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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교육감 주민소환 서명 허위작성, 윗선은?

선관위, 5명 고발 ... 경찰, 수사 착수 ... 학부모 등 단체 "엄정 수사 촉구"

등록|2016.01.04 17:28 수정|2016.01.04 17:29

▲ 홍준표 경남지사(왼쪽)와 박종훈 교육감. ⓒ 윤성효


보수단체와 홍준표 경남지사 지지자 등으로 구성된 '박종훈경남교육감 주민소환 추진본부'가 주민소환 투표청구 서명운동을 벌이는 가운데, 서명부 허위작성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된 사건과 관련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2일 창원 북면 한 공장 가건물에서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서명부를 허위작성한 사람 5명을 적발했고, 지난 12월 28일 경남지방경찰청에 고발했다. 경찰은 4일 고발인 조사를 벌이는 등 수사에 들어갔다.

▲ 보수단체 등에서 벌이는 '박종훈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투표청구 서명부'를 허위작성한 사람들이 무더기로 적발된 가운데, '홍준표경남지사 주민소환운동본부'는 4일 오후 경남선관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불법서명의 배후를 철저히 밝혀내고, 불법행위자를 엄벌에 처하라"고 촉구했다. ⓒ 윤성효


5명은 이곳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 등 개인정보가 담긴 주소록을 이용해 서명부 용지를 돌려쓰는 방법으로, 경남지역 10개 시군 거주자 2500여 명의 서명을 허위로 작성했다.

현장에서는 허위 서명된 서명부 600여 권을 포함해 총 2200여 권의 서명부와 2만 4000여 명이 기재된 주소록 등이 발견되었다. 선관위는 5명을 주민소환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경남선관위 관계자는 "5명은 창원에 거주하는 여성이고, 며칠간 작업을 해온 것으로 보인다"며 "사안이 매우 중대하다"고 밝혔다. 그는 "주소록와 서명용지 등을 누가 가져다주었고, 윗선이 누구인지를 밝혀내지는 못했다"며 "경찰 조사를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또 경남선관위는 박종훈 교육감 주민소환 서명과 관련해 제보가 많았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선관위에 따르면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서명과 관련해, 고발 1건, 경고 2건, 준수촉구 2건이었다.

선관위는 산청에서 수임인이 아닌 한 노인이 77명에게 서명을 받아 경고 처분을 했고, 창원에서 한 사람이 수임인이 아닌데 서명을 받아 경고 처분했다.

또 경남선관위 관계자는 "남해에서 공무원이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서명을 받았다는 제보가 있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지역신문인 <남해시대>는 4일 "남해군수 부인이 공무원과 관변단체를 동원해 서명운동을 계속했다"고 보도했다.

학부모 등 단체 "엄정하게 수사하여 처벌해야"

학부모·시민단체로 구성된 '홍준표경남지사 주민소환운동본부'는 4일 오후 경남선관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종훈 교육감 주민소환 허위조작 불법서명의 배후를 철저히 밝혀내고, 불법행위자를 엄벌에 처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번 사건은 박 교육감 주민소환 서명에 불법이 만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박 교육감에 대한 주민소환은 홍준표 지사 주민소환에 대한 맞불로 시작되었고, 처음부터 도청과 새누리당이 깊숙이 개입되었다"며 "홍 지사는 공공연히 '홍준표 자신과 박 교육감에 대한 주민소환을 같이하는 것도 나쁠 것이 없으며, 누가 주민소환 되는지 지켜봐라'는 등의 이야기를 한 바도 있다"고 설명했다.

▲ 경남선거관리위원회는 창원 북면 한 공장 가건물 사무실에서 박종훈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서명부 허위작성자 5명을 적발해 경찰에 고발 조치했다. 사진은 증거 현장의 모습. ⓒ 중앙선관위


이들은 "남해군수 부인은 공무원을 동행한 채 서명을 받으러 다니다 적발되었고, 김해에서는 수임자가 없는 서명용지가 김해시청 공무원 사이에 돌아다니는 현장이 제보되기도 했다"며 "이처럼 공무원의 광범위한 관권 개입, 관변단체의 서명운동, 수임자격이 없는 사람들의 불법 허위서명과 같은 불법행위에 대한 제보가 끊임없이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홍준표 경남지사 주민소환운동본부는 "사법당국은 관련자에 대한 압수수색과 출국금지를 통해 개인정보가 기록된 자료의 출처와 자금 제공 경로를 밝혀야 하며, 이 사건의 배후와 조직적 개입 상황을 밝혀내 불법에 개입한 공무원과 배후 책임자가 있다면 이를 엄정하게 수사하여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해, 박종훈교육감주민소환추진본부 박종옥 대표는 언론을 통해 "주민소환 자체가 생소해 발생한 시행착오다. 지역에서 과잉 충성을 하려는 사람들의 일탈행위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발언과 관련해, 홍준표경남지사 주민소환운동본부는 "개인정보인 도민의 생년월일이 기재된 2만 4000여 명의 주소록을 가지고 허위서명을 조작한 것이 시행착오인 것인가? 주소록의 출처는 어디인가 행정기관인가 아니면 사적인 명부인가? 주민소환추진본부에서 제공한 명부인가? 5명은 자원봉사자인가 아니면 돈 받고 동원된 사람인가? 과잉충성한 사람이 누구이며 왜 과잉충성할 수 밖에 없었는가? 허위조작 서명이 이루어진 현장의 공장은 누구의 것이고 박 대표는 아는 사람인가?"라고 물었다.

경남선관위 "사안이 중대, 늑장 대응 아니다"

▲ 보수단체 등에서 벌이는 '박종훈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투표청구 서명부'를 허위작성한 사람들이 무더기로 적발된 가운데, '홍준표경남지사 주민소환운동본부'는 4일 오후 경남선관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불법서명의 배후를 철저히 밝혀내고, 불법행위자를 엄벌에 처하라"고 촉구했다. 사진은 전진숙 공동대표가 김종대 경남선관위 지도과장한테 항의서한을 전달하는 모습. ⓒ 윤성효


경남선관위는 이번 사건을 지난 12월 22일 현장 적발하고 28일 경찰에 고발했으며, 31일 보도자료를 중앙선관위 누리집에 탑재했다. 이에 대해 보도자료를 늑장 배포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홍준표경남지사 주민소환운동본부는 "선관위가 이번 사건을 처리한 과정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이것은 홍준표 지사 눈치 보기와 이번 사건이 미치는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이들은 "앞으로 선관위가 불법적 서명운동에 대해 미온적 태도를 취한다면 우리는 선관위의 직무 유기에 대한 모든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 뒤 이같은 내용이 담긴 항의서한을 경남선관위에 전달했다.

이에 대해 경남선관위 관계자는 "제보 등에 근거해 은밀하게 현장을 적발했고, 자료 분석과 윗선을 밝히려고 한 과정에서 시간이 걸렸다. 고발과 보도자료 배포를 지연시킨 게 아니고, 편파적으로 한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도 이번 사건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수사에 필요한 사항이라 구체적으로 밝힌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광역자치단체장(교육감) 주민소환 투표청구 서명은 120일간 해당 지역 유권자 10% 이상(경남 26만 7416명) 참여해야 한다. 홍준표지사주민소환운동본부는 '진주의료원 폐업'과 '무상급식 중단' '성완종 게이트' 등의 이유로, 지난 7~11월 사이 36만명의 서명부를 선관위에 제출했다.

홍 지사 주민소환운동에 맞서 '박종훈교육감 주민소환추진본부'는 지난 9월부터 서명을 받고 있으며, 오는 12일 마감된다. 경남선관위는 "홍준표지사 주민소환 서명운동과 관련한 불법행위 고발은 한 건도 없다"며 "주민소환 서명 위법행위 신고자한테는 최고 5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 보수단체 등에서 벌이는 '박종훈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투표청구 서명부'를 허위작성한 사람들이 무더기로 적발된 가운데, '홍준표경남지사 주민소환운동본부'는 4일 오후 경남선관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불법서명의 배후를 철저히 밝혀내고, 불법행위자를 엄벌에 처하라"고 촉구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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