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서툰 초보농사꾼, 제2의 인생을 산다
해미면 삼송리 박유신씨의 이야기
▲ 귀향고향에서 제2의 인생을 보내고 있는 박유신 씨. ⓒ 방관식
"시골에서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남의 동네보다는 자신이 태어난 고향을 선택할 것을 권합니다. 적응도 훨씬 빠르고, 남다른 보람도 느낄 수 있는 것이 귀향 생활입니다."
3년 전 고향인 충남 서산시 해미면 삼송리로 귀향한 박유신(66)씨는 제2의 인생을 만끽하고 있는 중이다. 아직은 초보농사꾼으로 모든 것이 서툴지만 각박한 40년간의 도시생활에서는 못 느꼈던 자유와 만났다. 물론 처음부터 농촌생활을 동경했던 것은 아니었다. 치열한 도시생활이 일상화됐던 젊은 시절에는 고향에서 3일 지내는 것도 답답함을 느낄 만큼 시골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는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사람이다. 25년 동안 대기업에서 근무했고, 10년 동안은 사업체를 운영하며 언제나 바쁘게 일상을 살아왔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은 그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게 만들었고, 제2의 인생이 필요하다고 느낄 무렵 고향이 마음에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귀향을 생각하던 차에 홀로 사시던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부모님의 숨결이 살아있는 고향집과 농토를 그냥 방치할 수는 없었죠. 과감하게 정리하고 고향에 돌아왔습니다. 3년이란 시간이 흐른 지금은 그때의 선택이 정말 좋은 결정이었다고 감사하고 있습니다."
귀향한 뒤에도 박 씨는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남은 인생을 조용하게 보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2의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 귀향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장과 노인회 총무도 맡아 마을일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또한 자신의 인생과 더불어 고향도 함께 발전시키고자 마음먹었다.
"귀향해서 보니 좋은 점도 많았지만 아쉬운 점도 많았습니다. 고령화와 부녀화가 심각해져 마을에 생기가 없더군요. 그래서 조금이나마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다가 마을기업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인생 2막의 첫 도전으로 마을기업에 도전한 그는 지난해 5월 '백년청'이란 농업법인을 세웠다. 올 9월부터 제품 생산에 들어갔는데 주력 품목은 다름 아닌 조청이다.
고령화된 마을주민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품목을 고르고 골라 택한 조청은 100% 전통방식을 고집한다. 마을 노인들에게 하나하나 물어 재현하다보니 한참 돌아가는 형국이지만 개의치 않는다. 많은 돈을 벌려 시작한 일이 아니라 마을 노인들과 주민들이 참여해 더불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한 방편인 까닭이다.
아직은 초창기라 마을기업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평가할 단계는 아니지만 할머니 손맛을 살린 조청 맛은 일단 테스트를 통화했다.
맛을 본 도시의 지인들도 모두다 'OK' 사인을 보냈고, 더욱 고무적인 일은 서울의 한 대형백화점 VIP 고객들의 사은선물로 납품돼 까다롭기로 유명한 이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성과를 올렸다.
박유신 씨는 아직은 걸음마 단계라며 내년 봄이 되면 그때 다시 마을을 찾아오라했다.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기 때문이리라. 한참 서툰 몸짓이지만 66세 초보 농부가 고향에서 부르는 희망가는 아주 멀리멀리 울려 퍼졌다. 그가 펼쳐 보이는 제2의 인생이 농촌의 희망이 되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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