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어쩔 수 없이 가입한 배달 앱, 벗어날 수 없어요"

새해부터 광고료 인상한 '배달의 민족' 그리고 자영업자들의 이야기

등록|2016.01.04 11:17 수정|2016.01.04 11:17
새해가 밝았다. 예전 같았으면 한껏 들뜬 연말 분위기를 가라 앉히고 새출발을 계획할 때지만 이번은 많이 달랐다. 2015년도의 연말은 최후의 순간까지 '멘붕'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일본과 맺은 '위안부 협상'의 여파로 피해 당사자인 할머니들과 수많은 시민들은 새해를 눈앞에 두고 추위에 떨며 소녀상을 지켰다. 마지막 날인 어제는 정치인들이 선거구 획정에 실패해 '초유의 사태'니 '비상사태'니 하고 떠들며 진상(?)을 부렸다.

연초에도 어김없이 많은 시민들은 나라를 걱정해야 되고, 대통령과 정부는 '위안부 합의'의 후폭풍을 이제와서 수습하겠다고 정신 없어 보인다. 정치인들도 어떻게든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선거구를 획정해 보겠다고 바빠 보인다. 하지만 우리 가까이의 이웃들 중에는 새해를 맞이해 더 큰 걱정에 한숨을 내쉬는 이들이 있다.

바로 배달업소를 운영하는 상인들이다. 연초에 너무 바쁠까봐 걱정돼 그러는 건 아니다.

수수료 0% 배달 앱, 새해부터 광고비 인상

▲ 병신년을 기해 광고료가 인상될 것을 알리는 <배달의 민족>의 공지문. 사진 출처 : 『닭집』커뮤니티. ⓒ 주현웅


지난해 8월, '배달의 민족' 김봉진 대표는 "소상인들의 부담을 줄이겠다"며 기존 수익의 30%를 차지하던 주문 수수료를 0%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김 대표는 "당장의 수익보다는 고객의 수를 늘리는 것에 주력할 계획"이라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수수료를 없앰으로써 소상인들의 부담은 줄이고 더 많은 고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앱으로 거듭나겠다던 '배달의 민족'은 발표 이후 2주 만에 신규가입자를 24%씩이나 늘렸다. 그리고 두 달이 지난 그해 10월엔 누적 가입자수 2000만 명을 돌파했고 '대한민국마케팅대상'에서는 수상까지 거머쥐는 겹경사를 누렸다. 수상 부문은 '상생협력 최우수 기업'이었다.

그로부터 또 2개월이 지난 12월. '배달의 민족'은 가맹업주들에게 광고비를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상인들의 부담을 줄이겠다고 발표한지 4개월 만에, '상생협력 최우수 기업'에 선정된지는 2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내용을 살펴 보면 '배달의 민족'은 기존의 월 5만 원(부가세 포함 5만5000원)의 '울트라콜' 비용을 2016년도 신규가입자에 한해 8만 원(부가세 포함 8만8000원)으로 올린다. 3만 원가량 오른 셈이다(울트라콜은 기본 가입자인 '파워콜'보다 상위에 노출되는 형태를 말한다).

'울며 겨자먹기'식 배달 앱 가입이 문제

경기도 수원에서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현실적으로 배달 앱에 가입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설명했다.

"'배달의 민족'은 특히나 가입할 수밖에 없어요. '배달의 민족'은 이용하는 사람이 제일 많은 어플이잖아요. 특히 본사랑 제휴 맺어서 할인행사라도 진행하게 되면 사람들이 엄청 몰리거든요. 거기서 우리가 배달의 민족 가입을 안 해버리면 할인행사를 제공할 수 없는데 고객들은 당연히 할인행사 하는 쪽으로 몰리거든요. 고객 이탈 막으려면 어쩔 수 없죠…."

많은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배달 앱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고객들에게 할인행사를 제공한다. 고객들은 이를 통해 더 저렴한 가격으로 음식을 주문할 수 있지만 배달 상인들에게는 오히려 이게 배달 앱을 벗어날 수 없게 만드는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할인행사는 프랜차이즈 본사와 배달 앱 업체가 제휴를 통해 진행하므로 가맹업주들은 그 비용을 떠안지 안는다. 다만 행사기간이 만료된 이후부터 매달 청구될 월 광고비는 가맹업주들의 몫으로 남게된다.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가입했다가 매달 고정지출을 감당해야 될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A씨의 말에 따르면 이런 식으로 배달 앱에 가입하는 업소가 상당수에 이른다고 한다. A씨는 이러한 상황에서 월 광고비를 인상하는 것은 상인들에게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A씨는 배달앱에 들어가는 월 광고비는 사실상 '도약'이 아닌 '생존'을 위한 비용이라고 말했다. 현재 매달 5만5000원의 비용을 지불하지만 워낙 많은 업소들이 그 안에서 경쟁하다보니 고객들의 눈에 띄기에는 그리 쉽지가 않다. 고객들을 유인하려면 화면 상위에 노출이 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데, 이를 위해선 돈을 더 지불해야만 한다.

그렇다고 탈퇴하자니 앞서 말한대로 각종 할인행사 등으로 인해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결국 현재의 지출비용은 최소한의 고객이라도 유지하기 위한 일종의 생존비용인 셈이다. 

올해부터는 상위노출 두고 같은 상권의 동종 업계끼리 경매

'배달의 민족'은 신년을 기해 월 광고비를 올리는 동시에 '슈퍼리스트'란 이름의 새로운 광고 기법을 도입했다. 이는 울트라콜보다 더 상위에 업체명을 노출시키는 형태다.

울트라콜 비용이 올해부터 오른 상황에서 슈퍼리스트의 비용이 얼마일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정답은 '알 수 없다'이다. 왜냐하면 이 광고의 수혜자는 같은 상권 내 동일 업종 상인들끼리의 '경매'를 통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배팅금액은 1000원 단위로 진행되며 경매의 전 과정은 비공개다. 최종 낙찰은 당연히 가장 높은 금액을 부른 업소가 선정되며 기간은 한 달이다. 이와 관련, 부산에서 치킨집을 운영 중인 B씨는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최소 10만 원은 넘을 것으로 예상해요. 서울 같은 대도시는 아마 더 심할 거예요. 그리고 여태까지 보면 '배달의 민족' 상위에 노출되는 게 효과가 없지는 않거든요. 그런데 이건 아주 최상위잖아요. 이게 효과가 있다고 소문이 나면 나중에는 더 많이 오르겠죠. 결국 돈 많은 사람이 계속 돈 버는 거에요."

B씨는 치열한 경쟁도 걱정되지만 결과적으로는 자본력을 갖춘 업소만이 혜택을 볼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역 각각의 성향에 따라 배달 앱을 이용하는 소비자들 비율에는 큰 차이가 있다. 슈퍼리스트 광고는 지방 소도시의 경우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및 지방 대도시 등 젋은 층의 소비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은 낙찰가가 생각보다 큰 금액에서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따른다.

상인들은 무엇을 바랄까

중소상인들의 더 큰 걱정은 당장의 광고료가 오른 것과 경매가 아니다. 앞선 A씨와 B씨는 공통적으로 '배달의 민족'의 '앞으로'가 두렵다고 말했다. 가입자가 2000만 명이 넘는 '배달의 민족'이 수수료 0%로 운영한다는 것은 사실상 다른 배달앱 경쟁자의 진입을 원천 봉쇄한 격이기 때문에 상인들에게 가해지는 또다른 부담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이들은 "'배달의 민족'이 수수료를 0%로 내리면 광고비를 올릴 것이라는 사실은 이 업계 사람들 대부분 예상했던 일"이라면서도 "다만 생각보다 금액이 좀 높았고, 슈퍼리스트 같은 것은 생각해보지도 못했다"라는 이야기를 여러 번 강조했다.

'배달의 민족'은 수수료 0%를 선언하며 "소상인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고 말한 바 있다. 또한 '소상인들과의 동반자'를 자처하며, '배달의 민족' 가입 업소를 대상으로 '배달대상' 시상식을 진행하는 등 상인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고자 하는 시도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상인들은 '배달의 민족'의 이란 노력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서로 다른 일을 하는 관련업체가 직접 만나는 자리를 마련한다는 것은 대화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여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달상인들은 '상생'을 말하는 '배달의 민족'이 정책을 통해 그 진심성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한다.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도 기업으로서 이윤을 추구할 수밖에 없겠지만, 정말 상생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여기서 더 이상은 안 된다는 목소리가 많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