를 외치지만 불혹이 돼도 여전히 담배와 술의 유혹에 굴복하는 '작심삼일'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입니다.

곧 다가올 새해, 여러분들은 어떤 계획을 세우고 계신가요? 금연, 금주, 가족의 행복, 승진 등 개인적인 일부터 '총선 승리' '경제 발전' '세월호 진상 규명' 등 국가적(?) 희망을 거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저도 여러 가지 계획을 세워보곤 합니다. 그런데 이것저것 모아보니 이 한마디로 정리가 되더군요.

'저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소서.'

그렇습니다. 2016년 제 소원은 말 그대로 '불혹'을 실천하는 겁니다. 유혹에 넘어가지 않게 하옵시고 미혹되지 않게 하옵소서. 아, 정말 그렇네요.

유혹을 이겨야 하는 2016년

▲ 새해엔 지갑 여는 일부터 줄여야겠어요. ⓒ pixabay


일단 지갑을 여는 일을 줄여야겠습니다. 제가 사실 기분파다 보니 기분이 좋으면 씀씀이가 커지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적자 인생'이 거듭됩니다. 특히 월말이 되면 '보릿고개'를 반드시 겪어야 했습니다. 쓸 돈은 써야겠지만, 낭비를 줄여야겠습니다.

낭비를 줄이려면 가장 우선해야 하는 것…. 네, 술을 줄여야겠습니다. 저는 담배를 피우지 않기 때문에 올해 초 담뱃값 인상 소식에 대해선 무덤덤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술값이 인상된다는 소식을 접하자 기가 막혔습니다. 아. 왜 이 정부는 서민의 낙을 증세의 도구로 이용하는 걸까요?

줄여야겠습니다. 술 마시는 횟수도 줄이고, 술 먹고 기분 낸다고 여기저기 마구 '지르는' 습관도 고쳐야겠어요. 그러다 보면 건강은 저절로 따라 좋아지겠죠.

귀도 얇고 기분대로 생각하는 사람, 접니다

▲ 지난 11월 하이트진로의 소줏값 인상에 이어 지방 주류업체들도 잇따라 소줏값 인상에 나섰다.사진은 지는 12월 20일 서울시내 한 대형 마트 주류코너에 다양한 소주가 진열돼 있는 모습. ⓒ 연합뉴스


그러나 이렇게 장한(!) 결심을 해도 그 결심을 흔들리게 하는 여러 유혹들을 물리치는 것이 핵심이겠지요. 처음 만난 사람인데도 마음이 맞는다고 생각하면 '한잔 합시다'라고 말하는 것도 저고, 호감이 있는 사람에게 좋은 걸 사준다며 앞뒤 생각하지 않고 지갑을 여는 사람도 접니다.

'더 좋은 자리 있어, 거기로 한 번 옮겨봐'라는 말을 들으면 귀가 팔랑거리는 사람도 저고, 집에 일찍 들어가야 함에도 누군가로부터 만나자는 전화가 오면 마음이 움직이는 사람도 접니다. 온갖 유혹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생기고 그를 뿌리쳐야 하는 게 제 일입니다.

그래서 올해는 다른 목표는 세우지 않으려 합니다. 그저 '시험에 들지 말게 하옵소서'를 외칠 뿐입니다. 불혹의 나이에 말 그대로 '불혹'을 실천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마음을 다잡고 한 번 더 생각하고 결단하는 40대를 맞아야겠습니다. 같이 한 번 외쳐 주시죠.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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