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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병구 회장의 <경영은 관계다> ... '감사'하는 그래티튜드 경영기법 제안

등록|2016.01.03 15:55 수정|2016.01.03 15:55
연초가 되자 지난해 경제 수치들이 발표되고 있다. 가장 도드라진 것은 수출 감소와 올해 경제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다.

조선·철강·화학 등을 필두로 곳곳에서 비명이 쏟아지고 있다. 거기에 신입사원까지 명예퇴직자 대상에 넣었다는 한 대기업의 일화가 보도되면서 분위기는 더욱 험악하다.

▲ <이병구 회장 저 경영은 관계다> 표지. 감사를 내세운 그래티튜드를 현장에서 설명하는 흥미로운 책. ⓒ 세종서적


선장을 잃어버린 것 같은 이 대한민국호의 희망은 없는 것일까.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읽은 이병구 회장의 저작 <경영은 관계다>(세종서적)는 잠시나마 현실을 잊고, 우리 경제가 이런 상황이 도래한 근원은 생각하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극복할 방향에 대한 자신감을 떠올리게 하는 놀라운 책이었다.

별 기대없이 든 책에서 나는 기존 글로벌 기업 CEO 등을 넘어서는 가능성과 더불어 우리기업을 떠나 이 나라가 지향할 수 있는 최선의 방향이 무엇인지를 상상할 수 있었다. 물론 창립 25년된 매출 3000억 원의 회사 이야기를 한국 기업 전반으로 확대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책에서 만난 이 기업의 모습은 향후 급성장하는 중국이라는 경쟁 상대를 극복해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책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사람'이다. 그리고 사람을 관류하는 가장 큰 흐름은 부제인 '그래티튜드 경영'으로 말할 수 있다. 그래티듀드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맺어지는 최선의 상태, 가장 우호적이고 긍정적이면서 함께 행복을 지향하는 관계'(본문 8쪽)를 말한다. 어떤 방식(직접 집필 혹은 대필)으로 쓰여졌는지 모르지만 책의 구성은 그래티듀드를 통해 기업이 혁신과 창조까지 수행해가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다는 아름다운 이야기다. 그럼 일단 책에서 이야기하는 사례들을 살펴보자.

첫 번째 파트는 앞서 말한 그래티튜드(감사)가 무엇인지를 말한다. 필자 역시 신물나게 겪었지만 세상 대부분의 조직은 타인의 희생을 짓밟고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지극히 이기적인 사고를 가진 이들로 채워지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회장의 네패스는 이런 이기적 사고를 배제하고, 배려와 협업을 직원들의 최고 가치로 만들어가는 것을 이 회사의 중심이념이라 말한다. 이런 가치가 실현될 경우 '고객가치(고객)-부가가치(회사)-존재가치(직원)'가 조화롭게 움직여 회사의 발전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네패스에서 이런 그래티튜드는 노래 부르기, 책읽기, 감사편지 등을 통해 구현되는데, 이런 힘들이 바탕이 되어 25년 동안 지속적인 성장을 해왔다고 자부한다. 사실 누구나 감사가 회사 전반에 긍정적 에너지가 되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문제는 이것을 실현할 방법에 대해서는 대부분 외면하는데, 네패스는 이것을 실현했다니 흥미로웠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이미 기존 경영이나 인문적 지식이 완숙하다는 것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서구 경제이론에서 덴마크 사례, 일본 경영 멘토는 물론이고 최신 경영이론이나  컨셉까지 책 안에 무리없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이런 개념을 도입하기 위해 이 회사에서는 다양한 것들이 시도되고 있다. 감사하는 기록들을 '마법노트'라는 곳에 기록해 SNS를 통해 소통할 수 있게 하는 것도 한 예다.

파트2에서는 직원의 가치를 말한다. 앞서 말했듯이 이 회사에서 직원은 도구가 아닌 사람이다. 경영자는 '직원을 마치 종이 주인 대하듯 존중'하는 등 직위가 아닌 사람들로 대우한다는 것이다. 경영이론에서도 서열을 중시하는 조직의 장단점을 말하는데, 사실 실천으로 서열이 아닌 상호존중하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이 사례는 흥미롭다.

파트3에서는 이런 개념을 실현하는 실천 방법들을 소개한다. 부모님 등에게 감사한 100가지를 생각해 적게 해 족자로 만드는 '100 감사족자', 독서를 통해 정보 정체성 혁신을 찾아내는 I훈련, 음악교실 등을 그 사례로 소개한다. 파트 4는 이런 그래티튜드가 성과로 이어지는 것들을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갈등관리라고 저자는 말한다. 아마도 이 문제는 지금 우리나라 기업이나 국민 전반에 갖는 가장 큰 부정적 요소라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해결책으로 저자가 내세운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네패스가 만든 것은 'CoP제도'다.

협업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이 방식은 조직원들이 함께 혁신적인 과제를 만들고, 이것을 평가하는 것이다. 성패를 떠나서 과제를 만들고 그것을 바탕으로 평가하는 제도는 무엇보다 흥미로운 일이다. 필자 역시 일할 때, 무엇보다 전략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한가지 프로젝트를 꾸리려고 노력했지만 협업을 이뤄내기는커녕 혼자 고생하는 일을 많이 겪었다. 그러기에 이런 과정을 기획하고, 그것으로 직원을 평가하는 방식은 신선했다.

개인적으로 직장 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든 것이 협업은 고사하고, 동료들 간에 필요없는 경쟁이나 이기심만을 만들어내는 조직 구조였다. 이는 공조직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사조직도 그러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네패스는 CoP제도를 통해 그런 문제에 정면 도전하는 모습이 신선해 보였다.

책의 에필로그는 앞서 필자가 말한 암울한 이 시대의 문제를 지적하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내는 '복원력'을 말한다. 복원력은 '역경 속에서 스스로 능력을 다시 창조함으로써 재도약을 이뤄내는 능력'을 말한다.

개인적으로 대중관계를 중심으로 사회 전반을 풀어내는 입장에서 이번 책은 상당히 단비와 같은 것이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지금의 구조나 사람으로 중국을 상대하기에는 너무 많은 어려움이 있다.

그런데 일반 기업을 보면 이미 3대 경영시대로 들어서면서 우물안 개구리와 같은 방식으로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경영 잡지의 인사 난에는 3세 경영인들의 승진 소식을 전하고, 문어발로 부족해 말미잘식 계열사를 통해 건전한 기업들이 살아날 수 있는 구조를 아예 막아버리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네패스의 사례는 꼭 연구하고, 한국 기업에 적용할 요소가 많다. 한국 사람 개개인들이 뛰어나지만 이런 방식으로 구성원들이 결합해야만 자본과 시장을 무기로 거대하게 밀려오는 중국이라는 파고를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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