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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2125원, 고시원 총무도 최저임금은 주셔야죠

[2015년 알바노조 기자회견, 그 후 이야기 ②] 임금체불 당한 고시원 총무 A씨의 사연

등록|2016.01.05 10:51 수정|2016.01.05 10:51
알바노조에게 있어 2015년은 다사다난한 한 해였습니다. 조합원들의 삶도 그러했습니다. 어떠한 사장은 알바에게 임금을 주지 않았고, 산재가 일어나도 외면했습니다. 떼인 임금을 받기 위해 노동청 진정을 하지만 어떠한 근로감독관은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거나 합의를 종용했습니다. 알바노조가 기자회견을 개최했던 사건들은 어떻게 해결되었을까요? 2015년을 정리하며 세 건의 기자회견 이후의 이야기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 기자 말

시급 2천원, 최악의 알바, 고시원-독서실을 고발한다알바노조는 2015년 1월 22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무의 열악한 노동실태를 고발했다. ⓒ 알바노조


2015년 1월, 알바노조가 고시원·독서실 알바를 구하는 구인공고 100건을 조사했다. 당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알바의 평균 시급은 2200원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같은 해 1월 22일, 서울 고용노동청 앞에서 고시원·독서실 알바노동 현실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관련 기사 : 숙식제공하는데 알바비 줘야 하나... 여긴 어디? ).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았던 알바 시장의 사각지대 중 하나인 고시원과 독서실. 그곳의 실태를 고발한 알바노조 A 조합원은 당시 월 51만 원, 시급 2125원을 받았다. 이는 최저임금 위반이었다. 그가 2015년 11월 체불임금을 받았다고 알바노조로 연락해왔다. 고발과 진정을 한 지 무려 10개월 만의 일이었다.

A 조합원은 야간에 8시간 일했지만, 근로계약서를 쓸 때는 사장이 '4시간으로 쓰라'고 했다. 사장은 "서류상 이렇게 해야 하니 그런 거다"라고 말했지만, 최저임금 위반을 피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런 말을 한 사장의 녹취를 가지고 있어서 그는 고시원 총무로 일하면서 노동자로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실제 많은 수의 고시원 독서실 알바가 임금체불로 노동청에 진정하게 되면, 사용자의 지시를 받아 일을 하는데도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많다).

알바노조가 최근 A 조합원을 다시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봤다.

체불임금 430만 원, 결국 노동청에 진정 넣었다

- 기자회견과 진정 이후, 어떻게 지내셨는지 궁금합니다.
"2015년 1월 27일 진정서를 내고 3월 20일에 체불임금확인서를 받았어요. 노동청에서 체불임금 진정사건이 진행되었는데, 사장이 불복해서 체불임금을 받지 못하고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진행하는 무료 민사소송을 진행했어요.

3월 25일 위임장 제출했고, 4월 17일에 소장이 접수되었어요. 민사로 넘어가면서 대리인인 변호사가 소송을 진행하고, 재판도 변호사가 대신 참석했어요. 그래서 딱히 제가 직접 해야 할 일은 없었어요. 사건은 법원 홈페이지를 통해서 어떻게 되는지 볼 수 있고요. 한편 근로감독관은 형사 사건으로 이 사건을 넘겼어요.

10월 15일이 변론기일이었는데, 그때도 사장이 불복했어요. 그러자 법원에서 조정기일을 정했고, 11월 19일로 조정기일이 잡혔어요. 그러자 당시 11월 17일에 사장이 먼저 연락해서 '합의하자'고 했습니다. 체불임금이 430만 원이었는데, 300만 원에 합의했어요. 합의금은 어머니에게 100만 원 드리고 나머지 생활비를 좀 썼어요. 당장은 쓸 계획은 없어요. 민사와 별개로 형사사건으로는 검사가 체불임금으로 벌금 100만 원으로 기소할 것이라고 했어요."

A씨의 민사 소송 과정체불임금 민사소송을 하게 될 경우, 전체 진행과정을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알바노조


"밥도 먹고 잠도 재워줬으니 100만 원만 주겠다" 

- 결국 합의로 사건이 종료되었습니다. 사장이 여러 번 합의하자고 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노동청 진정이 민사와 형사 사건으로 넘어가자, 2015년 7월 22일에 사장이 합의하자고 연락을 해왔어요. 조사받는 과정에서 형사가 사장에게 전화해서 정식으로 재판 들어가기 전에 합의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했나 보더라고요. 그때는 사장이 '고시원에서 밥도 먹고, 잠도 재워줬으니 100만 원만 주겠다'고 했고, 그다음에는 '150만 원을 주겠다'고 했죠. 그러면서 '미친개에 물린 셈치고 합의한다'는 식으로 저에게 이야기하더라고요. 저는 '합의를 안 하겠다'고 '서로 끝까지 가자'고 말했어요.

계속 이어갔으면 소송에서 이겼겠지만, 올해 안에 끝내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어요. 합의한 것이 있으니 형사소송도 정리되지 않을까 싶어요. 지나고 생각해보니 사장이 두 번에 걸쳐 합의하자고 했는데, 낮은 금액으로 일찍 합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사장이 민사보다는 형사에서 압박을 느꼈던 것 같아요."

- 고시원과 독서실 총무로 일하는 사람이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진정하는 과정에서 '증거 수집이 중요하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진정이 처리되는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든 상황을 바뀌었을 수 있으니까요. 제 경우에는 계약서 쓸 때 녹음도 해두었고요.

일하고 나서는 잃어버린 권리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했죠. 그래서 진정을 하게 된 것이고, 알바노조 조합원으로 기자회견까지 했는데, 판례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편의점에서 '주말 알바'하고 있어요. 거기선 최저임금 수준으로 딱 줘요. 최근에 수능시험을 봤는데, 성적이 예상보다 덜 나와서 다시 준비할까 고민입니다. 앞으로 뭘 할지 생각하며 도서관 다니면서 이것저것 공부하는 중이에요. 주로 역사를 공부하고 있어요."
덧붙이는 글 알바노조 http://www.alba.or.kr 02-3144-0935
알바하다 궁금하면? 알바상담소 http://cafe.naver.com/talka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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